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길을 걷다가 넓은 강을 만났다. 나무를 잘라 뗏목을 엮어 강을 건넜다. 건너고 보니 정성 들여 만든 뗏목을 버리기 아까웠다. 그는 뗏목을 짊어지고 걷기 시작했다. 제대로 나아갈 리가 만무했지만 그는 뗏목을 버릴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결국 뗏목 때문에 그는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쓰러져 버렸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 이재철, <새신자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