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며칠 맘이 좋지 않았다. 동료와 여권을 신청하러 갔는데, 나만 신원조회미회보가 뜬것이다. 접수하는 사람은 동명이인중에 나쁜 사람이 있으면 종종 이렇게 뜨고 이건 경찰청에 신원조회를 넘기면 며칠 사이에 풀려서 여권이 나온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난 같이 간 동료-나보다 나이도 무지 어리다-에게 무언가 범죄자가 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웃으면 회사로 돌아왔지만, 속은 까맣게 탄다고 할까?
그리고 지난 몇년동안 행했던 나의 악행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회사앞 횡단보도는 매일 신호등 무시하고 건너다니고, 집 앞 도로에서 무단으로 중앙선 넘어 유턴한것도 무지기수며, 카메라 앞에서만 제한 속도를 지킨 일이며,귀찮다고 쓰레기 분리 수거 대충하고, 누구누구 욕도 많이많이 하고, 거짓말 치고 음주가무를 즐긴 일이며,자기발로 나간 직원을 회사에서 권고사직 했다고 거짓말로 신고한 일이며....세다가 포기할 정도였다. 저 위반 행동을 건건이 과태료를 메겼다면 정말 수백만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어디서 보이지 않는 힘이 정의를 실현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식구들에게도 말 못하고 지난 몇일 영 기분이 그랬는데, 아침에 경찰청에 전화해보니, 적합 통보가 나왔다. 워낙 고결한 인품(퍼벅 ,말이 되냐-_-)의 고유자라고 생각했지만 , 이런 일이 닥치고 나니 도둑이 제발 저린듯 했다. 정말 죄 짓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강심장일까 ?
어쨌든 여권은 이제 나올테고, 이제 미국 비자가 걸린다. 여권도 이리 힘들게 나왔는데, 비자가 과연 나올까? 아 귀찮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나 안간다고 선언해 버릴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