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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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었다. 소설가는 나의 지향하는 바도 아니고 가야할 길도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소설가에 매료 당한다. 무엇 대문일까? 일만권이 넘는 독서 때문에 나도 뭔가 써야 한다는 압박감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답이라는 진실한 결론 때문이다. 소설가는 사람을 말하는 사람이다. 누가 뭐래도 크로노스의 틈을 비집고 시간을 잡아 먹는 식인종처럼. 인간이란 존재는 일찍부터 자기 자신을 가장 원한다. 내부 지향적이라는 성격탓이 아니다.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본성 때문이다.


김경욱

김애란

김연수

김인숙

김종관

김훈

박민규

서하진

심운경

윤성희

윤영수

이순원

이혜경

전경린

하성란

한창훈

함정임


가나다순이다. 모두 17명. 언젠가 하씨 성을 가진 친구가 의의를 제기했다. 가나다 순이면 왜 ㄱ부터 하느냐고. ㅎ부터 하면 안되냐고. 이해가 간다. 나도 ㅈ씨이니 상당히 뒤에 나온다. 내가 나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린 기억이 난다. 그래서 가나다순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 나이순으로? 그것도 차별이다. 세상에 차별이 아닌 것이 없다. 문학이란 결국 이런 차별을 항거하는 이들에 의하여 만들어 진다. 결과는 다시 가나다순이지만. 한번 시도는 해 본다.


"소설가가 아닐찌라도 어쩌면 모든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126쪽)


이야기, 난 어릴 적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엄했던 할머니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시어머니에게 당하는 어머니는 이야기할 여유고 방법도 몰랐다. 이야기 없는 어릴 시절을 보냈다.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참 슬픈 기억이다. 그런데 아내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이상하다. 어찌 시엄마를 닮는단 말인가. 


그래서 난 소설가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어서. 입으로는 못하는 글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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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책 - 진정한 책벌레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독서 안내서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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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몇 가지의 책 읽는 버릇이 있다. 먼저 책을 사면 겉표지를 넘겨 가장 먼저 나오는 내지에 나의 사인과 구입한 날짜와 장소를 적는다. 가끔씩 사게 된 이유와 그날의 정황 또는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놓는다. 그렇게 하고나서야 비로소 책을 읽기 시작한다. 사인은 아이가 태어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다. 책을 타자에서 우리로 끌어들이는 순간이다. 더 이상 책은 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책’이 된다.

 

또 하나의 버릇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을 몹시 괴롭힌다는 점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메모할 펜이 없으면 불안하다. 책을 펼치기 전 연필과 형광펜을 준비 한다. 읽어가면서 중요한 문장이나 내용을 밑줄치고 표시해 두기 위함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시 읽었던 느낌이나 생각들이 책을 덮는 순간 날아가 버린다. 밑줄과 메모는 기억을 보존하고 담아두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는 횟수가 극히 적어졌다. 메모도 밑줄도 그을 수 없기 때문에 반납하는 순간 나의 기억과도 이별하는 슬픔을 겪는다.

 

이런 습관은 대가를 치르게 한다. 빌려서 읽을 수 없으니 사서 볼 수밖에 없다. 한 달에 수십 권을 읽었다는 것을 그만큼의 돈이 책값으로 지불되었다는 말과 동일하다. 심지어 책도 빌려 주지 않는다. 싫어서가 아니라 나의 은밀한 마음을 들킬 것 같기 때문이다. 독서광들은 나의 이런 심정을 이해할 뿐 아니라 비슷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박민영은 그의 책 [책 읽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책을 매우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 이런 내가 책은 지저분하게 본다. 내가 읽은 책들은 온갖 메모와 표시로 어지럽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떠오르는 것, 의문 나는 것들은 모두 여백에 적고 밑줄 치고 표시를 하기 때문이다. … 읽고 싶은 책은 도서관 같은 곳에서 빌려 읽지 않고 거의 사는 편이다. … 메모를 하면서 … 나는 책을 누구에게 빌려 줄 수도 없게 되었다.”(박민영, 240-242)

 

독서는 정보를 얻는 수준의 거래가 아니다. 영혼의 호흡이며, 내밀하고 배타적인 사랑의 밀담(密談)이다. 그것을 위해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카드빚과 책과의 사랑은 정비례 관계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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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좋은 책


순전히 개인 취향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고 변명도 아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책에 관한 책이다. 지난 번 페이퍼에도 연달이 글을 올렸지만 역부족이다. 좋은 책이 많으니 계속 쓸 일이다 싶다. 그래서 몇 권의 책을 골랐다. 


하나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이다. 일본에선 그의 권위가 하늘 만큼 높다 한다. 기자 작가 교수 칼럼가 등 전방이적 삶을 살아간다. 번역되어 출간되지도 꽤 된 책이다. 2001년 9월이니 13년이 되었다. 큰 아들보다 한 살 많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이 책을 꺼내 읽는다. 처음부터 꼼꼼히 살피지는 않는다. 필요한 부분을 골라 읽는다. 특히 그의 책 고르는 법이나 고양이 빌딩이 맘에 든다. 난 언제 저런 서재실 하나 가질까. 까마득한 미래로 보인다. 그래도 꿈은 버리지 않으련다. 누군가는 다카시를 책 먹는 괴물이라 불렀다.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김용규의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는 특이한 책이다. 철학을 통해 문학을 읽어내려는 시도가 적지 않지만 그는 직접 해냈다. 그래서인지 딱딱하고 재미 는 덜해도 생각은 많이 된다. 한다가 아닌 된다이다. 철학의 눈으로 보는 문학는 어떨까? 재미난 이야기를 따분한 철학으로 해부하지는 않을까. 나름 생각이 더해지면서 이 책은 철학적 사유를 더해 준다. 








김정희 [한비야, 그녀의 서재를 탐하다]

썩 좋은 책은 아니다. 그러나 여행가의 눈을 엿보는 좋은 책이다. 여행도 일종의 독서이다. 세상을 책으로 보고, 만나는 사람 역시 책으로 보면 모든 것이 책이다. 사람 읽기도 세상 읽기도 결국 독서다. 오지여행가 한비야는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세상을 읽을까. 궁금하다. 그래서 인데 그분의 책을 한 번 읽고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여행이 가져다준 선물인지 아니면 본인 진작 가지고 있던 생각의 씨앗을 키운 것인지는 모른다. 답답한 사무실에 무턱내고 시간 죽이며 살아가는 나에게는 그녀의 서재가 궁금하다.



독서평설 10월호다. 그냥 잡지로 알았다간 큰 일 난다. 일년 200권의 독서력을 가진 나도 많은 도움을 받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이 참 좋다. 가끔씩 아이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잡지 않았나 싶다. 내가 낮은 건지도 모르지만. 이번에도 실망은 없다. 여유가 된다면 세 권 모두를 정기구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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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 너머학교 고전교실 5
허용우 지음, 모티머 J. 애들러 원작 / 너머학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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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통찰의 힘을 길러라


실용적 독서는 필연적으로 정보와 기술의 발췌 및 응용이 뒤따른다. 성현들에 의하면 그닥 좋은 독서법은 아니렸다. 유가에 의하면 독서는 외부 즉 사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자기를 성찰하고 반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인가. 조선의 대부분의 독서와 공부는 출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던가. 외우고 풀이하고 다시 외우고 자기의 말로 풀어 써야 한다. 과거급제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니 성찰이라해도 실용적 독서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성찰과 필요를 함께 채워가는 것이 독서의 균형이라 할 것이다.


실용의 독서의 대가는 신토피칼 독서 즉 비교 대조를 통해 명확한 이해를 추구하고 의미를 찾으라한 모티머 애들러다. 그의 독서의 기술은 이미 독서법의 고전이 되었다 논문이나 공격적 책 읽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의 책을 한 번쯤 읽고 숙달해야할 독서법이다. 그러나 읽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애들의 독서의 기술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지럽다. 인내심을 가지고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중도에 포기한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이 책을 요약하고 정리한, 실용적 독서를 직접 활용한 책이다.


애들러는 단계별 또는 수준별 독서를 권장하며, 적절한 단계를 따라가면 좋은 독서법을 몸에 습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애들의 독서법을 응용하여 세 단계로 분류한다. 먼저 통찰하고, 부리고, 마지막은 통합하는 방식이다. 어느 무엇도 버릴 것이 없는 좋은 독서법이다. 몸에 배기 까지 훈련이  필요하다. 무장적 즐기기 위한 독서라면 몰라도 실용적 독서를 지향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 보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갖으면서 만들어낸 현장의 열매인 만큼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더욱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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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


책에 대한 책은 많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라든지 [여덟단어] 또는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식의 책들은 많은 생각을 낳게 한다. 이런 책을 모두 책에 관한 책이다. 대부분의 책에 관한 책은 책을 소개한다거나 책의 의미들을 강연 형식을 통해 들려 주는 것이다. 


책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일부나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만든 책도 있다. [책먹는 여우]라든지 [도서관에 간 여우] [책 읽는 도깨비] 등이 그런 책이다. 성인용도 있다. [환상의 도서관]이란드지 [책이 되어버린 사람] [책벌레] 가 그것이다. 책으로 책을 쓴 예라고 할 것이다.















독서 초기에는 책을 소개하는 서평집을 자주 봤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책에 관련된 사건을 다룬 책에 얽힌 에피소드를 적은 책을 읽었다. [빅스톤갭의 작은책방]이나 [혼자 책 읽는 시간] 책들이다. 이런 책의 특징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특징들을 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마지막 단계는 근래에 재미있게 보는 책으로 소설을 쓰는 형식이다. 올초 [책이 되어버린 남자] 같은  경우 처음 읽고 생소한 세계, 그러나 낯설지 않는 세계를 접하는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 책을 시작으로 책을 주제로 쓴 소설을 찾아 떠나는 시발점이 되었다. 전에도 [책 먹는 여우]는 읽었다. 그런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이유는 단지 어린이용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책을 편견에 갇혀 보는 순간 생각의 폭이 현저이 감소되었다. 무서울 정도로 말이다.


햐여튼 요즘은 책에 관한 책을 모으고 읽고 글쓰는 재미가 크다. 당분간 계속 되지 않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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