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 - 1318 어려운 자녀 쉬운 사용 설명서
이병준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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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특이하다. 약간의 거부감이 일어나면서도 내심 후련한 마음이 드는 제목이다. 왜일까? 욕의 미학이랄까? 버릇없는 녀석들에게 ‘이 싸가지 없는 놈’이란 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뜩이나 드는 참에 싸가지란 제목을 보니 나도 모르게 연관 지어진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와 자녀양육과 교육에 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알게 된 터라 한껏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 집어든 책이다. 그런데 책 표지가 그다지 마음에 흡족하지 못하다. 왠지 싸구려 느낌이 들고 가벼운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어떻게 싶은 마음에 기대감 없이 몇 장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세 시간을 나도 모르게 훌쩍 넘겨 버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독서삼매경’에 빠졌던 것이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쓴 용어를 빌리자면 ‘몰입’된 상태로 책을 읽어 나갔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을까? 남의 이야기가 아닌 때문이다. 마치 우리 집 아이들을 눈앞에 대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선명하게 사건이 전개되었고, 한 장 한 장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변화들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도록 압박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저자는 당당하게 ‘청중을 졸게 만드는 건 전적으로 강사 책임!’이라 말할 정도로 강의를 재미있게 하기로 유명하다. 현장에서 노래와 기타를 쳐주기도 하면서 청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강의를 한다. 그는 이미 <남편사용설명서> <아내사용설명서> <가족의 탄생> 등의 책을 썼으며, 넷향기에서 동영상 강의를 고정으로 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는 강사다.



이 책의 강점이자 장점은 ‘다 큰 자녀’ 코칭이라는 점이다. 십대의 시기를 보내는 누군가의 표현대로 ‘폭탄’ 또는 ‘외계인’들을 다루는 코칭 전문서적이라는 점이다. 저자도 밝히고 있지만, 자녀양육서나 교육서적들은 대개가 십대 초반까지의 어린 초등학생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청소년기나 십대 후반을 다루는 서적들은 심리학이나 공부법, 아니면 십대를 공감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싸가지 없는’ 녀석들을 실제로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단지 이론만을 제공하는 책이 아니다. 예준(가명)이라는 아이를 실제로 코칭하며 올바른 훈계를 통해 교육하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예준이는 찾아보기 힘든 문제아가 아니다. 우리의 자녀이며, 학교와 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보통의 아이들이다. 하루에 몇 시간씩 컴퓨터를 하며, 입에는 뽀얀 연기를 내뿜고 다니고, 욕을 달고 다니는 녀석이다. 엄마 알기를 지나가는 개 수준 이하로 보는 현대의 평범한 아이인 것이다. 성적도 반에서 중하위권을 다투는 아이다. 더구나 초등학교 5학년 때 ADHD판정을 받고, 그것을 면죄부로 모든 것을 받아 누리는 특권도 가진 아이다.

 

그동안 필자는 자녀양육에 대한 수많은 책을 읽고, 부모60분, 아이가 달라졌어요 등의 양육프로그램을 봐왔다. 머릿속에는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풍부하고 높은 질의 ‘양육정보’가 가득하다. 문제는 실전에서 써 먹을 수 있는 무기가 없다는 것이다. 짜증내고 투덜거리는 아이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면 다시 부모 60분을 보면서 내일은 저렇게 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다시 내일이 되면 머리가 텅 빈 상태가 되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 책은 실전에 약한 분들에게 특효약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가공하여 만든 내용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드라마를 보듯 영상들이 스쳐 지나간다. 어떻게 아이를 대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야단치고 훈계할지를 상황 속에서 보여준다. 그동안 읽어왔던 양육서적을 총정리 하여 마지막 리허설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와 같이 양육서적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이 책은 실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싸가지 없는 자녀들을 코치하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이 생각의 전화를 해야 하고, 분명한 규칙과 상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녀와의 심리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녀가 던지는 미끼를 물지 말라고 당부한다. 아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부모의 사랑을 빌미로 무자비하게 이용해 먹고, 자신은 더욱 싸가지 없는 녀석으로 자라난다. 자녀와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먼저 부부의 연합전선이 필수적임을 빠뜨리지 않는다. 양육은 엄마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아빠효과에서도 말해주듯이 아빠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결국 다 큰 싸가지 코칭은 부모가 먼저 치료되어야 하고,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과 대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함을 말해준다. 저자는 자녀를 치료하고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자녀를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가족의 일에 참여시키고, 아이와 함께 해주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 결코 어렵지도 불가능하지도 않다. 도전하는 자에게 큰 복이 있을 것이다.

 

밑줄 긋기

 

어떤 면에서 예준이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들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면에서 지금 예준이는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할 때인데 그런 행동을 하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모도 ADHD 때문에 모든 것을 용인해 주고 있습니다.(57)

 

그때의 심리적 메커니즘은 ‘거절감’입니다. 사람은 거절당할 때 분노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누가 무슨 말을 하던 일단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103)

 

문제아 이면에는 반드시 문제의 부모가 있습니다.(138)

 

사람은 훨씬 더 감정적이고 접촉을 필요로 하며 의미와 가치에 따라서 행동하는 존재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138)

 

 

부모가 권위를 가지고 있을 때 인격적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고 인격이 바탕이 된 처벌은 자녀를 건강하게 만듭니다.(184)

 

문제를 만든 당사자자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또 직접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면 스스로 생각하게 되거든요.(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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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밥상머리 교육의 비밀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리더스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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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끼의 식사, 그 놀라운 능력을 온몸으로 알게 해준 멋진 책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소훌히 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식사시간을 통해 새로운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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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관심도서 목록


장마가 한 창입니다. 7월초까지 마른 장마 때문에 온 나라가 가뭄에 시달리더니 7월을 넘긴 후부터 쏟아지는 물난리에 정신이 없네요. 그렇다고 걱정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분들이 있으니 이름하야 우산장수들이죠. 환경은 바꿔도 손해보는 사람과 득을 보는 사람은 늘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울면 누군가는 즐거워하니 말입니다. 만루홈런을 치면 타자는 즐거운 비명을 투수는 괴로운 한숨을 쉬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요. 그러니 저는 그냥 장마 속 한가운데서도 열심히 책을 읽고 저의 길을 가렵니다. 



1. 제가 살고 싶은 집

아직 출간된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요즘 저의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기에 올려 봅니다. 표지가 정말 맘에 듭니다. 책을 워낙 좋아하니 서재로 가득찬 집이야 말로 제가 꿈꾸는 집이랍니다. 이 책은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삶을 나누며, 인생 철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저마다 살고 싶고, 만들고 싶은 집이 있죠. 저는 먼저 넓은 뜰이 있는 마당 넓은 집이 좋습니다. 1층은 거실과 가족들의 방이 있고, 2층은 오직 서재실로 사용하고 싶네요. 아내와 아이들은 싫어하겠지만 말입니다.





2. 나물이네 알뜰밥상

큰 아이는 아토피에 걸려 늘 긁고 다닙니다. 그래서 피자니 콜라 같은 것은 얼씬도 못하게 하죠. 그러니 얼마나 먹고 싶을까요. 가끔씩은 알고도 모르는체 해주지만 보고있는 부모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채소로  맛있게 맛드는 책만보면 눈이 번쩍 뜨입니다. 간단하면서도 웰빙 식탁을 간편하게 꾸릴 수 있어 정말 괜찬은 책입니다.

지난달부터는 아내가 드레싱을 사서 채소위에 듬뿍 뿌려주니 아이가 생각보다 좋아합니다. 물론 오리고기도 조금 담아서 주니 말입니다. 패스트푸드로 망가지는 아이들 몸, 나물이 가득한 밥상으로 치료해 주면 어떨까요?



3. 태아 성장 보고서

KBS에서 3부작으로 만든 다큐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못보신 분들.. 아니면 놓치고 싶지 않은 분들은 꼭~~~ 사서 보시기 바랍니다. 10년이란 결코 짧지 않는 취재기간과 연구등을 통해 밝혀낸 뇌발달 보고서입니다 결론은 뇌는 태아부터 3세까지 거의다 완성 된다고 하죠. 그만큼 태교와 영유아기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바로 이시기에 부모들은 아무것도 모르는체 시간을 보내고 말죠. 저는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지난 세월입니다. 

정말 좋은 책이니 꼭 보시기 바랍니다.




4. 충분한 부모

정말 이 세상에 충분한 부모가 있을까?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충분한 부모가 되기를 노력해야 하는것은 부모로서의 당연한 과제요 도전이다. 어린 유아기에서 창소년기까지의 부로노릇을 하기에 필요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저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치료하는 몸마음 클리닉의 손성은 원장이다. 이론과 실전에 강한 탁월한 가르침으로 가득차있다. 

답답하기 그지 없는 마음으로 책을 대하지만 읽고나면 한결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다. 자녀교육 결코 쉽지 않지만 배우고 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부모노릇하기 어려워말고 열심히 배워봅시다.



5. 10대가 아프다

올해 초 경향신문에 연재된 기사를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지치고 상한 십대들의 마음과 삶을 취재하여 보고하고 있습니다. 십대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만나고 상담을 했습니다. 폭압적인 경쟁교육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아이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지 않으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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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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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을 합리적을 돕는 비결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과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갈까? 우리는 대개 가난한 사람은 어리석은 생각과 판단을 할 것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이러한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구제 외에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다. 또 다른 부류에서는 그들에게 무상으로 모든 것을 제공해 주고자하는 인도주의로 몰고 가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편견을 사로잡고 가난한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말하고자 한다. 즉 가난한 사람은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사고를 하며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는 서문에서 이미 답을 제시해 준다. ‘하루를 99센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에 많은데, 이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9쪽) 옳은 말이다. 그들이 가난한 이유는 가난에서 벗어날 제도적 장치가 결핍 되어있기 때문이여, 그들의 선택은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본능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인식하는 세상과 가난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같은 세상이 아닌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 책의 목적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과 선택을 연구해 세계적인 빈곤에 맞서 싸우는 방법을 찾는 데 있는 것이다.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1부에서 몇 가지를 들고 있다. 요약해 본다면 부자들이 갖고 있는 상식적인 지식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불가피하게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만 부르게 하는 싸구려 음식이 아닌 영양이 골고루 갖춘 식단을 선호하지 않으며, 약간의 돈을 지불하여 예방 주사를 맞히면 자녀들의 교육을 한층 더 높임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따지면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았을 경우보다 수십 배의 수입을 추가로 얻을 수 있음에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장기적인 안목의 결여로 인해 가난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값싼 곡물만을 주려는 어리석은 사고를 버리고 좀 더 체계적이고 제도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2부에서 그는 보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업자금을 대여함으로 스스로 재능을 살려 소득을 얻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넛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반강제적인 저축을 권장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자제심이 부족하고 오늘 당장 그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목표 액수가 다 차기 전에 되돌려 받지 못하는 적금도 좋은 방법이다. 저자는 심지어 뇌과학을 빌어 가난한 사람은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분비되는 ‘코르티솔’ 때문에 더욱 충동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한다.(274쪽) 쉽게 말하면 가난은 생각만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뇌까지 지배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가난한 사람들은 단순히 게으르고 천성적으로 태만하기 때문에 가난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본능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국가 그들을 돕기 위해서는 좀 더 진지하고 현명한 방법을 찾아 합리적으로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결론에서 그가 내린 정의는 새삼 공감이 간다.

“실패가 실패를 낳는다면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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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사이드 애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사이드 애플 Inside Apple -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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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Apple

 

이 책은 참 좋은 책인데 표지가 정말 아쉽다. 표지에 나오는 사과를 왜 검은색 톤의 회색빛으로 했을까? 빨간색으로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책을 집어들 때마다 든다. 내가 표지 디자이너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책에 대한 첫 번째 아쉬움이다. 두 번째 아쉬움도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 아쉬움은 책의 내용이다. 저자인 애덤 라신스키는 역자가 말한 대로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그가 얼마만큼 애플을 연구했고 그 내용이 머릿속에 얼마나 잘 정리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 느낀 점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애플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과 운영에 대하여 명확하게 들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아쉬움이란 대체 무엇인가? 애플에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은 필자에게는 이 책이 신선한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특히 올 초 세계동시 발행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그대로 요약해 놓았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아이작슨의 전기에서 불필요하게 늘여놓은 잡다한 인터뷰와 사소한 일상들을 추려내고 스티브 잡스의 삶과 애플의 경영에 대한 부분만을 깔끔하게 정리 했다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 아쉬움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감정이다. 비록 필자가 이러한 아쉬움을 말한다 하더라도 이 책의 강점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 책의 전체구조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애플을 창시한 스티브 잡스에 대하여, 두 번째는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이 스티브 잡스를 어떻게 이어가고 넘을 것인가를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애플 자체를 다룬다. 과연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관료화 화석화 되지 않고 계속하여 창의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할까? 애플은 곧 창의적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이지 않다면 그것은 더 이상 애플이 아닌 것이다. 저자인 라신스키도 확신하지 못하지만 약간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책을 덮는다.

 

애플은 한 마디로 표하라고 한다면, 라신스키는 분명 ‘은밀한 창의적 소수의 집단’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애플이나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나 현대의 경영학 원리를 거스른다. 투명성, 협력,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현대적 경영원리는 애플 안에서는 딴 나라의 이야기이다. 애플은 철저하게 은밀하고, 하향식의 강제된 명령이 지배한다. 이러한 애플 경영은 디자인과 주력상품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경영방침 때문이다. 심지어 애플의 은밀성은 애플 안의 직원들에게도 불만거리다. “아이폰 개발팀이 점령한 회사 내 특정 구역의 출입을 금지당한 ‘선택받지 못한’ 직원들은 은근히 불만을 터뜨렸다.”(26쪽) 정보와 인재에 대한 철저한 보안은 오롯이 한 제품만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나온다. 안드로이드가 모두에게 공개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아이폰과 ios는 철저하게 통제된 선택된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저자는 이러한 애플 경영방식을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했다. “애플은 현대 경영학에서 숭상하는 또 다른 가치인 ‘효율성’을 거부하다. 사실, 애플은 월가의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다.”(30쪽) 즉 애플은 무능한 여러 사람과 대화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창조적 소수들의 ‘지령’을 잘 받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에게 직원은 두 부류밖에 없다. 유능하던지 쓰레기든지. 이것은 전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다.

 

포스트 잡스의 애플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질문은 저자만의 질문만은 분명 아니다. 필자와 애플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의식의 독백이다. 저자는 이러한 우려를 1994년 월트디즈니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 웰스의 헬기 사고로 인항 사망이후 월트디즈니의 침몰을 불길하게 끌어 들인다.(141쪽) 잡스가 우뇌형 우세형의 두뇌 소유자라면 팀 쿡은 완전한 좌뇌우세형의 인물이다. 닮은 점이 거의 없어 보이는 후계자인 쿡이 잡스의 창의성을 그대로 이어갈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잡스의 은퇴 이후 잠시 적이지만 애플주가의 폭란은 애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웨스트의 말을 빌어 ‘기업은 갈수록 관료화’ 된다고 말한다.(249쪽)

사실 스티브 잡스는 결코 사회 친화적 인물은 아니었다. 웨스트의 말처럼 ‘모가 나고 튀어나오는 사람’이다. 그에 비해 팀 쿡은 보수적이고 원리 중심적이고 관료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애매하고 모호한 팀 쿡과 잡스의 성경 차이는 결코 창의적 걸림돌은 아니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평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상한 애플의 진행을 호박벌에 표현하며 끝을 낸다.

“애플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방법은 다른 회사와 크게 달라 사람들은 그들이 ‘호박벌’ 같다고 말해왔다. 호박벌은 공기역학 구조상 날 수 없는 데도 실제로는 날아다녀 불가사의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처럼 애플은 앞으로도 계속 하늘 높이 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전보다 덜 불가사의하게 됐다.”(297쪽)

저자의 말대로 애플은 불가사의 한 기업이다. 현대의 경영원리를 거스르고 배타적 소수에 의해 움직여지는 애플이 과연 얼마만큼 창의적일 수 있을지 저자도, 필자도 무척 궁금하다. 어쨌든 이 책은 애플의 속이야기Inside Apple를 충분한 명료함으로 잘 풀어 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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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