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미스터리 2000 - 1
일본추리작가협회 편저 / 태동출판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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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터넷사이트에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했던 책이다. 전부 2권으로 구성되어있는 단편모음집으로서 영미권에 버금가는 추리소설왕국이지만 국내에는 김전일이나 코난같은 추리만화 외에는 대중적으로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추리소설을 다루고있는 단편집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아무래도 장편보다는 단편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분량 안에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사건의 핵심만을 다룰 수 있으며 짜릿한 반전의 묘미를 느끼기에도 발군의 발상력이 돋보이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다루기에도 단편이 장편보다 낫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편보다 상대적으로 읽기도 수월하고 부담도 덜되기 때문에 이러한 단편집의 경우엔 장편이 부담스러운 독자들에게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일본의 추리작가협회에서 선정한 걸작단편들을 수록하고있다. 각각의 작품마다 다양하고 개성적인 특유의 색깔을 지니고 있기에 잘 차려진 뷔페음식을 맛보듯이 맛있는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깊게 읽었으며 최고의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야수의 기억」과 「사용중」을 비롯해서 깜찍한 주인공의 재기발랄한 기지가 돋보이는 「아가씨 출범」, 미스테리의 왕국인 일본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게해준 「가스케의 세기의 대결」 등 다양한 단편들이 포진해있으니 미스테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구입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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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 수사집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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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가 등장하는 세번째 작품이며 단편집인 <포와로 수사집>을 구입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미있고 인상깊게 읽었던 「화요일 클럽의 살인」이나 「헤라클레스의 모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지는 단편집이었다. 워낙에 재미있고 유명한 걸작을 우선적으로 읽다보니 이런 평범한 범작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어버리는 단점이 생기는가 보다.

녹색눈의 우리 벨기에산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유아독존격인 무시무시한 자부심과 자만심을 여지없이 과시하며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모습으로 모든 사건을 깨끗하게 해결한다. 극중에 나온 표현대로 그는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항상 에르큘 포와로를 생각하고 있거나 포와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정말로 도저히 손댈 수 없는 왕자병에 걸린 인물이다.

그 모습이 때로는 정말 짜증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사실 그 자부심대로 그가 세계최고의 명탐정임에는 틀림없으니 뭐 할말 없다. 근데 포와로는 정말 인간적으로 헤이스팅즈를 너무 구박하고 무시한다. 머리 나쁜 그를 골려먹고 놀려주는 게 무척이나 재미있는 듯하다.

사실 우리 성실하고 충직한 헤이스팅즈가 얼마나 포와로를 성심성의껏 그를 보좌하고 보살펴주고 많은 도움을 주었던가. 그런데도 포와로는 헤이스팅즈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나 우쭐거리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이 짜증나긴 하지만 꽤나 귀엽고 앙증맞게 느껴지기도 한다. 멀뚱하게 서서 아장거리며 걸어다니는 한 마리 커다란 펭귄을 연상시키는 포와로.

아아 그런데 이 단편집에 수록된 14개의 사건가운데 유일하게 포와로가 실패한 경험담이 하나 들어있다. 그 콧대높은 포와로에게도 상대방의 속임수에 넘어간 일이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헤이스팅즈에게 약점을 잡힌 우리의 포와로와 그를 놀려주는 헤이스팅즈의 모습으로 이 작품은 끝을 맺는다.

마지막 이야기인 '초콜렛상자'는 정말 우리의 헤이스팅즈를 위해서 참 잘 만든 얘기라고 생각된다. 비록 실수담 한 번 얘기해준 일로 해서 우리의 포와로가 자신의 자긍심과 넘쳐흐르는 자신감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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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 시그마 북스 012 시그마 북스 12
엘러리 퀸 지음 / 시공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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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드루리레인이라는 귀머거리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로서 전작인 < X의 비극 >에 이어서 두 번째로 발표된 소설이다. 주인공인 드루리레인은 세익스피어에 심취한 연극배우로서 귀머거리라는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아주 훌륭한 명탐정의 면모를 보여준다. 사실 현실적으로 청력을 상실한 사람이 그토록 훌륭한 탐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말이다.

사건의 발단은 일명 미치광이 집안이라 불리는 해터가의 가장인 요크해터가 바다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해터가에는 독살미수사건과 에밀리부인 살해사건, 화재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하고 드루리레인과 그의 친구이자 유력한 조력자인 섬경감이 이 사건에 도전하지만 수수께끼는 갈수록 깊어져만 간다. 비정상적인 성격이상자들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해터가의 사람들,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이자 소경인 3중고의 장애자만이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증언자인 상황, 논리적인 모순과 오류만이 갈수록 드러나는 범인의 범행행태의 상식을 벗어난 의외성.

그러나 이 모든 상황들이 결국 드루리레인의 천재적인 재능에 의해 하나의 결론으로 귀착이 되게 되고 독자들은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의외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시리즈는 추리소설사상 가장 훌륭하고 유명한 작품으로 꼽히는 작품들인데 특히나 범인의 의외성 면에서 가장 독특하고 특출한 작가의 재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드루리 레인은 단지 초인적인 재능을 가진 명탐정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깊이 회의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신의 무력함에 가슴아파하는 인간적인 고뇌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더욱 친근감있고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데 다른 독자들은 어떨런지. 추리소설팬들에게는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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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 지음, 주윤정.최세희 옮김 / 이끌리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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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때-이 책의 제목을 봤을때 내가 생각한건 이 책도 지금까지 나왔던 수많은 동류의 책들처럼 그렇게 수박겉핥기식으로 한국의 껍데기만 대충 둘러보는 책이겠거니 하는 생각이었다. 한국생활에서 겪은 자잘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국생활에 대한 칭찬과 한국사람들에 대한 칭찬들이나 디립다 쏟아놓은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책을 봤었는데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버렸다. '버그'라는 제목의 진을 발행하는 문화건달이라는 저자소개와 방송국PD를 보기좋게 따돌린 에피소드를 담은 머릿글을 보면서 그저 그런 가벼운 읽을거리겠거니하고 생각했었지만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처음 내 예상과는 꽤 많이 다른 책임을 알수있었다.

우선 이 책은 자잘하고 아기자기한 생활의 에피소드를 담은 신변잡기식의 가벼운 수필류가 아니었다. 다루고있는 주제자체는 분명 한국이긴한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상당히 다양하고 생소하고 무거운 주제들을 많이 다루고있었다. 한국에 대한 외국의 저서들(그것도 100년도 더 지난 책들이야기)하며 한국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외국SF소설속에 나타난 한국의 모습하며 한국아나키즘운동에 대한 이야기,한국클럽씬의 역사,북한영화이야기, 한국내 무슬림들의 이야기등등 꽤 무겁고 진지한 주제들을 얘기하고있다. 사실 전반부를 차지하고있는 서양인이 쓴 조선에 대한 책이야기나 저자가 만난 외국인들에 대한 인터뷰같은 얘기들은 그럭저럭 가볍고 재미있게 읽어줄만 했지만 후반부에 저자의 친구들이라는 사람들이 쓴 글로 채워진 부분은 상당히 지루하고 읽기 버거웠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우리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한국에 대한 여러가지 다양한 정보와 지식과 시각을 가지게될수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자 이 책의 가치라고 할수있다. 한국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있고 무엇을 얼마나 알고있고 어떤 느낌을 가지고있는지를 엿볼수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외국인의 시각을 통해서 본 한국의 모습을 보면서 시야를 넓히고 인식의 확장을 도모할수 있으며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가질수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수도 있으려나?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 정말 깜짝 놀랐던 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무지막지하게 황당무계하게 느껴지는 한국에 대한 얘기들이다. 한국인이 백인이라는 주장을 폈던 외국인부터 한국인은 중동지역에서 한반도로 이주하여 정착한 유태인이라는 얘기까지. 이 책의 1부인 '한국에 대한 너무나 이상한 이야기들'의 내용은 정말 이상하고도 신기하고 오묘하고 참신하며 재미있다.

이 부분만은 정말 이 책에서 너무나 인상깊고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인데 정말 특히 압권이었던건 예수그리스도가 한국을 방문했었다는 가설이었다. 게다가 저자는 한술 더떠서 예수그리스도가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 대목에 이르러선 정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아스트랄의 경지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던가. 그냥 봐서는 딴지일보의 기사를 보는듯한 이 글이 작자가 정말 진지하게 쓴 글인지 웃자고 쓴 글인지 나는 아직도 헷갈린다. 그런데 뭐 그 사람이 한국사람이어서는 안될 이유도 없잖아?

재미있고 가볍고 쇼킹하고 발랄하고 톡톡튀는 유머러스한 글과 무겁고 어지럽고 두뇌를 혹사시키는 짜증나는 현학적인 글이 혼합되어있는 이 책은 나름대로 읽을만한 가치는 있는걸로 평가된다. 내게 있어서는 이 책은 반으로 뚝 잘라서 앞부분은 재미있게 읽은 부분, 뒷부분은 별로 읽고싶지않은-무겁고 재미없는 부분으로 딱 나위어진 책이었다. 아마도 1부만큼은 별다른 거부감과 저항감과 부담감없이 정말 재미있게 읽을수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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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그리폰 북스 18
아서 C. 클라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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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일명 빅3로 불리는 아서 클라크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높은 SF작가중의 한명이라고 할 수 있는바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영화화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원작자로서 영화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있는 작가가 바로 아서 클라크이기도 하다. <유년기의 끝>은 인류와 외계인과의 최초의 접촉과 그로인해 촉발되는 인류의 진화과정을 다룬 소설인데 그의 대표작중의 하나로서 평소 호기심과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얼마전에서야 비로소 읽어볼수 있었다. 사실 이 작품을 읽기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대강의 줄거리와 작품의 특징들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흥미도와 신선도가 좀 떨어지긴 했지만 상당히 재밌고 즐겁게 읽을수 있었으며 기본적으로 어느정도의 재미는 보장해주는 작품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한가지 정말 안타까운 점은 이 작품을 10여년전쯤에 접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을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 개체의 집합인 인류가 아니라 하나의 단일지성체이자 단일의식으로서 진화해나간다는 기본스토리는 이미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을 통해서 익숙해져버린 소재였으니 말이다. (사실 <유년기의 끝>이 <신세기 에반게리온>보다 먼저 나왔기에 에반게리온이 유년기의 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내가 먼저 감상한게 에반게리온이었고 그 다음에야 유년기의 끝을 읽게 되었으니 이는 어쩔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이 작품은 오버로드라 불리는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거대한 우주선이 세계주요도시의 상공에 나타나는 장면은 일견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의 오프닝부분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거대한 UFO의 출현에 당황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오버로드는 상당히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지구인들을 다스리며(?) 지구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데 외계인에 의해서 지구에는 전쟁도 사라지고 경제문제도 말끔히 해결되며 국가간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각종 사회문제도 사라지는 등 그야말로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태평성대를 누리게된다. 그리고 오버로드의 계획에 의해 결국 인류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새로운 존재로 진화하게되는데....

작자의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와 고찰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인류의 최종진화단계를 보며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 다를듯하다. 사실 지금 내입장에서는 전혀 상상조차 가지 않는 인류진화의 최종단계는 과연 진정한 진화일까? 진정 올바른 인류의 모습이고 행복한 인간의 모습일까? 각 개체로서의 자각과 독립성이 모두 없어진채 온인류가 하나의 정신공동체-집단공동체- 단일지성체-의식공동체가 되어버리다니 그게 과연 우리에게 행복한 결말일런지. 각 인간개체하나가 흡사 개미집단의 한마리 개미같은 존재, 한생명체의 하나의 세포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니 내게 그건 진화라기보다는 퇴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진화와 퇴화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SF팬이라면 이미 접견을 해봤을 작품이고 일반독자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어볼만한 책이며 에반게리온의 팬들에게는 또한 인류보완계획의 아이디어원형을 엿볼수있는 책일수도 있을것이다. 책말미에는 고장원씨의 작품해설이 첨부되어있는데 이 작품을 비롯해서 외계지성과의 만남과 인류의 진화에 대한 아서 클라크의 다른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연대해서 설명한 이 글은 아서 클라크의 작품세계는 물론 SF소설속에서 다뤄지는 이러한 주제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과 인식의 폭을 넖혀줄 것이다. 전혀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한 이 신인류를 인간이라고 부를수 있을것인가? 이 작품에 나타난 진화의 최종단계란 어찌보면 인류라는 종족자체의 멸종이 아니던가. 유년기가 끝난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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