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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나의 불문과 교수님 방미경 선생님의 번역,
이동진 빨간 책방의 소개로 이 책을 만나고 교수님의 이름을 보고 반가웠다.
대학 시절 공부, 인생에는 관심이 없었다. 예쁜 프랑스 원서 보봐리 부인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여대생이었다. 지금 내 나이 47, 아마 그 당시 교수님의 연세였으리라. 이제야 의미를 찾는 삶, 인생 공부를 책을 통하여 한다. 교수님이 작품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반짝 거리던 작은 눈이 기억난다.
" 달콤한 노래를 읽고 우리말로 옮기고 루이즈라는 인물을 생각하며 여러달을 보냈다. 현실 속에서 어떤 사람과 만나 이만큼의 시간과 마음을 썼으면 꽤 가까운 사이가 되었을 거 같다.
우리는 소설속 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을 내것처럼 겪으면서 놀라운 통찰의 순간을 채험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께를 발견하기도 한다.....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이나 쿤데라의 루드비크 같은 인물에게 내가 느낀 연민과 감탄이 현실에서의 어떤 체험보다 강렬했고, 이후 이들은 내 인생의 사람들이 되었다. " 옮긴이의 말 중
루이즈라는 보모가 두 아이를 맡는다. 폴과 미리암은 이 아이들의 부모다. 미리암은 변호사이지만 아이들 육아로 휴직인 상태, 아이들 돌보는 일에 기쁨보다는 갑갑함을 느끼고 폴은 겉으로는 쿨하지만 개인적이고 육아에 무관심하다. 이들에게 육아 전문가 다운 루이즈가 나타나 부모 각자는 다시 커리어에 집중하며 균형을 맞추는 삶을 시작하는 듯 하다. 하지만 베일에 싸인 듯한 루이즈 이여자는 뭔가 이상하다. 마음에 구멍이 커 보인다. 매사에 철두 철미 하지만 공허해 보이고 중심없이 흔들리는 갈대 같다.
" 자크는 세달 후에 죽었다. 그는 햇볕에 말리려고 내 놓은뒤 잊어버린 과일처럼 바싹 말라갔다. 장례식 날에는 눈이 내렸고 대기의 빛은 거의 파랬다. 루이즈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공증인은 자크가 빚만 남겨 놓았다고 설명하며 난처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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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자기 인생의 한 부분이 통째로 연기가 되어 날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혀 나쁘지 않을것이다. 지난 기억들, 어둡고 황량한 거리의 긴 계단들, 자크와 스테파니 사이에서 보낸 지루한 일요일들을 불길이 집어 삼키는 것을 그녀는 거기 얌전히 꼼짝하지 않고 서서 지켜볼것이다.
하지만 루이즈는 추억의 물건이 든 상자들, 딸의 옷가지와 남편의 계략들을 작은 집 현관에 남겨둔 재 트럼트를 들고 문을 열쇠로 잘 잠근뒤 집을 나섰다.
그날밤 그녀는 일주일치 방세를 선불한 호텔방에서 잤다. 그녀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텔레비전 앞에서 먹었다. 혀에 무화과 비크킷을 올려놓고 조금씩 녹여 먹었다. 고독이 거대한 구멍처럼 모습을 드러냈고 루이즈는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바라 보았다. 몸과 옷에 달라붙은 고독으로 그녀의 모습이 빚어 지고 동작은 자그마한 할머니 몸짓 같이 되었다. 고독은 저물녁 어둠이 내리는 때, 식구 많은 집에서 이런 저런 소리들이 올라오는 시간에 다가와 와락 그녀를 덮쳤다. 빛이 약해지고 소리들이 다가온다..... 중국인 동네 한 모퉁이의 방에서 그녀는 시간 개념을 잃었다. 그녀는 길을 잃었고, 넋을 놓았다. 온세상이 그녀를 잊었다...." p129
루이즈가 왜 그랬는지? 루이즈가 누구였는지? 그러한 문제들을 연결성 있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할까? 그녀의 고독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존재감 없이 허공을 떠도는 귀신 같은 삶을 내가 체험 하는 듯하다. 작가의 스토리 구성과 내용도 흥미 있지만 각 캐릭터들의 생동감 넘치는 대화나 에피소드들은 영화를 보는듯 하다.
루이즈의 비극은 그녀 만의 것이 아닌듯 하다. 어떻게든 혈연, 지연으로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가벼운 현대인의 네트 워크, 온라인상으로 서로 인정받고자 하는 고독한 우리의 모습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