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新蝨犬說


어떤 손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어제 저녁엔 아주 좋은 영화를 보았습니다.
 <시민 케인>이라는 영화인데 보통 전문가나 평론가들이 선정한
 걸작100대영화목록에 빠지지않고
 선정되는 아주 훌륭한 작품입니다.
 저는 앞으로 이렇게 작품성이 뛰어난 훌륭한 영화들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어제저녁에 <주성치의 007>을 보았습니다.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참 볼만하더군요.
  앞으로 주성치의 영화들을 한번 찾아서 볼 생각입니다."

 손이 실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주성치는 대중의 인기에나 영합하는 개그맨이 아닙니까?
 그 너저분한 화장실유머와 말도 안되게 황당무계한 설정에
 몸으로 때우는 슬랩스틱식 억지웃음으로 필름을 낭비해대는
 그런 싸구려영화의 주인공이 주성치 아닙니까?
 나는 평론가들이 극찬하는 작품성 뛰어난 영화를 얘기했는데
 굳이 그런 허접하고 조잡한 상업영화를 얘기하시다니
 이는 필연코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대들었다.

 나는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무릇 영화란 관객이 보기에 아무리 조잡해보이고 허접해보이고
 재미없게 느껴질지라도 감독과 배우를 비롯한 모든 제작진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들어가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흥행하기를 원하고 작품성을 인정받기 원하는 것입니다.
비록 감독의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배우의 연기력이 부족해서
혹은 제작비가 모자라서 영화가 조악하게 만들어졌다해도
그렇게 못만들어진 실패한 영화들을 통해서 결국엔 대작도 나오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도 나오는 것입니다.
90%의 쓰레기가 없다면 10%의 걸작이 나올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비록 전문적인 평론가들이나 일반대중들에게서 외면받는 영화일지라도
그 영화만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발견해내서 열광하는 소수의 매니아들이
존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문화의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흥행작이나 대작만이 아닌
다양한 영화들이 필요한 것이며 그중에서 한가지 예로 들수있는것이
주성치영화이기에 이를 언급한 것입니다.

당신은 주성치를 폄하하기에 앞서 먼저 그의 영화를 다시 한번
감상해보고 생각해보십시오.

지저분한 유머와 과장된 연기와 허접한 슬랩스틱개그뒤에 숨겨진
진솔한 소시민정서,B급정서,낙오자정서,따뜻한 휴머니즘을 느껴보십시요.
주성치라는 배우만이 전해줄수있는 진한 감동의 페이소스를 찾아보십시요.

이를 느끼지 못하고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외양만을 보고서
주성치 영화를 감히 싸구려영화라 단정하는것은 성급한 행동입니다.
 

당신은 물러가서 눈 감고 고요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영구와 땡칠이>를 <반지의 제왕>과 같이 보고,
<소림축구>를 <블레이드러너>와 동일시하도록 해 보십시오.
연후에 나는 당신과 함께 영화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WRITTEN BY PAROLANTO

* http://parolanto.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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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구해준 문화상품권으로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작품인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아르센 뤼팽의 어떤 모험"을 구입했다.  이제 드디어 까치글방의 뤼팽시리즈를 다 모은 셈이다.

세계최초로 완벽한 전집을 출간한 까치글방과 역자인 성귀수씨에게 뤼패니앵의 한 사람으로서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을 올리고싶다.  이로써 추리소설에 처음 맛을 들이게 해줬던 두명의 영웅이자 80년대추리소설애호키드가 가장 선호했던 양대산맥인 뤼팽과 홈즈의 전집을 모두 소장하게 되었다. 

얼마전에는 옥션에서 우연히 역시나 어린시절의 추억이 묻어있는 매거크 소년탐정단 시리즈가 올라와있는걸 보고 바로 구매를 해서 오늘 책이 도착했다.

오래된 책이라 세월의 흔적이 남아서 누렇게 바래고 먼지가 낀 데다가 마지막권의 마지막장이 뜯어져나간 터라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생각지도 않았던 유년기의 추억을 다시 만난 기쁨에 가슴이 설레인다. 태생자체가 어린이용 추리소설이라 쉽게 쉽게 가볍게 읽을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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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충직한 빅투아르 말씀이죠?"
"그렇소. 나 역시 그 사람을 나 자신만큼이나 신뢰한다오.
 자, 어서 갑시다!"

자고로 뤼팽은 타인의 사유재산권은 별로 존중하지 않으면서도,
자기것에는 누구든 절대 접근 불가를 고수하는 타입이지요.

- 모리스 르블랑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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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런틴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4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SF팬들사이에서는 엄청난 기대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며 실제로 책이 나온후 열렬한 환호와 찬사를 받고있는 책이지만 내게는 그야말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다. 이미 양자역학을 다루는 하드SF라는 얘기를 들을때부터 읽기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하고있었지만 이 정도로 소화하기 힘든 책일줄이야.

심지어는 작품에 대한 해설과 감상조차도 내게는 어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가지 궁금한건 이공계출신이나 물리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사람들은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을까하는 점이다. 물리지식이라고는 중학교 물상시간에 배운게 전부인 나로서는 도무지 알아들을수없는 개념들과 용어들이 난무하는 이 책은 원서로 읽으나 번역서로 읽으나 별 차이가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어차피 이해못할 얘기들일뿐이니 말이다. 가장 핵심적인 개념중의 하나인 확산과 수축이 도대체 무엇인지조차 파악할수가 없었던 자신의 무지함을 탓해야하는걸까.

내용자체를 거의 이해하지못하니 당연히 재미를 느낄수가 없었다.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며 다양한 감상과 소견을 내놓는 독자들에게 그저 부러움을 느낄 따름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작품은 어느정도 준비된 독자가 아닌 다음에야 쉽게 접하고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SF소설에 익숙하고 어느정도의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나에겐 행복한 책읽기가 아니라 당혹스러운 책읽기의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뭐하는 고양이인지도 모르는 사람으로서 책을 손에 들었다가 자신의 무지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기전에 교양과학서라도 들춰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패배감과 자괴감을 느껴보기도 참 오랫만인것같다.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을 알아들을수있는 독자라면 재미를 느낄수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상당히 읽기에 버거운 작품이 될듯하다. 이 책은 그 이해정도에 따라서 SF매니아와 초보자 혹은 일반인을 가름할수있는 리트머스지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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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횡단 특급
이영수(듀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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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작가로 유명한 듀나의 단편소설집이다. 국내창작SF작가가 전무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국내SF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나름대로의 인지도와 인기를 확보하고있는 작가로서 그 존재자체만으로도 국산SF에 목마른 팬들에게 반가운 단비와 같은 작가라고 할수있다. 이 책에는 모두 13편의 작품들이 실려있는데 독자들의 SF에 대한 소양에 따라서 각각의 작품을 대하는,그리고 이 책 전체를 대하는 느낌과 감흥이 천차만별일것으로 생각된다. SF소설이라는게 어느정도 작품을 많이 읽어봤고 장르의 관습적구조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는 쉽게 읽히는 재미있고 익숙한 작품일지라도 사전지식이 전혀없고 기존에 접해본적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쉽게 이해할수없고 받아들일수없는 껄끄러움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준비없이도 재미를 느낄수있는 단편들도 있지만 준비물없이 읽었을때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진정한 재미를 만끽할수없는 단편들도 많기 때문에 SF소설을 처음으로 접해보는 독자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것이다. 나역시도 이 책을 읽으면서 행간에 숨겨진 의미나 SF팬덤만이 알아차릴만한(마니아들만이 낄낄거리며 웃어제낄수있는) 작품속에 내포된 SF적요소들이 무엇일까에 신경쓰다보니 편한맘으로 마냥 재미있게 읽을수있었던 작품은 몇편 되지않았다. 게다가 듀나의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100% 즐길수 있으려면 작품의 전반을 통해 나타나고있는 작가의 문화적취향과 박학다식함을 자랑하는 잡다한 배경지식과 다양한 취미들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에 그의 작품을 읽기는 더더욱 버거워진다.

단적인 예를 들면 듀나의 헐리웃하이틴로맨스물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된 단편에서는 나는 전혀 아무런 재미도 감흥도 느낄수없었으며 책을 덮어버리고싶은 짜증감만을 느꼈을뿐이었다. 하이틴로맨스물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가지고있는 내게는 그 작품은 개인적인 취향에 너무나도 어긋나는 작품인데다가 극중에 인용되는 숱한 프로그램과 배우이름들을 도통 알아먹을수가 없으니 그야말로 짜증을 배가시키는 작품이 될수밖에 없었던것이다.

물론 SF와 듀나에 대한 사전대비와 공부를 포기하고 그냥 재미로 가볍게 읽을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아무래도 듀나의 SF소설들은 그렇게 부담없이 가볍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앞으로 국내에 SF의 저변이 확대되고 팬층이 넓어지며 듀나와 같은 작가가 수십명이 활동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쯤에는 국내에서도 이런류의 국내창작SF단편집을 조금은 편하고 가볍게 읽을수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날이 오기전까지는 나같은 초짜SF입문자들은 듀나의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기위해서라도 여전히 인터넷과 도서관과 서점을 돌아다니며 SF에 대한 지식을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만할것이다. 듀나의 다음작품에 다시 감상을 달게될때쯤에는 지금보다 SF에 대한 식견이 조금은 더 깊어져있길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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