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우리 역사 바로잡기 1
이덕일, 김병기, 신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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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류의 책에 "국수주의"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을 알고있다. 반대하지 않겠다. 국수주의, "수"할 "국"이 있다면 말이다. 두 눈 빤하게 뜨고 나라의 정통사서인 삼국사기에 시조 주몽부터 나오는 고구려를 접수당한 사람들에게 "수"할 "국"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물며 그 전신인 부여는 어떠하며 그 전신인 조선은 어떠한가?

 

왜 "고조선"이라고 부르는가? 그 나라의 이름은 "조선"이다. 이성계가 세운 나라를 "후조선" "근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한 명칭이다. 자신들을 황염(황제 헌원, 염제 신농)의 후손이라고 부르는 화교상들에게 우리는 치우가 우리 종족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하며, 민족의 개념을 적용하기가 어렵지 않느냐고 한다. 깡패 앞에서 지성을 논하는 꼴이다. 대화는 상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족속의 역사가 영광스러운 지천년의 고대를 자랑한다는 헛소리를 하고싶은 것이 아니라, 우리 족속들에게도 남 부럽지 않은 문화와 전승이 있음을 제대로 알자고 하는 것이다. 그 한가운데 "문제"로 서있는 것이 바로 옛 조선이다. 최근 정형진의 연구로 나타난 결과를 보면 환웅의 배달국(이렇게 부르니까 또 무슨 사이비 역사가처럼 느껴지는, 이 서글픈 자조...)도 역사적, 고고학적 근거가 충분히 있다. 하물며 중국의 역사책에 나와있는 조선의 실체를 도무지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우리의 태도는 심리학적으로 어떤 결벽증에 해당하는 것일까? (미국의 저명한 학자가 연구해서 하바드와 예일대학이 공인하고 옥스포드와 캠브리지가 동의면 아마 전국민이 믿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최근 들어 옛 조선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음을 느끼게 해준 "아주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사실들을 잘 정리한 입문서이다.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벌써 10년이 다 되가는 이야기지만, PC통신 유니텔에서 [고대사 X파일]이라는 잡문을 써가며 가졌던 의문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어 이런 류의 책은 거의 본능적으로 접수해 분석하기 바쁜 내가, 오랜만에 맘 편하게 책을 읽었다, 그러니 "입문서"이고, 이 정도의 내용에 충격을 받는다면, 아직 많고 많은 것이 더 남아있다는 말씀만 드리겠다. 

 

아주 수세적인 입장에서 서술해도 역시 옛 조선은 1000년을 넘게 지속된 동아시아 고대의 최고 국가임이 틀림없는데, 이것을 미스테리로 불러야 하는 현실에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 없어, "이병도 떼거지들을 벽돌로 때려 피범벅을 만들어 선지국을 만들어 먹어도 그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오랜 만에 되뇌었던 책이기도 하다.

 

이덕일이 역사를 문학화해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성실한 역사가임을 느끼게 해준 최근작이기도 하다. (이 책 때문에 구입을 미룬 성삼제의 책에게는 다소 미안함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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