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 우파는 부도덕하고 좌파는 무능하다??
조지프 히스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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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의 주장은 일견 명석해보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빈틈이 많아 보인다. 그러다 그가 철학자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공부 많이 했겠다는 생각도 들고,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에 재미도 느낀다. 철학자로서 그가 이런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매우 건전하다. 오류란 처음에는 매우 그럴싸하게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짚어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경제학자가 아닌 원외자가 보기에 오늘날 경제를 생각하는 이론에는 네 가지가 항상 부족한 것 같다.

 

 1)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땜에 단순한 함수로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매우 곤란하다.

 

 2) 균형이 중요하다...

     가장 단순한 예로 비용과 편익이 있겠는데, 균형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3) 무엇이 되었건 다른 무엇에 달려있다...

      문제의 원인은 결코 한 가지가 아니며 중요하지 않다고 배제하는 이유가 나중에는 결론이 될 수도 있다.

 

 4) 양 변의 합계가 일치해야할 상황이 있다...

      모든 것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있다. 경제학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12가지의 오류에 대해 논한다. 좌파와 우파의 6가지 대표적인 오류다.

 

 

<우파의 오류>

 

1. 자본주의는 자연발생적이다? - 시장은 정부 하기 나름이다.

 

- 히스의 주장 :

자본주의는 자연발생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적극적으로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다. 적자생존이라는 다위니즘의 결과는 오히려 파괴적인 멸종으로 이어질 경우가 많고 진화는 도대체 최적화하지 않는데 이걸 단순하게 사회에 적용해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로 여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시장을 유지하려면 "소유의 안정성", "합의에 의한 이전", "약속의 이행", 즉 재산권, 교환, 계약에 대해 사회적 강제가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생길리는 만무하다. 이것을 강제하는 것이 국가이며 자본주의에게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작은 정부"를 운운하는 것은 명백히, 특정한 부문, 예를 들어 생산자 부문이 아닌 소비자 부문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에 대한 반대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 그래서?

자본주의가 자연발생적이라고 주장하면 다른 모든 것들도 자연발생적이다. 색다른 이론은 아니지만 우파, 특히 자유시장 신봉자들 중에서는 이것을 "믿고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한국에 사는 나는 우리나라가 만들어진 시장임을 체험으로 잘 알고 있어서 이 주장이 특별하지는 않다.

 

2. 인센티브는 중요하다? - 중요하지 않을 때만 빼고.

 

- 히스의 주장 :

인센티브라는 개념은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경제원리이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용인하지 못하는 인간사회의 성격상 인센티브는 사람들이 반응하는 범위 내에서만 인센티브가 된다. 인센티브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인센티브는 대부분 매우 복잡하다. 대부분의 인센티브는 너무 단순화되어 있어 설득력이 그다지 높지 못하다.

 

- 그래서?

경제학을 "인센티브에 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경제학자)도 있다. 인간을 합리적 사고를 하는 경제적 생물이라고 전제하는 경제학에서 인센티브는 사실상 경제활동과 체제를 운영하는 동력이다. 하지만 사람은 많은 자아로 구성되어 있다는 현대 심리학의 이론을 고려한다면 항상 합리적일 것이라는 가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파의 오류는 어떻게 본다면 "성악설의 절대화"다. 인간은 어떻게든 먹고 사는 문제에 골몰하는 한계가 뚜렷한 존재라는 생각이 그것인데, 대부분 옳지만 항상 옳지는 않다. 사람은 때로 매우 이타적일 때도 있다. 이걸 찾아내는 것도 경제학의 몫일까? 그걸 안 찾으면 뭘 할껀데? (가만 놔두면 되는 경제에서) 그런 거라도 있으니 경제학자가 할 일이 있는 거다. 

 

3. 마찰 없는 평면의 오류 - 경쟁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 히스의 주장 :

완전경쟁이라는 가정은 현실에서 매우 이상적인 상황이다. 완전경쟁을 가정한 경제 이론들이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경쟁과 관련한 모형은 효율에 대해서 별로 현실적이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예를 들어서, 하와이 갈 돈이 없으면 하와이에 98%만 가는 것이 만족도에서 반도 안되는 라스베가스 가는 것보다 좋다...이런 말도 안되는 선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경쟁은 현실에서는 극히 드문 경우다.(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은 뉴튼 물리학에서 "마찰이 없는 평면"을 가정하고 관성의 법칙을 말하는 것과 똑같다. 너무 단순한 모델에서는 현실에 유용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맨날 미분만 하다보니 경제학은 그래프 없이 못하는 학문으로 생각하는 학동들이 꽤 많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컴퓨터가 다 알아서 한다. 경제학자가 진짜로 해야할 일은 모델에서 비켜가는 변수들을 찾아내고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론으로는 이렇습니다"라는 학자는 도무지 필요없다. 완전경쟁시장이란 사실, 없지 않은가? 참 새삼스럽다.

 

4. 세금이 너무 높다? - 정부가 소비자라는 신화.

 

-히스의 주장 :

세금은 기본적으로 공동구매의 한 형태이다. 정부는 세금을 받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라는 부를 창출한다. 사회보장제도는 보험이며 일종의 강제 공동구매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공동구매와 다른 점이 있다면 탈퇴를 선택할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재화를 제공할 때는 그런 방식이 다른 어떤 방식보다 낫다고 판단될 정도로 극심한 시장실패의 경우이다.

 

- 그래서?

이 부분에서 히스의 톡톡 튀는 주장이 참 재미나다. 관점을 엎어보면 제대로 보인다는 점을 잘 설명해준다. 세금은 워낙 오래된 인류사회의 제도라서 마치 국왕이 호사를 떨려고 걷어들이는 듯한 느낌을 오늘날도 받는다. 제대로 돈 못쓰는 정부를 가진 나라의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자꾸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라가 하는 일들의 대부분은 민영화 했을 때 비용이 더 많이 들거나 시장실패가 뻔한 일들이다. 선진국도 마찬가지고 개도국도 마찬가지다. 개도국은 더 많겠다. 한 일 년 정도 세금을 안내고 공공서비스도 없는 세상을 체험하는 가상 프로그램을 정부에서 개발해 홍보용으로 제공하면 세금 낭비일까? 

 

5.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 국가 경쟁력은 중요하지 않다.

 

- 히스의 주장 :

자유무역을 하면서 국제경쟁력을 들먹이곤 하는데 국제무역의 핵심은 경쟁우위가 아니라 비교우위다. 자꾸 다른 나라와 경쟁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실이 그렇다기 보다 감세, 임금인하, 규제완화, 환경기준 완화 등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간의 경쟁은 사실이지만 국가간의 경쟁은 사실이 아니다. 수입은 궁극적으로는 수출로만 지불되며 화폐가 오가니 안 그렇게 보여도 사실은 물건으로 교환하는 것과 같다. "태평양으로 밀을 내보내 자동차로 바꾸는 기술을 '일본'이라고 한다"는 말처럼 아이오와에서 재배하는 밀과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가 오히려 경쟁하는 것이다. 비교우위는 국가 간의 차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차이가 중요하지 국가간의 경쟁력이란 건 다소 허황된 개념이다.물론 비교우위 창출을 위한 양성을 이런 개념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국가경쟁력 운운하는 것은 비교우위를 없애겠다는 어리석은 시도다.

 

- 그래서?

자유무역에 대한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적 경쟁력이라는 부분은 캐나다에 사는 히스가 개도국 사람들의 입장을 잘 이해할 처지는 아니다. 계속 자유무역만 하면 개도국 중에서는 계속 산딸기나 버섯만 따고 물고기만 잡아야 하는 나라도 생긴다. 그런 이야긴 아니겠지?

 

6. 개인 책임이라고? - 도덕적 해이를 잘 못 이해하고 있다.

 

- 히스의 주장 :

모든 것을 개인의 도덕적 책임으로 귀결시키는 것이 우파의 논리인데 이건 감성적인 오류다. 도덕적 해이라는 비용이 발생하는 사회보험의 경우에도 그 편익자체가 워낙 막대해서 차라리 비용을 잘 관리하는 편이 좋지 보험 자체를 없애는 것은 어리석다. 보험은 경제에서 거래비용을 체계적으로 감소시킨다. 물론 국가는 최후의 보험업자이며, 실패할 확률이 높은 보험을 사회보장의 형태로 맡는다.

 

- 그래서?

쉽게 말하면, 우파는 성악설을 믿고 좌파는 성선설을 믿는다. 근데 둘 다 사실이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조건에 따라서 둘 다 맞다. 사람은 먹기 위해 남을 해치기도 하지만 남을 살리기 위해 지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어쨌거나 무임승차에 대한 걱정과 자기발전에 대한 동기부여, 우파의 지대한 관심사다. 하지만 우파 정신에 완벽히 물든 사람도 자기 자식한테는 무임승차도 허락하고 동기부여 안되면 재산상속해서 그냥 먹고 살도록 할껄? 내가 사람을 너무 나쁘게 보는 우파일까?

 

 

<좌파의 오류>

 

1. 공정가격의 오류 - 가격을 조절하려는 욕망은 자제해야 한다.

 

- 히스의 주장 :

생필품 가격을 낮춰서 빈자를 지원하면 같은 생필품이 필요한 부자들에게도 같은 혜택이 돌아간다. 이거야 말로 비효율이다. 부자도 이득을 얻고 값이 낮은 상품의 생산이 줄어들어 값은 더 오를 것이다. 차라리 소득을 이전하는 편이 낫다. 빈자를 위한 상품권이 대표적이다. 가격체계는 효율이 목적이므로 평등은 소득정책으로 해결해야 마땅하다. 가격에 손을 대면 시장을 교란시켜 원래 의도한 빈자돕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 그래서?

더 할 말도 없이 맞는 말이다. 마오쩌뚱이 살아나도 이 말에는 찬성할 거라 특별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가격을 형성하는 정보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시장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전제는 있다. 이것도 당연한 이야기지. 뭐 배급경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ㅇ상, 이런 이야기는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근데 CEO 출신 대통령도 가격관리 특별품목을 정하기는 하더라고.

 

2.정신병적 이윤추구? - 돈 버는 일은 나쁘지 않다.

 

- 히스의 주장

이윤을 자기 이익과 혼동하면 안된다. 이윤을 추구한다고해서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이득이 마구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이윤은 전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다. 조직의 목표는 개인의 인센티브와 다르다. 또한 사회는 경쟁시장이 형성되는 경우에만 이윤을 허락한다. 정부나 자연독점 기업의 이윤은 규제당한다. 이론상 완전경쟁체제에서 이윤은 항상 제로다. 이윤이란 기업이 계약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남은 잔여분이다. 이렇게 인센티브의 요건을 단순화하면 통제하기가 더 쉽기 때문에 주식회사 제도가 살아남은 것이다. 주식회사는 특수한 형태의 협동조합이며 주주라는 대여자가 빌려준 자금을 잘 운용하는 것이 도덕적 죄악이 될 수 없다.

 

- 그래서?

이윤은 가장 크리티컬한 정치경제학의 주제다. 맑스주의에서 이윤은 사실상 잉여가치, 즉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를 착취해 얻어내는 도둑질이다. 노동가치설로 보면 그런데 인류사회는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잉여가치"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굴뚝시대의 노동가치설은 정보화시대의 노동가치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이 주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주식회사 제도를 엉뚱하게 만들어놓은 미국기업의 CEO 고임금 체계다. 100년전에는 100배였는데 100년 만에 천배다. 뭐냐고? 기업의 일반직원 평균대비 미국기업 CEO의 연봉이 그렇다. 이렇게 부풀어 있으니 기업이 마치 돈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3. 자본주의는 망하게끔 되어있다? - 자본주의 체제는 무너질 가망이 없다.

 

- 히스의 주장 :

마르크스의 예언을 빗나가게 한 케인즈의 처방은 단순하다. 경기침체, 불황과 같은 문제들이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기술적 결함이라는 분석이다. 과잉생산이란 없다. 총소득은 항상 총생산과 일치한다. 다만 발전된 시장경제에서는 돈을 사용해 거래를 하는데 여기에 경기침체의 원인이 있다. 경기침체란 모든 재화의 수요감소가 아니라 화폐에 대한 수요증가에 불과하다. 현대 경제학에서 유동성 함정은 대부분 금융정책으로 해소할 수 있고 케인즈식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도 크게 사용하지 않는다. 19세기 자본주의 문제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생하는 것이 세계화의 문제일 뿐 새로운 것도 없다. 외환 불안정? 미국 국내에서 복수의 화폐가 발행되었던 19세기 상황과 흡사하다. 자본주의가 물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다 망할 거라는 생각도, 이제 친환경적인 성장이 있다는 걸 보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시장을 폐지할 상상력이 있다면, 시장을 관리하고 체제를 인간적으로 만들며, 협동의 이익과 부담을 나눌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 낫다.

 

- 그래서?

자본주의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 주장에서 핵심은 19세기에 만들어진 공산당 선언의 방식으로는 자본주의가 사라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성장을 지속할 경우 지금까지의 분야와 다른 분야, 새로운 서비스 산업분야나 녹색성장 영역을 내다보는 것은 약간 유치하긴 하지만 잘 못된 이야기는 아니다. 2008년을 금융대공황이라고 난리법석이었던 "자본주의 필연궤멸론자"들에게 크루그먼 교수가 한 마디 하셨다. "대규모이긴 하네, 미리 못 막은게 속도 상하고...근데, 공황 아니거든? 그냥 대형, 장기 불황이거든?"

 

4. 임금을 평등하게 하자? - 어떤 직업은 여러 모로 열악할 수 밖에 없다.

 

- 히스의 주장 :

임금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무엇을 생산했느냐가 아니라 노동자가 얼마나 쉽게 대체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임금은 다른 가격과 마찬가지로 대가이자 인센티브이며 자선적 가격은 인센티브를 왜곡시킨다. 평균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분배율이 아니라 노동생산량의 평균수준이다. 죄다 연예인이 되도록 놔두지 않는 것이 노동시장이며 부유한 나라일수록 제조업 생산성이 높아지는 반면 서비스 생산성 증가는 뒤쳐져서 서비스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 편 대규모 조직은 임금을 평준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조직의 정치적 역학 때문이다.

 

- 그래서?

노동력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자본주의에서 죄다 당근에 해당하는 말씀이다. 문제는 시장 바깥으로 배치해야할 노동도 꽤 많다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꽤 많은 예를 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봉사활동인데, 노령인구가 늘어가는 한국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노인층이 사회봉사활동에 나서면 임금을 어떻게 지급해야 할 것인가? 봉사활동인데 뭔 임금이냐고? 그러니까 고민해보자는 거지.

 

5. 부의 분배 - 왜 자본주의는 자본가를 잘 배출하지 못하는가.

 

- 히스의 주장 :

빈민은 선천적이라기 보다는 가능성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미래의 이득을 낮게 평가하고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며 성질 급한 비합리주의자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미래를 과다하게 폄하하지는 않겠지만 미래를 폄하하면 가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빈곤은 단순히 소득 재분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행동패턴에 대한 문제인 셈이다. 미래에 대한 과대할인을 해결하려면 현재에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지금 당장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기 이익에 부합하도록 "전략적으로 재구성된 인센티브"를 써야 한다. 현금이나 소득이전보다는 교환권(바우처)을 써야하고 강제적립같은 간섭제도가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다.

 

- 그래서?

"지가 한데로 받아야 한다"는 우파를 설득하기 위해 아주 유용한 주장이다. 제대로 하도록 나라가 교육도 시키고 계도도 해주자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바르게 살기운동" 아니겠는가? 한국은 의료보험이 완전의료보험이 아니라 자기부담이 꽤 많이 들어가는 불완전 의료보험이다. 이걸 확대하면 조금 아픈 거 가지고 병원 가는 사람이 늘어나서 보험이 빈털털이 되지 않을까? 잘 운용하는 나라들 보면 해답은 다 있다. 민간 의료보험도 하고, 나라 의료보험도 늘이면 꿩 먹고 알 먹고 이지 않을까? 다 좋은데, 좀 아픈건...내가 사는 방식이 가난해질 가능성이 농후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6. 하향 평준화 - 평등을 추구하는 방법으로는 적절치 않다.

 

- 히스의 주장 :

누군가 나보다 더 좋은 혜택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사립학교나 민간 보건의료를 반대하는 것이 하향평준화의 원인이다. 시장은 평등을 선호하지도 적대하지도 않는다. 중립적이다. 평등을 추구하면서 하향평준화를 추구해야할 이유가 없다. 효율을 크게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평등을 강화하는 것이 진짜 진보의 기술이다. 정부가 도로를 만들거나 예방접종을 하거나 사법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편익이 총비용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현금의 재분배는 평등향상에 비해 효율상실이 너무 크다. 따라서 편익이 큰 부문에 정부가 지출하는 것이 결국 평등을 향상시키는 것인데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동자 재해보상, 실업보험 등이 그런 경우다. 앞으로는 녹색조세도 그런 효과를 발생시키기에 좋은 분야가 될 것이다. 고급재화를 배타적으로 소비하는 욕망을 "위화감"을 이유로 막는 것보다는, 지위재에 대한 세금을 통해 사회적 편익을 발생시키는 편이 훨씬 좋다. 효율이야 어떻게 되든 평등만 추구하는 것은 다 같이 망하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 그래서?

오늘날 한국에서 좌파가 별 지지를 못 받고 있는 이유는 자본주의를 잘 해볼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겉으로는 전혀 못 느낀다. 좌파정당 강령을 보면 자본주의의 폐해를 시정하는 차원을 넘어서 자본주의를 타도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더 좋은 세상은 현재 있는 세상을 못나게 만들어서 오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진짜배기 평등과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제대로 된 지식과 조건을 보는 지혜와 현실적인 기술, 전 세계의 사민주의자들이 정말 고민 많이 해야할 과제다. 이거 못할거면 그냥 나처럼 조용히 사는게 낫다.

 

 

조지프 히스의 이 책은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어가며 읽은 "경제학 서적"이다. 다 아는 이야기인 듯 한데도 그렇지, 하면서 무릎을 치게 되는 썰들이 잔뜩 있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오해를 뒤집는데는 이런 접근방법이 의외로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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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기원 - 최첨단 경제학과 과학이론이 밝혀낸 부의 원천과 진화
에릭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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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기원'이라는 제목은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와 비교해 시간적 방향을 달리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앨빈 토플러의 저작들이 현상계의 "물결"을 읽어내는 방대한 지식의 집적이라면 이 책은 그 물결의 "법칙"을 파고든다. 어려운 말로 천착한다. 그 법칙의 이름은 '복잡계 경제학'이다.


복잡하다는 의미가 주는 난해함과 피곤함에 이 책이 어울리는 점이라고는 그 분량의 방대함 말고는 없다. 그러나 이 두터운 책은 18개의 낱장과 4개의 큰 부분으로 나뉘어 난해함과 피곤함을 털어 내며 놀이공원을 뒤지는 듯한 흥미를 유발시킨다. 물리학과 생물의 진화론이 정치경제학과 경영학에 뒤섞이며 새삼스레 21세기가 지식통섭의 시대임을 실감케 한다.


고전파와 한계학파의 균형경제가 도달할 수 없는 가상의 이론세계였다는 점은 새삼스럽지 않다. 문제는 그 이론을 대체할 현실계 경제학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저자는 복잡계라는 자연계 진화의 이론을 들이밀며 움직이는 세상에 의식을 가지고 참여한 행위자들의 게임을 말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우연이라 믿어 온 부조화와 격변의 패턴을 해석하는 기반은 복잡계 물리학과 진화 생물학이다.


그리고 진화의 패턴은 물리적 기술과 사회적 기술에도 적용되는 법칙성임을 입증하기 위해 물리학과 생물학의 가정을 경제학 시험이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를 연역해 나간다. 진보와 혁신, 파괴와 퇴보는 직선적이지 않으며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패턴을 보여 준다. 거기에 선과 악은 없으되 분명 변화의 질서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인류가 생물로 진화해온 궤적의 흐름과 다르지 않다.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유형이 다른 여러 존재의 현상에 대해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결론은 담론을 넘어 기업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은 경제학일 터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생물의 진화와 자기복제의 선택단위인 DNA에 해당하는 것이 사람도 기업도 아닌, 시장에서의 "사업"임을 용감하게 주장한다. 놀라운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은유는 새롭지는 않다. 놀라운 것은 이 주장이 아니라 이 엄연한 사실을 200년 넘게 거부해온 전통경제학을 진리로 믿는 사람들이 지구를 다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전략이나 조직에 대한 컨설팅은 무난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다소 전문적인 분석도 읽어 줄만하며 좌우대결을 끝장내는 최후의 결론에 대해서도 덤덤하게 수긍할 수 있다. 저자의 고백처럼, 당장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전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생각을 바꾸어 복잡계 경제학을 진리로 믿어야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논리적 극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된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저자는 하나의 사상이 사회를 이끌 주류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따지며 복잡계 경제학이 그렇게 되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 진단한다. 저자의 소박한 현실전망이 이루어지기 전에 지구 생태계가 복잡계의 법칙에 따라 궤멸하는 것도 사실은 저자가 말한 법칙에 이미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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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류가 성취했다고 주장하는 인류문명의 생김새와 흐름은 어떻게 해석해야하는 것일까? 그것을 알고 모르는 것의 차이는 인생의 깊이를 다르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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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붕괴
조지프 A.테인터 / 대원사 / 1999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2년 02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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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생성과 붕괴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주는 책이다. 인류문명은 효율을 위해 복잡성을 추구하지만 복잡성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문명은 붕괴한다. 과연 정말일까? 저자가 드는 예는 우리도 잘 아는 고대 제국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대의 제국들도?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사 / 1998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2년 02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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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의 성립과 그 속도, 차이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파고든다. 우리는 왜 서양보다 뒤져야했을까? 인종적인 차이일까? 저자는 총·균·쇠 라는 상징을 이용하여 그 원리를 풀어나간다. 문화인류학과 언어학, 지정학이 총동원되는 역작이자 명작이다.
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문화 인류학 3부작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00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2년 02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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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문화인류학에 발을 담근다는 의의가 있다. 이 책의 재미는 다른 유사서적들을 찾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하는 마력적 수준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마빈 해리스의 명저...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 한길사 / 1992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2년 02월 17일에 저장
구판절판
문화의 수수께끼와 비슷하게 닮아있지만 더 재미있다. 왜냐하면 먹을 것으로 장난을 치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 때 메뚜기를 먹었다...문화적 유물론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통쾌한 문화분석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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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이 진화하여 글과 말을 배우고 지금의 인류문명을 이룩했다는 역사이야기는 철 모르는 인류의 오만일 뿐이다. 과연 우리가 처음 이었을까? 우리는 어디로 가고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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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지문 -상
그레이엄 핸콕 / 까치 / 1996년 7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2년 02월 17일에 저장
구판절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초고대문명 탐구의 입문서. 그레이엄 행콕이라는 걸출한 저널리스트의 초고대사를 향한 집념과 추리, 사실과 증거들의 종합이 집약되어 있다. 만년전의 남극을 그려놓은 지도, 남미의 아스카, 잉카, 안데스, 멕시코, 이집트를 거슬러올라 그는 지구의 대변동이 있었던 그 시절, 먼 미래의 인류를 위해 누군가 남겼을 메세지를 찾아내는 듯하다.
우주의 지문- 화성 멸망의 수수께끼
그레이엄 핸콕 / 까치 / 1999년 7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2년 02월 17일에 저장
절판
그레이엄 행콕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면 그가 쓰는 책을 결코 놓치고 싶지 않게 된다. 이유는 그의 진지함 때문이다. 어쩌면 허황되다고 할 수 있는 주제를 탐구하는 그의 치열함에 놀라게 된다. 우주의 지문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화성과 지구...화성은 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었고, 바로 곁의 쌍동이 별같은 지구는 왜...무슨 SF영화 이야기일까?
창세의 수호신
그레이엄 핸콕 외 지음, 유인경 외 옮김 / 까치 / 1997년 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2년 02월 17일에 저장
절판

로버트 보발이라는 탁월한 건축학자를 만난 행콕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의 비밀을 추적하는데 매달린다. 오리온 별자리와 기자의 피라미드, 그들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신의 거울
그레이엄 핸콕 지음, 김정환 옮김, 산타 파이아 사진 / 김영사 / 2000년 8월
29,000원 → 26,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2002년 02월 17일에 저장
절판
신의 거울은 그레이엄 행콕의 약 10년간의 저술활동을 종합하는 기획이다. 이제 그는 이집트에서 그치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흩어져있는 별자리와 신성한 사원들과의 관계를 파고든다. 마치 끝없이 동쪽으로 이동해야했던 고대의 어느 제사장 그룹을 떠올리는 이 증거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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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우리 역사 바로잡기 1
이덕일, 김병기, 신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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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류의 책에 "국수주의"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을 알고있다. 반대하지 않겠다. 국수주의, "수"할 "국"이 있다면 말이다. 두 눈 빤하게 뜨고 나라의 정통사서인 삼국사기에 시조 주몽부터 나오는 고구려를 접수당한 사람들에게 "수"할 "국"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물며 그 전신인 부여는 어떠하며 그 전신인 조선은 어떠한가?

 

왜 "고조선"이라고 부르는가? 그 나라의 이름은 "조선"이다. 이성계가 세운 나라를 "후조선" "근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명칭이다. 자신들을 황염(황제 헌원, 염제 신농)의 후손이라고 부르는 화교상들에게 우리는 치우가 우리 종족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하며, 민족의 개념을 적용하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한다. 깡패 앞에서 지성을 논하는 꼴이다. 대화는 상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족속의 역사가 영광스러운 지천년의 고대를 자랑한다는 헛소리를 하고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 족속들에게도 남 부럽지 않은 문화와 전승이 있음을 제대로 알자고 하는 것이다. 그 한가운데 "문제"로 서있는 것이 바로 옛 조선이다. 최근 정형진의 연구로 나타난 결과를 보면 환웅의 배달국(이렇게 부르니까 또 무슨 사이비 역사가처럼 느껴지는, 이 서글픈 자조...)도 역사적, 고고학적 근거가 충분히 있다. 하물며 중국의 역사책에 나와있는 조선의 실체를 도무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우리의 태도는 심리학적으로 어떤 결벽증에 해당하는 것일까? (미국의 저명한 학자가 연구해서 하바드와 예일대학이 공인하고 옥스포드와 캠브리지가 동의면 아마 전국민이 믿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최근 들어 옛 조선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음을 느끼게 해준 "아주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사실들을 잘 정리한 입문서이다.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벌써 10년이 다 되가는 이야기지만, PC통신 유니텔에서 [고대사 X파일]이라는 잡문을 써가며 가졌던 의문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어 이런 류의 책은 거의 본능적으로 접수해 분석하기 바쁜 내가, 오랜만에 맘 편하게 책을 읽었다, 그러니 "입문서"이고, 이 정도의 내용에 충격을 받는다면, 아직 많고 많은 것이 더 남아있다는 말씀만 드리겠다. 

 

아주 수세적인 입장에서 서술해도 역시 옛 조선은 1000년을 넘게 지속된 동아시아 고대의 최고 국가임이 틀림없는데, 이것을 미스테리로 불러야 하는 현실에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 없어, "이병도 떼거지들을 벽돌로 때려 피범벅을 만들어 선지국을 만들어 먹어도 그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오랜 만에 되뇌었던 책이기도 하다.

 

이덕일이 역사를 문학화해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성실한 역사가임을 느끼게 해준 최근작이기도 하다. (이 책 때문에 구입을 미룬 성삼제의 책에게는 다소 미안함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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