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밤 나는 태풍이 온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방 창문을 한뼘쯤 열고 잤다. 새벽쯤 블라인드의 줄을 때려대는 엄청난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 바람이 많이 부는구나, 시원하네'라고 무시하면서 계속 잠을 잤다. 그러다 문득 창문사이로 비가 들이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창문을 닫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누웠다. 그런 엄청난 바람 소리 정도는 상큼하게 자장가 소리로 바꿔버릴 정도로 난 무신경한 인간인 것이었다.
하지만 한번 깨어버리면 다시 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친구로부터 들은 누군가의 소식은 잠이라는 피난처로 나를 데려가버렸고, 잠에서 깨어서 밤을 세우기는 싫었다. 그저 창문을 뒤흔드는 무시무시한 바람소리쯤은 무시하고 그냥 잠들고 싶었다.
2. 오늘 아침 나가본 밖은 내가 얼마나 잠퉁이였는지를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아파트에 있던 내 몸통만한(혹 나를 보신 분들중에 설마 그렇게 굵은 나무는 없다고 우기실 분들이 있겠지만) 소나무가 뿌리가 반쯤 나와서 쓰러져 있었다. 주차장쪽에는 아예 줄기가 부러져 있는 나무들도 보였다. 아 이래서 아침에 그렇게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빼라고 방송을 했구나, 더구나 그 자리는 내가 선호해서 가끔 차를 대는 자리이기도 했는데... 동네 횟집 간판도 떨어져 나가 있었고, 도대체 내가 잠에 취해 있는 동안 세상은 아수라장이였다. 나의 무신경함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 아침이었다. 이 와중에 들른 은행에서는 신분증(주민증을 잃어버려 내 유일한 신분증인 운전면허증)과 현금카드를 살포시 내려 놓고 와서 직원이 친졀히 전화까지 걸어 주었다. 참으로 친절한 유과장님 되시겠다. 그래도 찾은 현금대신 신분증을 놓고 와서 참으로 다행이다.
3. 좀전에 호퍼에 대한 그림책을 읽고 있는데
Hopper painted the people and places you might see from the window of a car you drive through different cities and neighborhoods.
가끔 그림책들은 정말 똑 떨어지는 설명을 내게 들려준다.
4. 아이팟 터치 4세대가 오늘 나왔댄다. 그냥 나왔다고요..드뎌 나왔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