조롱조롱 조롱박 초승달문고 12
김진경 지음, 김진이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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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에게 조르면 수많은 이야기가 술술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저마다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 있는 걸까? 이번에는 노아의 방주가 아니라 조롱박이다. 산 보다도 더 큰 조롱박 속에 갖가지 동물들이 암수 한쌍씩 들어가게 되었으니, 어찌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생기지 않을 수 있으랴.

  홍수를 피하기 위해 동물들이 조롱박 속으로 들어간다는 발상에서부터, 누가 가장 대단한 일을 했는지 이야기 시합을 벌이는 대목만 보아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솔솔 피운다. 그러면서도 처음 보는 이야기인양 생각되는 에피소드들은 작가의 창작인지 구전인지 아니면 적당히 섞은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사람이 천년을 살 수도 있었는데 까마귀 때문에 백년 밖에 못살게 되었다니 순간 원통한 마음이 들었다가  욕심을 부리는 나를 발견하고 순간 무안해지기도 한다. 게가 왜 얼굴 없이 눈만 지니고 있고 옆으로 기어다니는지는 조롱박의 최후와 관계가 있단다. 해와 달이 5개씩이나 떴을 때 일어난 소동도 재미있지만, 일등 공신인 멧돼지의 식탐은 그래서 봐줘야 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장이 어찌나 술술 넘어가는지 할머니의 입담이 구수하게 느껴지는데, 역시 작가의 필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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