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님 페이퍼를 보니 갑자기 생각났다.

지난 목요일에 엄마께서 친구분이랑 스페인 여행을 떠나셨다.
가기 전에 캄보디아 사건의 비행기를 보면서
" 나도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까지 비행기 타는데,설마 저런건 아니겠지?"
" 나참 엄마는 서울에서 제주도갈때 저런 비행기 타? 걱정도 팔자야
  가서 전화나 좀 해. 로밍도 못해가니까 "

그러나 엄마는 여행 떠난 후 일주일 동안 종내 소식이 없으셨다.
급기야 엄마랑 같이 간 친구분의 집에서도 혹시 연락온거 없냐고 우리한테 전화를 거실 정도..
가이드 전화번호라도 적어 놓을걸 하고 후회했지만,
모 별일이야 있겠어.시차때문에 전화하기 어려우시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제 밤, 우리 동네 지역번호가 뜬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상대편에서 아무 말 없다) "
"(멀리서 감이 먼 목소리로 )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구세요"
그 때 어쩌구 저쩌구 수신자 부담 전화이니 아무 번호나 누르세요 라는 멘트가 들린다.
수신자 부담 전화? 나한테 그런거 할 사람 없는데(겁도 없이 누가 수신자 부담으로!) 그래도 일단 궁금하니 아무 버튼이나 눌렀다.
"엄마야.별일없지? "
"(우리 지역번호가 아까 떴으므로 혹시 엄마가 하루 미리 도착했는데, 내가 내일이라고 잘못알았나 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어디야?"
"응 스페인 공중전화지."
" (버스안이었지만 내가 착각한게 아니라는걸 확인하고 버럭) 아니 엄마는 전화 한통 안하면 어케해.아줌마한테도 집에 저나하라고 해.아저씨도 전화오셨어"
"응 아줌마도 지금 했어. 나 낼 간다."
" (그걸 모르겠냐는 의기 양양한 목소리로 )알아 낼 5시반 도착인거"
" 응 나 낼 가니까 회좀 떠다놔 "
"응? " 
"회 좀 사다 놓으라고 "
"(철푸덕)아 .알았어"
"응 끊어.(뚝)"

그렇다. 이제까지 연락도 없으시면서 여행을 즐기시던 엄마가
오기 전날이 되니 그동안 못드신 회가 눈물나게 그리웠던 것이다.
그래서 회 사다 놓으라는 당부전화를 공중전화에서 수신자 부담(!)으로 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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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7-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어머님 참 유쾌하시네요~ ^^

BRINY 2007-07-0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희 아버지는 일 때문에 보통 로밍해가지고 다니시는데, 유럽갈 때 여러나라 가서 로밍 힘들다고 하니, 얼마나 걱정을 하셨던지. 뭐, 결국 2주간 별일 없었습니다.

홍수맘 2007-07-0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비로그인 2007-07-0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엄마들 멋지더라 전,

울 엄마는 너무 순종형에 헌신형이에요.
물론 좋은 엄마지만 때로는 자식들이 죄송스럽고 부담(?)스럽죠...

로드무비 2007-07-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의 어느 날, 저도 우리 주하에게 꼭 저런 전화를. 불끈=3
매력적이시네요. 파비아나 님 맘.^^

paviana 2007-07-0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 님도 회 좋아하시나요? 엄마는 열흘에 한번 정도는 회를 드셔야 되는데 여행가기전에 정신없이 바빠서 회를 못 드시고 가셨거든요. 그러니 회와 소주가 유난히 그리우셨을거에요.

체셔님 / 아들에게는 무한 순종과 헌신형이시지만, 딸년(!)들에게는 거의 전제군주세요.

홍수맘님 / 저도 전화 끊고 나서 전화의 용건때문에 한참 웃었더랬어요. 여동생한테 전화해서 엄마가 회 사다놓으래 햇더니 그럴거 같아서 사다 놓으려고 햇어 라고 하더군요.

BRINY님 / 저희도 로밍해가시라고 했더니 공항에서 SK를 어떻게 찾냐고 귀찮다고 그냥 가시더군요. 얼마전에 중국갔을 때는 열번넘게 전화기에서 자동로밍하는것을 알려드렸는데 전화 불통이시구요.집에서 해 드린다고 해도 그럼 갈때까지 전화못쓰지 않냐고 극구 안하시구요.

해적님 / 전 전화끊고 황당해했어요. 모야 울엄마 아쉬울때만 전화하고..그나마 공황에서 전화해 한밤중에 마트로 달려가게 하지 않았으니 고맙다고 해야겠지요.^^

하이드 2007-07-0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국 가면, 삼겹살, 김치볶음밥, 라면, 갈비탕이 간절하게 먹고싶어요.

Mephistopheles 2007-07-0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필요한 전화 하셨네요..^^
다른건 몰라도 먹고 싶은 음식을 피치못할 사정으로 못먹게 되는 경우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죠...그쵸..하이드님.~~~~=3=3=3=3

paviana 2007-07-0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 뉴욕에도 다 있지 않나요? 제 친구는 뉴욕 갈비가 더 맛있다고 하던데요.

메피님 / 용건만 말하시고 뚝..그 비싼 여행은 충동적으로 확 가시면서 왜 전화요금에 바들바들 떠시는지...

딸기 2007-07-06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우리 엄마도 10여년 전 중국 다녀오시면서 보름 가까이 전화한통 없다가,
오기 전날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몇시에 공항으로 데리러나와요" 하고 끊으신 적 있어요.
아버지랑 둘이서, 참 대단한 엄마일세...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스페인 여행 얼마나 즐거우셨을까. 언니는 스페인으로 한번 뜰 계획 없으신가요. :)

paviana 2007-07-07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스페인..바르셀로나..가우디..눈물나게 가고 싶죠. 돈이랑 시간이 안되니 그게 문제이지요.

향기로운 2007-07-0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랑 소주랑 준비는 잘 하셨어요??^^*

네꼬 2007-07-08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어머님 너무 제 과이셔요. 완전 반갑. ㅋㅋ

paviana 2007-07-0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님 / 동생이 마트에서 무려 2만오천원짜리 회를 사오는 바람에 저도 집에 있던 비장의 와인을 꺼내서 엄만 소주에 저는 와인에(레드와인이었지만 전 가리지 않아요 ㅎㅎ) 둘이 배터지게 먹었지만 남았답니다.

네꼬님 / 저의 엄마 완전 기분파세요.님도 주량이 소주한병이신가요? 전 소주는 세잔이상을 못 먹어서,또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엄마를 항상 실망시켜 드리지요. 그러나 다른 술-맥주,청하,고량주,와인,양주,막걸리,동동주-은 대충 한병정도는 마신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