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 지음, 오경인 옮김, 윤진경 그림 / 느낌표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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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ddy - Long - Legs > '키다리 아저씨' 혹은 '다리 긴 아저씨'라는 제목으로 어린시절에 꽤 자주 접할 수 있었고 읽어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만화영화로도 방송된적이 있었던 작품이다. 주인공인 저루샤 애버트는 고아원원아로서 원내서열1위이자 말년고참으로서 나이가 차서 이제 고아원을 나가야 할 형편이었는데 어느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학비와 일체의 용돈을 후원해주는 대신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써야 한다는 조건을 수락하고 애버트는 대학기숙사에 들어가 생활하게 되며 그녀가 졸업하기까지 그 후원자에게 써보낸 편지가 바로 이 소설의 주내용을 이룬다.

도입부의 고아원시절얘기를 제외하고는 이 소설은 전부 편지의 형식으로 씌여진 서간체소설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내가 읽어본 서간체소설중에서 '풍금이 있던 자리'와 함께 가장 인상깊고 재미있게 읽어본 소설이기도 하다. 저루샤 애버트는 대학에 들어가서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을 숨기고 이름도 주디 애버트라고 바꾸고 생애 처음으로 맛보게 된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녀가 자신의 후원자에 대해 알고있는 사실은 키가크고 깡마른 사람이며 무지하게 돈이 많은 재벌이라는 사실 뿐이다. 그리고 여자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 이 작품에는 작가인 웹스터 자신이 직접 그린 삽화가 삽입되어 있는데 마치 초등학생의 그림일기를 보는듯한 그림이지만 의외로 소설에 매우 잘 어울리며 아주 정감있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인 주디 애버트는 상당히 매력적인 여자이다. 빠릿빠릿하고 영리하고 총기있고 새침데기이며 사회주의자의 경향도 있는데다가 매우 감성이 풍부한 여자이며 약간의 공주병증세도 있고 발랄하고 낙천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재기발랄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활기차고 행동력있는 여성이기도 하다. 게다가 작가지망생이기도 하다. 그녀는 대학시절동안 내내 습작에 몰두하여 몇 번의 출판거절끝에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게된다. 그녀가 자신의 후원자인 다리 긴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자신의 학교생활과 근황, 친구들 이야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자신이 요즘 배우고 있는 학교수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녀의 편지쓰는 스타일을 보면서 내가 글을 쓰는 스타일과도 상당히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수 있었다. 일상생활속에서 소재를 찾아낸다거나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내용에서 영감을 얻는다거나 자신이 요즘 관심있고 흥미있어하는 분야가 무엇인지가 글에 확연히 나타난다거나 심지어는 부르조아에 대한 반발심과 거부감에서 비롯된 사회주의적인 경향까지도 나와 정말 유사하다. 그래서 더더욱 이 작품에 애착이 가고 좋아하게 된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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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의 모험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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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의 주인공인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달걀형의 둥근 머리, 팔자로 굳힌 콧수염, 키가 작고 뚱뚱한 편이며 친구인 헤이스팅즈 박사의 말에 의하면 총상에 의한 고통보다도 옷깃위에 묻은 먼지 한점에 더 큰 고통을 받을것 같다는 말처럼 외모에 대단히 신경을 쓰는 깔끔한 멋쟁이신사입니다. 상당수의 명탐정들이 그러하듯이 에르큘 포와로도 자신의 탐정으로서의 재능에 대단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탐정일을 수행하고 있고 실제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명탐정이기도 합니다. 그 자신감이 너무 지나쳐서 친구인 헤이스팅스박사가 눈쌀을 찌푸릴때도 종종 있지만요.

포와로가 등장하는 소설에서는 주로 친구인 헤이스팅즈박사의 시점에서 얘기가 전개됩니다. 헤이스팅즈 박사는 홈즈에 있어서 왓슨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는데 포와로를 지켜보면서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홈즈와 왓슨 이후 이러한 명탐정과 그의 친구이자 조수이자 극의 화자역할을 하는 파트너가 등장하는 패턴은 추리소설에 있어서의 가장 흔한 유형의 하나가 되었죠.

이 작품은 포와로가 은퇴를 결심한 후 은퇴전에 맡을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의 명성과 이름에 걸맞는 멋진 사건들만 골라서 해결한후 은퇴하기로 마음먹고 사건을 고르게 되는데 결국 고대 헤라클레스의 영웅담에서 모티브를 얻어 헤라클레스가 신탁받은 12가지의 모험담에서 연상해서 자신도 그 신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12가지의 사건을 해결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헤라클레스의 모험순서대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현대판 헤라클레스, 포와로의 모험이 시작되는거죠. 이 단편집은 제목그대로 12가지사건을 수록한 단편집입니다. 고대의 신화를 현대에 접목시켜 사건을 재구성하고 풀어나가는 크리스티 여사의 독특하고 재기넘치는 상상력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입니다. 제가 읽어본 작품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단편집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에 범인으로 나왔던 등장인물이 뒤의 작품에서는 포와로의 수사를 돕는 조력자로 재등장한다거나 하는 등 각각의 단편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이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데 이 단편집에 나오는 범죄(혹은 미스테리)들을 보면 마약, 사이비종교,희대의 살인마의 성형수술에서부터 순진한 남자들을 희생물로 삼는 모녀사기단, 히드라에 비유한 시골마을의 소문, 그리고 마치 한여름밤의 꿈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섞어놓은듯한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가슴아픈 러브스토리까지 헤라클레스가 겪은 고대의 모험들을 현대적으로 아주 잘 되살려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편집으로서는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명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강력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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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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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품은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아시다시피 여성추리작가로서는 가장 유명하고 또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보인 작가이며 추리소설의 공헌을 인정받아 영국의 앨리자베스 여왕에게서 데임(Dame)작위를 수여받은 작가입니다.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으로서는 에르큘 포와로가 가장 유명한데 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포와로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중에서 수수께끼와 서스펜스가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크리스티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직 많은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읽어본 작품중에서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함께 쌍벽을 이루며 크리스티의 작품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교를 발휘하는 걸작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원래 <열개의 인디언 인형>(Ten little indians)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었는데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열개의 검둥이인형>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고 이에 인종차별적인 제목이라는 미국에서의 반발로 인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라는 제목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번역본도 대부분 원제가 아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죠. 사실 저는 크리스티의 이 작품과 전혜린씨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이 항상 헷갈리곤 했답니다.

소설의 줄거리를 보면 '인디언 섬'이라는 무인도에 여덟명의 남녀가 초대를 받아 오게 되는데 섬에는 2명의 하인부부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 초대한 주인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열명의 사람들은 섬에 갇힌채 인디언 동요의 가사내용에 따라 차례차례 살해당하는데.... 이 작품은 전술했듯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과 함께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티의 작품입니다. 서로 알지 못하던 10명의 사람들이 섬이라는 밀폐된 공간에 갇힌채 한 명씩 차례대로 살해당하는 상황에서 살기위해 몸부림치면서 차츰 밝혀지는 그들의 어두운 과거, 서로간의 의심과 의혹이 짙어지며 진범을 잡기위한 살아남은 자들의 두뇌싸움과 그러한 상황하에서의 인간본연의 모습들, 그들간의 갈등과 심리묘사가 아주 탁월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추리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범인의 의외성이 드러나는 결말부분이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추리소설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마 다 읽어보셨을 작품으로 영어에 있어서의 알파벳이요 수학에 있어서의 사칙연산이요 카톨릭에 있어서의 성서라고 할 수 있을만큼 추리소설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먼저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이 뛰어나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15년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때 저는 정말 마지막장까지 범인을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그만큼 마지막 장에서의 범인의 정체를 기술하는 부분은 정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군요. 아무튼 이 작품은 추리소설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며 크리스티의 솜씨를 보여주는 걸작이라는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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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13 - 완결
박하 글, 허영만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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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일컬어지며 이현세와 함께 한국 만화계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만화계의 거목 허영만. 그리고 야설록 이후 최고의 스토리작가로 떠오르며 허영만과 환상의 콤비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박하가 만나서 만든 희대의 걸작만화가 있었으니 일찍이 정우성과 고소영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비트>가 그것이다.
사실 <비트>는 만화자체로도 워낙에 히트친 작품이긴 하지만 영화로 제작되어 또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상당히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이 민은 고교시절 폭력써클의 짱으로서 상당히 이름을 떨쳤던 주먹이었지만 뒷골목생활을 청산하고 착실하게 살아보고자 발버둥치는 가련한 인생이고 그의 연인이자 히로인인 로미는 부잣집귀한 따님에 일류대출신의 재원이며 성격이 상당히 독단적이고 이기적이고 싸가지없고 제멋대로이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보다 성숙해지고 여유로워지고 인간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민은 학창시절 '누워서 뜨는 소'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워낙에 탁월한 파이팅센스를 타고난 인간이라 주변폭력조직에서의 유혹이 끊이지 않을뿐더러 급전을 마련하기위해 친구를 돕기위해 어쩔수없이 주먹세계에 몸을 담게 되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점점더 암흑의 뒷골목세계로 빠져들어가게만 된다. 그러한 별 희망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속에서 오직 구원의 빛이 되주는건 여자친구인 로미뿐이다.

주인공인 이민은 정말 말도 안되는 격투실력을 보여주는데 아마도 예전의 김두한이나 시라소니, 혹은 최영의선생 정도의 레벨을 능가하지 않을까 생각될정도로 엄청나게 강한 격투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록 그가 싸움의 천재이고 주인공인 이상 너무나 멋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만 극중에서 민이의 일상은 싸움처럼 녹록치만은 않다. 싸움터에서야 누구보다도 가장 빛나는 민이이지만 현실생활에서 그는 툭하면 사고치는 사고뭉치에다 대학도 못나온 저학력자요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가진거라곤 먹고사는데 별 도움도 안되는 싸움실력이 전부인 깡패나부랑이일뿐이다.

작가는 이러한 민이와 그의 친구들을 통해서 비록 가진건 없지만 세상을 열심히 살아보려는 젊은 영혼들이 부조리하고 썩어빠진 냉혹한 사회속에서 냉대받고 실패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그리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점과 부패상을 고발하고 있으며 또한 이 땅에서 방황하는 스무살젊은 영혼들의 고뇌와 갈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최강의 범죄신디게이트를 조직하여 주먹계를 장악하려는 친구 태수로 인해 뒷세계에 발을 담그게되는 민이의 활약상에서 비정하고 냉혹한 주먹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로미와 그 주변인들의 모습을 통해 돈 썩어넘칠정도로 남아돌고 일류대에 재학하며 빵빵한 학벌과 재력과 권력과 호사스런 취미를 자랑하는 황금족들의 모습과 달동네밑바닥인생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빈부격차와 계층간 위화감에 시달리는 우리사회의 모습도 보여준다. 민이의 초인적인 쌈마이활동과 로미와의 로맨스를 제외하고 보면 이 만화는 그야말로 20세기 대한민국의 어두운 단면들을 아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는 작품이라는 걸 알수있다.

마지막 결말은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어찌보면 맥이 탁 풀리는 허무하고 기운빠지는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웬지 독자를 배신한듯한, 작가에게 속은듯한 기분이 드는건 나뿐일런지. 그동안 일반적인 만화의 결말관행상 아마도 민이와 로미가 맺어지는 해피엔딩이나 민이가 비참하게 맞아죽는 배드엔딩일거라 짐작했던 보통독자들의 예상을 보기좋게 무너뜨리고 참 싱겁고도 허망하게 결말을 내버리는 그 끝맺음에 참 씁쓸한 입맛을 다셨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건 어찌보면 가장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귀결이며 어쩌면 최고의 해피엔딩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너무나 상투적이고 허구적인 이야기에 익숙해져있었기에 오히려 현실적인 결말이 허구적이고 이색적으로 느껴지게 되었던것 같다. 이 땅의 모든 고뇌하는 젊은 영혼들에게 권하고 싶은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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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개정판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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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는 주지하다시피 영국이 소설가 조나단 스위프트의 대표적인 소설이며 우리에게도 어린 시절 만화나 어린이용으로 각색된 책을 통해 인기동화로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80년대에 출간된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며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당시에는 이 소설의 3부와 4부에 해당하는 후반의 절반부분이 완전히 삭제된채 단지 1부와 2부의 내용만이 소개되었을 뿐이었다.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읽던 우리들은 걸리버가 여행한 이상한 나라는 소인국과 거인국이 있었을뿐 3부와 4부에 등장하는 다른 나라들이 있었다는 사실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혈압오르는 일이 아닐수 없다.

당시 영국사회와 더 나아가서 인류의 본성과 문명을 비판하고 비난하고 신랄하게 조롱하고 풍자했던 이 명작이 몸뚱이가 반으로 뚝 잘려나간채 온통 난도질당하고 사분오열, 능지처참을 당해서 가위질에 걸레가 된 영화필름처럼 너덜너덜해진채로 단순한 어린이용 동화로 변신해서 애들이나 읽는 환타지아동소설정도로나 인식되고 취급받았던 시절에 이 책을 읽으며 꿈과 희망을 키웠던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 우리의 유년기도 꽤나 암울했었다.

이 작품의 내용이 너무 신랄하고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과 조롱을 담고 있어서 작자가 가명으로 출판을 했으며 당국의 감시를 피해 숨어 지내야 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러한 정치적이유로 인해 3부와 4부의 내용이 뭉뚱그레 잘려나가고 1부와 2부의 내용도 그 신랄한 풍자적 요소를 완전히 희석시킨채 단순히 어린이용 환타지동화로서 탈바꿈된 작품이 지난 80년대까지 국내에서 소개된 걸리버 여행기였고 이제 시대가 바뀌어 90년대가 되면서 이제서야 단순한 아동용동화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벗고 당당히 제 모습을 되찾아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는걸 이 책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수 있었다. 그저 어린이동화로만 알았던 이 책이 정치풍자소설이었을 줄이야 꿈엔들 상상이나 했었겠는가. 특히 인간의 본성과 문명에 대한 직접적이고 과격한 비판과 비난과 조롱이 드러나는 4부 말의 나라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아마 내 생각에는 4부야말로 이 작품의 주제와 의도를 가장 압축해서 집약적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한 부분으로 작품의 핵심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의 부정적인 속성과 습성과 본능의 집약체이자 상징물인 야후와 그에 대비되는 이성적이고 현명하며 완전에 가까운 존재인 휴이넘의 삶과 문명의 모습은 인간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의 화살이며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가를 극명히 나타내고 강조하며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요즘이야 이정도 수준의 풍자와 비판은 충분히 수용할만한 사회가 되었다지만 이 작품이 씌여질 당시의 사회를 생각해보면 조나단 스위프트는 참으로 용감한 작가로서 칭찬받고 존경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것이 내 생각이다. 조나단 스위프트가 지어낸 재미있고 산뜻하고 기발하고 신랄하며 날카로운 풍자와 조롱과 냉소와 유머와 위트와 아이러니가 묻어나는 멋진 작품이 바로 걸리버 여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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