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며칠 맘이 좋지 않았다. 동료와 여권을 신청하러 갔는데, 나만 신원조회미회보가 뜬것이다. 접수하는 사람은 동명이인중에 나쁜 사람이 있으면 종종 이렇게 뜨고 이건 경찰청에 신원조회를 넘기면 며칠 사이에 풀려서 여권이 나온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난 같이 간 동료-나보다 나이도 무지 어리다-에게 무언가 범죄자가 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웃으면 회사로 돌아왔지만, 속은 까맣게 탄다고 할까?

그리고 지난 몇년동안 행했던 나의 악행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회사앞 횡단보도는 매일 신호등 무시하고 건너다니고, 집 앞 도로에서 무단으로 중앙선 넘어 유턴한것도 무지기수며, 카메라 앞에서만 제한 속도를 지킨 일이며,귀찮다고 쓰레기 분리 수거 대충하고, 누구누구 욕도 많이많이 하고, 거짓말 치고 음주가무를 즐긴 일이며,자기발로 나간 직원을 회사에서 권고사직 했다고 거짓말로 신고한 일이며....세다가 포기할 정도였다. 저 위반 행동을 건건이 과태료를 메겼다면 정말 수백만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어디서 보이지 않는 힘이 정의를 실현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식구들에게도 말 못하고 지난 몇일 영 기분이 그랬는데, 아침에 경찰청에 전화해보니, 적합 통보가 나왔다. 워낙 고결한 인품(퍼벅 ,말이 되냐-_-)의 고유자라고 생각했지만 , 이런 일이 닥치고 나니 도둑이 제발 저린듯 했다. 정말 죄 짓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강심장일까 ?

어쨌든 여권은 이제 나올테고, 이제 미국 비자가 걸린다. 여권도 이리 힘들게 나왔는데, 비자가 과연 나올까? 아  귀찮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나 안간다고 선언해 버릴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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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3-1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대단히 차카게 사시는 분이군요.
그 고생을 하고 나서 포기하는 것은 아까우니 그냥 계속 하심이^^;;;

아영엄마 2006-03-1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동명이인중에 나쁜 사람이 있으면 그런 불편함도 생기는군요. 미국 비자가 발급이 더 까다롭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기억이 나는데 뭐 파비아나님처럼 고결한 인품을 가지신 분이라면야 제까닥~ 나오지 않겄습니까! ^^

Mephistopheles 2006-03-13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정도면 착하신 겁니다. -이 댓글을 달은 사람은 메피스토입니다.-

하이드 2006-03-1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김정일'이거나 그러면 USD 송금할때 다 걸려요. 한번 스톱되고 생년월일과 주소를 대거랏! 이렇게 되지요. 혹시 파비아나님 성함이 '김정일'은 아니시죠? ^^

물만두 2006-03-1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그 이름은 아니시구요~ 저는 돈이 없어 안된 사람입니다 ㅠ.ㅠ

sooninara 2006-03-1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리고 저 정도로 여권이 안나오겠어요?ㅋㅋ

paviana 2006-03-1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oninara님/ 축하받을 일은 아닌거 같은데요 ㅋㅋ

만두님 / 저도 돈이 없어 안 될거 같아요. ㅠ.ㅠ

하이드님 / 정말 김정일은 다 걸려요? 오 정말 우리나라 신기하네요. 제 초딩 때 김일성이 있었는데 얘도 얼마전까지 송금 안 됬겠네요.ㅋㅋ

메피님 / 정말 착한 걸까요? 메피님이 그렇게 말씀 하시니 영 신뢰가 안 가네요.킥킥

아영엄마님 / 흑 농담한 걸 가지고 고결한 인품이라고 놀리시다니요. 농담이에요.ㅎㅎ

반딧불님 / 저정도면 그래도 차카게 산 거 맞지요? ^^;;;

Mephistopheles 2006-03-13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걸 노린 걸지도 모르죠.......오호호홋

산사춘 2006-03-14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행이 고작 그거라면 전... 전...

근데 제 친구는 신혼여행 일정이 촉박한데 운동전력 때문에 여권이 안나와서 그 자리서 국정원까지 전화 때리고 울고 불고 다 뒤집어 엎었더니 바로 나온 적이 있어요. 웃으며 나와서는 제게 자랑했다지요. 쳇, 한국 사회란...

혹시 담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괜찮은 악행 하나 기록으로 남기게 마구마구 뒤집어 주셔요.

조선인 2006-03-1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

paviana 2006-03-1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그렇게 웃으시는 건 밝힌 악행들이 넘 약하다는 표현이시지요....

춘님 / 국정원이라..그분 자랑질 하실 만 하시네요. 한국사회가 그렇지요 뭐.;;;

메피님 / 흥 저도 알아챘어요.킥킥

2006-03-14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6-03-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알려주셔서 냉큼 달려가서 문의했봤더니 품절이라고 하더랍니다.철푸덕.. 고맙습니다.

조선인 2006-03-14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미국 비자가 확실히 안 나올 거라는 확신 때문이죠. 아하하하하

paviana 2006-03-1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 저도 안나올거같아서 ....반반의 확률에 걸고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