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선생님의 만해문학상 수상 시상식장에 다녀왔다.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것은 일년 반, 상대적으로 다른 학번보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것과는 상관 없이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작품, 문학세계, 글쓰기 작법을 뛰어넘어 선생님은 존재한다. 불만, 아쉬움, 문학적 견해 차이 따윈 사소하다. 선배들에게 "98학번에서 제일 말 안듣는 녀석"이라고 나를 소개하고, 볼 때마다 "소설 안쓰고 뭐하냐"고 꾸짖고, 사실 몇 번은 지독하게 야단도 맞았지만... 문학을 생각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내 뒷목을 잡아채는 기분도 선생님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상식장은, 대개 그렇듯 정말 많은 문인들과, 기자들과, 정계 인사 혹은 교수들로 붐볐고 다른 일로 여유가 없었던 난 후다닥 꽃다발만 드리고 나와야 했지만 2년 전, 김동리 문학상 시상식에 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복잡한 생각들.

그래, 어쩌면, 반드시, 혹은, 이제는, 꼭.

여기에 이런 이야기, 쓰지 말자. 다만 다른 곳에, 그리고 잊지 말자, 오늘의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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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3-11-27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참 잘나오셨네요. 거기서 느끼셨던 기분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잊지마시고 되새기시길 바랄게요.

panky 2003-11-28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명의 힘은 위대하죠.-_-

_ 2003-11-2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해 카.....카메라의 힘도...(퍽..;;)

panky 2003-12-0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드나무로 컴백한 호빈님은, 음, 여전히 매를 버는.........
 

명문장과 명문장의 나열이 소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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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그림자 2003-11-26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 (느닷없고, 뜬금없고, 갑작스러운 질문.)
 


사실, 닭갈비 안주에는 소주를 마시지 못한다. 닭갈비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먹을 때마다 속이 별로 좋지 못하다. 소주병을 집어든 건 사진을 찍으려는 친구에게 뭔가 색다른 포즈를 취해주고 싶었기 때문. 기껏 생각해낸게 술병 들기였다니 좀 어이없기도 하지만.

사진을 보며, 나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자기소개가 필요할 때 내 나이를 밝히면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헉" 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것은 단순히 어려보여서가 아니라, 스물 다섯이란 내 나이가 이미 "어른"의 나이이기 때문이란 것도 안다. 나는 어려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 거다.

회사를 그만둔 후,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가끔 내가 정말 술을 못먹는 건지, 술을 싫어하는건지, 그냥 안먹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다만 확실한 건 난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한다는 것. 허나 대부분 "가볍게 한 잔 하자"는 맥주를 의미하고, 난 소주나 양주보다도 맥주에 더 쉽게 취하고 더 뼈가 아프고 더 빨갛게 되며 결국에는 알레르기까지 일어나기 때문에 맥주를 피하게 되고, 그러면 술을 피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래서 안마시는걸까?

마이페이퍼 오픈 압박감 기념하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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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3-11-21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이야, 드뎌 메멘토님도 페이퍼 여셨군요~~~
앗, 그리고 역시 커밍아웃도.;;

ceylontea 2003-11-2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른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 뜨끔...
팡키님... 마이페이퍼 기대되요...
서재얼굴의 하얀모자도 잘 어울리시네요...
모자 좋아하는데.. 살이 찐 이후로는 얼굴만 커보여 잠시 중단중입니다... 빨리 살빼서 모자 쓰고 싶다아...
그렇긴 해도.. 겨울엔 앙고라 털모자 쓰고 다닙니다.. 따뜻하고... 모 머리에 자국도 안남아 좋더라구요... ^^

panky 2003-11-2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앙고라 모자 좋아하는데 알레르기때문에 쓸 수 없답니다. 근데, "얼굴만 커보여"에 뜨끔뜨끔...;;;;

H 2003-11-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어제 저는 소주를 마시고 일행과 헤어져
혼자 집으로 돌아가다 버스를 잘못타서
밤 12시에 낯선 동네를 헤매다가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가물가물.

대단한 귀소본능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어요

이럴서가 2003-11-2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라, 팡키님, 뭐 제 또래구만요..ㅎㅎㅎ 그나저나 눈빛이 참 날카로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