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 개정판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신현철 옮김 / 문학수첩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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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는 주지하다시피 영국이 소설가 조나단 스위프트의 대표적인 소설이며 우리에게도 어린 시절 만화나 어린이용으로 각색된 책을 통해 인기동화로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80년대에 출간된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며 유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당시에는 이 소설의 3부와 4부에 해당하는 후반의 절반부분이 완전히 삭제된채 단지 1부와 2부의 내용만이 소개되었을 뿐이었다.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읽던 우리들은 걸리버가 여행한 이상한 나라는 소인국과 거인국이 있었을뿐 3부와 4부에 등장하는 다른 나라들이 있었다는 사실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혈압오르는 일이 아닐수 없다.

당시 영국사회와 더 나아가서 인류의 본성과 문명을 비판하고 비난하고 신랄하게 조롱하고 풍자했던 이 명작이 몸뚱이가 반으로 뚝 잘려나간채 온통 난도질당하고 사분오열, 능지처참을 당해서 가위질에 걸레가 된 영화필름처럼 너덜너덜해진채로 단순한 어린이용 동화로 변신해서 애들이나 읽는 환타지아동소설정도로나 인식되고 취급받았던 시절에 이 책을 읽으며 꿈과 희망을 키웠던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 우리의 유년기도 꽤나 암울했었다.

이 작품의 내용이 너무 신랄하고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과 조롱을 담고 있어서 작자가 가명으로 출판을 했으며 당국의 감시를 피해 숨어 지내야 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러한 정치적이유로 인해 3부와 4부의 내용이 뭉뚱그레 잘려나가고 1부와 2부의 내용도 그 신랄한 풍자적 요소를 완전히 희석시킨채 단순히 어린이용 환타지동화로서 탈바꿈된 작품이 지난 80년대까지 국내에서 소개된 걸리버 여행기였고 이제 시대가 바뀌어 90년대가 되면서 이제서야 단순한 아동용동화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벗고 당당히 제 모습을 되찾아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는걸 이 책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수 있었다. 그저 어린이동화로만 알았던 이 책이 정치풍자소설이었을 줄이야 꿈엔들 상상이나 했었겠는가. 특히 인간의 본성과 문명에 대한 직접적이고 과격한 비판과 비난과 조롱이 드러나는 4부 말의 나라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아마 내 생각에는 4부야말로 이 작품의 주제와 의도를 가장 압축해서 집약적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한 부분으로 작품의 핵심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간의 부정적인 속성과 습성과 본능의 집약체이자 상징물인 야후와 그에 대비되는 이성적이고 현명하며 완전에 가까운 존재인 휴이넘의 삶과 문명의 모습은 인간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의 화살이며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가를 극명히 나타내고 강조하며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요즘이야 이정도 수준의 풍자와 비판은 충분히 수용할만한 사회가 되었다지만 이 작품이 씌여질 당시의 사회를 생각해보면 조나단 스위프트는 참으로 용감한 작가로서 칭찬받고 존경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것이 내 생각이다. 조나단 스위프트가 지어낸 재미있고 산뜻하고 기발하고 신랄하며 날카로운 풍자와 조롱과 냉소와 유머와 위트와 아이러니가 묻어나는 멋진 작품이 바로 걸리버 여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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