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래 작은도서관 23
김민령 외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세상에 나온지 십년 정도 되었을 어린 아이에게 어떤 복잡한 심경이 있으려고?
  그러나 엄청나게 큰 우물이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지 어른들은 잘 모를 때가 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 또한 말할 것도 없이.

  누구나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꿈꾼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보편적이며 또한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종종 그렇지 못한 법. 갑자기 가정 형편이 기울어 아버지는 경찰서에 잡혀가고 엄마마저 나를 처음보는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가버린다. 혼자가 된  새끼 두루미가 가족을 찾아가는 모습이 역시 혼자가 된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있다. 누구나 보편적이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 속에서 자라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살뜰히 돌봐줄 엄마가 돌아가셔서 항상 지저분하다고 놀림받는 아이, 부모 없이 형제들끼리만 살고 있어 숙제는 단골로 안해가고 점점 비뚤어져가는 아이, 엄마 대신 아빠에게 줄곧 맞고 사는 아이...  

  이 책에서 폭력 아빠로부터 벗어나는 아이가 부모 없이 비뚤어져가는 아이에게 하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네가 나쁜 애가 될까 봐 그게 걱정이야. 나중에 만났을 때 몰라볼까 봐. 나쁜 애들은 얼굴도 못생겨진대" 정말 필요한 것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이런 표현과 관심이 아닐까?

  어른들은 어려운 상황의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어떻게든 처방하려고 할지 모른다. 이 책은 결코 교훈적인 메세지를 던지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 그걸 통해서 그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는 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어른들과 이 사회의 상처가 마주하기 부끄럽지만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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