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선생님의 만해문학상 수상 시상식장에 다녀왔다.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것은 일년 반, 상대적으로 다른 학번보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것과는 상관 없이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작품, 문학세계, 글쓰기 작법을 뛰어넘어 선생님은 존재한다. 불만, 아쉬움, 문학적 견해 차이 따윈 사소하다. 선배들에게 "98학번에서 제일 말 안듣는 녀석"이라고 나를 소개하고, 볼 때마다 "소설 안쓰고 뭐하냐"고 꾸짖고, 사실 몇 번은 지독하게 야단도 맞았지만... 문학을 생각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내 뒷목을 잡아채는 기분도 선생님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상식장은, 대개 그렇듯 정말 많은 문인들과, 기자들과, 정계 인사 혹은 교수들로 붐볐고 다른 일로 여유가 없었던 난 후다닥 꽃다발만 드리고 나와야 했지만 2년 전, 김동리 문학상 시상식에 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복잡한 생각들.
그래, 어쩌면, 반드시, 혹은, 이제는, 꼭.
여기에 이런 이야기, 쓰지 말자. 다만 다른 곳에, 그리고 잊지 말자, 오늘의 기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