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음력 8월1일. 아버님이 가신이 만1년이 되는 날이다. 윤달이 있어서 작년에 양력9월4일이었는데 올해는 약20일정도 뒤로 밀려 기일을 맞이했다. 참으로 빨리간 1년이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빨리간다는데 1년전의 오늘도 그런 생각을 했을텐데.. 지금 30중반이 넘어버린 지금은 이제 노후와 죽음을 생각안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거 같다. 그래서 참 인생을 어떻게 하면 헛되지 않고 후회하지 않게 살수있는지 매일매일 나에게 주어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제는 교회목사님과 전도사님이 우리집에서 추모예배를 진행했다. 작년 요맘때쯤 추도예배를 집에서 드렸을 때가 생각났다. 교회를 어머님 성화에 못이겨 띠엄띠엄 다니고는 있지만 내맘속에 신앙심이란 별로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 그냥 교회에서 찬송부르고 목사님 설교말씀듣는 자체가 분위기가 조용하고 경건해서 가는것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집에서 애사가 있거나 경사가 있을시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 절대자에게 애원하고 도와달라고 한목소리로 기도한다는 것은 별로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런 날이면 찬송가도 잘따라부르고 아멘소리도 잘나오는것 같다. 제대로된 믿음을 갖기엔 나는 아직 부족한게 많고 너무나도 교만하다는 생각을 지울수 가 없다.
날씨가 아직도 덮다. 태풍이 한번쯤 와서 쓸고가야할 시기인데 무사히 그냥 건너가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저녁에 때도 모르고 달려드는 모기란 놈때문에 밤을 설치고 약을 뿌리고 씨름을 한다는 것이 참 신경질이 난다. 반팔 티셔츠를 다시 꺼내입고 납골당엘 갔다. 숙연하고 적적한 분위기.. 차를 몰고 납골당 입구에 다다르면 '그리운 사람이 있어 그리운 곳'.... 이라는 글씨가 걸려있어 어쩐지 애인이나 여자친구를 만나러가는 교외의 한저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연상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 망자가 한줌의 유골로 납골당내로 안장되는것 같았다.
아버님의 함에 새로 장식할 조화를 사고 오랜만에 뵙는 아버지에게 묵념을 했다. 그냥 아버지의 살아계실때의 그런 모습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져 고통이 없고 무아의 세상에서 우리를 기다리시겠지.. 그리고 항상 도와주시리라고 생각하고 살아생전에 못이룬 것에 대해서 바통을 내가 이어 받았다라는 사명감.. 그런 생각들이 났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젊은 나이에 요절한 사람들의 함이 여기저기 눈에 띄였다. 군인, 학생, 이제 막 결혼한 신혼의 여자.. 젊은 애기아빠.. 저들은 어떤 사연들로 이렇게 여길 찾아왔을까 하는 의구심.. 괜히 짧은 생을 마감한 그네들을 생각해보니 눈물이 핑돌뻔했다. 얼마나 기구하고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졌으랴... 죽은 사람들의 사진은 또 유난히 멋지고 아름다왔다.. 세상에 살면서 언제든 저런 짧은 생으로 끝나야 할지 그 누구가 장담하랴.. 한번씩 올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
아버지의 유골함앞에 놓인 나와 아버지의 사진.. 약간은 허전하고 외로워 보인다.. 옆에 가족사진이라도 챙겨서 꾸며놓아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