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9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연달아 무라노 미로 시리즈 2편까지 달렸다. 1편에서는 자신을 탐정으로 정의하지 않는 무라노지만 2편에선 어엿한 직업탐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은  AV 배우로 두편의 비디오에 출연한 잇시키 리나의 행방을 찾는 내용이다. 와타나베 후사에는 열혈 페미니스트로 성인비디오에 출연하는 여성들의 인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잇사키 리나를 찾아내어 그녀가 합의하에 비디오에 출연한 것인지 실제 강간을 당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그녀를 주축으로 인권운동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려고 그녀의 행방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무라노는 페미니스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너무 설친다는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국 와타나베의 희생정신을 인정하게 된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답게 사회적인 문제 - AV 산업이라는 눅눅한...-를 가지고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어떻게 대립하는지,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속고 속이는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와중에 비정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어린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여주는 동시에, 나이브하게 일확천금을 노린 그녀들의 어리석음도 보여주고 있어서 역시 마음 편하게 볼 수만은 없었다.    

현대 사회의 성상품화 수준은 정말 도를 넘어섰다. 미성년들이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나와 성적인 춤을 춘다던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너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사진들을 모아서 올려놓고 비난하기도 한다. 예전부터 문제가 되었지만, 성인비디오의 말도 안되는 설정들은 아무리 개인의 판타지라도 아이들이 접했을 경우에는 혼돈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성인비디오의 설정대로 해보고 싶었다며 성폭력을 저지르는 아이들에 관한 뉴스는 또 얼마나 자주 보이는지.  

특히 성인비디오의 주요 이용자가 남성인 점을 고려할 때 출연여성은 노예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지기 쉽상이니, 이 책과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도 없으리란 법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니 좀 두려워졌다. 가출을 한 멋모르는 아이들이 성매매 현장으로 팔려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망가지는 일들을 보았고 생존자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스너프 필름이라며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영상을 불법으로 찍어 팔기도 하는 모양인데 정말 험악한 세상이다. 표현의 자유가 상업적인 목적과 만나면 이렇게 추악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지금 이시대에 '핫' 하다는 건 곧 돈이 된다는 말과 같으니.  

정작 이 책을 볼 때는 무라노가 엄한 남자와 엮이는 걸 보고 '저건 아니지!!' 이렇게만 외쳤는데, 정리할 겸 적다보니 성매매 피해여성 활동가들까지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 역시도 깨어 있는 정신을 가지고 활동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겠다. 간만에 <살림> 소식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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