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끝 그리폰 북스 18
아서 C. 클라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작 아시모프,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일명 빅3로 불리는 아서 클라크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높은 SF작가중의 한명이라고 할 수 있는바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영화화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원작자로서 영화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있는 작가가 바로 아서 클라크이기도 하다. <유년기의 끝>은 인류와 외계인과의 최초의 접촉과 그로인해 촉발되는 인류의 진화과정을 다룬 소설인데 그의 대표작중의 하나로서 평소 호기심과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얼마전에서야 비로소 읽어볼수 있었다. 사실 이 작품을 읽기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대강의 줄거리와 작품의 특징들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흥미도와 신선도가 좀 떨어지긴 했지만 상당히 재밌고 즐겁게 읽을수 있었으며 기본적으로 어느정도의 재미는 보장해주는 작품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한가지 정말 안타까운 점은 이 작품을 10여년전쯤에 접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을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 개체의 집합인 인류가 아니라 하나의 단일지성체이자 단일의식으로서 진화해나간다는 기본스토리는 이미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인류보완계획을 통해서 익숙해져버린 소재였으니 말이다. (사실 <유년기의 끝>이 <신세기 에반게리온>보다 먼저 나왔기에 에반게리온이 유년기의 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내가 먼저 감상한게 에반게리온이었고 그 다음에야 유년기의 끝을 읽게 되었으니 이는 어쩔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이 작품은 오버로드라 불리는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거대한 우주선이 세계주요도시의 상공에 나타나는 장면은 일견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의 오프닝부분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거대한 UFO의 출현에 당황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오버로드는 상당히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지구인들을 다스리며(?) 지구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데 외계인에 의해서 지구에는 전쟁도 사라지고 경제문제도 말끔히 해결되며 국가간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각종 사회문제도 사라지는 등 그야말로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태평성대를 누리게된다. 그리고 오버로드의 계획에 의해 결국 인류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새로운 존재로 진화하게되는데....

작자의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와 고찰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인류의 최종진화단계를 보며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 다 다를듯하다. 사실 지금 내입장에서는 전혀 상상조차 가지 않는 인류진화의 최종단계는 과연 진정한 진화일까? 진정 올바른 인류의 모습이고 행복한 인간의 모습일까? 각 개체로서의 자각과 독립성이 모두 없어진채 온인류가 하나의 정신공동체-집단공동체- 단일지성체-의식공동체가 되어버리다니 그게 과연 우리에게 행복한 결말일런지. 각 인간개체하나가 흡사 개미집단의 한마리 개미같은 존재, 한생명체의 하나의 세포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니 내게 그건 진화라기보다는 퇴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진화와 퇴화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SF팬이라면 이미 접견을 해봤을 작품이고 일반독자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어볼만한 책이며 에반게리온의 팬들에게는 또한 인류보완계획의 아이디어원형을 엿볼수있는 책일수도 있을것이다. 책말미에는 고장원씨의 작품해설이 첨부되어있는데 이 작품을 비롯해서 외계지성과의 만남과 인류의 진화에 대한 아서 클라크의 다른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연대해서 설명한 이 글은 아서 클라크의 작품세계는 물론 SF소설속에서 다뤄지는 이러한 주제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과 인식의 폭을 넖혀줄 것이다. 전혀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한 이 신인류를 인간이라고 부를수 있을것인가? 이 작품에 나타난 진화의 최종단계란 어찌보면 인류라는 종족자체의 멸종이 아니던가. 유년기가 끝난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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