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의 모험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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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의 주인공인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달걀형의 둥근 머리, 팔자로 굳힌 콧수염, 키가 작고 뚱뚱한 편이며 친구인 헤이스팅즈 박사의 말에 의하면 총상에 의한 고통보다도 옷깃위에 묻은 먼지 한점에 더 큰 고통을 받을것 같다는 말처럼 외모에 대단히 신경을 쓰는 깔끔한 멋쟁이신사입니다. 상당수의 명탐정들이 그러하듯이 에르큘 포와로도 자신의 탐정으로서의 재능에 대단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탐정일을 수행하고 있고 실제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명탐정이기도 합니다. 그 자신감이 너무 지나쳐서 친구인 헤이스팅스박사가 눈쌀을 찌푸릴때도 종종 있지만요.

포와로가 등장하는 소설에서는 주로 친구인 헤이스팅즈박사의 시점에서 얘기가 전개됩니다. 헤이스팅즈 박사는 홈즈에 있어서 왓슨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는데 포와로를 지켜보면서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홈즈와 왓슨 이후 이러한 명탐정과 그의 친구이자 조수이자 극의 화자역할을 하는 파트너가 등장하는 패턴은 추리소설에 있어서의 가장 흔한 유형의 하나가 되었죠.

이 작품은 포와로가 은퇴를 결심한 후 은퇴전에 맡을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의 명성과 이름에 걸맞는 멋진 사건들만 골라서 해결한후 은퇴하기로 마음먹고 사건을 고르게 되는데 결국 고대 헤라클레스의 영웅담에서 모티브를 얻어 헤라클레스가 신탁받은 12가지의 모험담에서 연상해서 자신도 그 신화에 나오는 것과 같은 12가지의 사건을 해결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헤라클레스의 모험순서대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현대판 헤라클레스, 포와로의 모험이 시작되는거죠. 이 단편집은 제목그대로 12가지사건을 수록한 단편집입니다. 고대의 신화를 현대에 접목시켜 사건을 재구성하고 풀어나가는 크리스티 여사의 독특하고 재기넘치는 상상력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입니다. 제가 읽어본 작품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단편집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에 범인으로 나왔던 등장인물이 뒤의 작품에서는 포와로의 수사를 돕는 조력자로 재등장한다거나 하는 등 각각의 단편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이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데 이 단편집에 나오는 범죄(혹은 미스테리)들을 보면 마약, 사이비종교,희대의 살인마의 성형수술에서부터 순진한 남자들을 희생물로 삼는 모녀사기단, 히드라에 비유한 시골마을의 소문, 그리고 마치 한여름밤의 꿈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섞어놓은듯한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가슴아픈 러브스토리까지 헤라클레스가 겪은 고대의 모험들을 현대적으로 아주 잘 되살려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편집으로서는 추리소설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명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강력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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