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2월
절판


나는 꽤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여러번 읽어 아끼고 싶은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그 책들을 평생 볼 것이다. 책 한 권을 천천히 여러 번 여러 시기에 걸쳐 평생 읽게 되면 그 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면 나 또한 알 수 있다. 생각할 것 없는 쉬운 독서와 킬링 타임의 통속성 속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배움과 독서의 향기를 선사하는 책은 많지 않다. 그러나 향기를 선사하는 책은 다 읽고 버리는 책이 아니다. 평생을 곁에 두고 봐야 한다. 좋은 책이란 마음이 떨어진 낙엽처럼 바스러질 때, 혹은 바람에 날려 어디로 날아갔는지조차 알지 못할 때 몇 페이지 펼쳐보면 청량함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책은 책이라기보다는 향기다.
책을 읽는 것은 저자와 함께하는 여행이다. 마치 붉고 정정한 적송들이 즐비한 오솔길을 산책하는 듯하고 대숲이 우거진 암자에 앉아 바람을 쐬는 것 같다. 천천히 책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상쾌하고 시원하다. 그것은 깊은 여행이다. 그와 나 혹은 그녀와 나만의 매우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여행이다. 여행이 그 정도는 되어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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