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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평점 :
장르를 막론하고 현실 사회 문제와 동떨어진 내용을 다루는 책을 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현실 사회 문제에 대한 긴장감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문제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리데기>를 선택해 읽기 시작한 것도 유명한 작가라서, 내용이 재미있어 보여서가 아닌 사회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문제에 대한 대안의 상상력이 담겨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였다. 그런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던 내게 작가가 말하는 초현실적인 이야기 전개 방법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맴돌았다. 아마도 '초현실 코드'가 내 입맛에 맞지 않았나보다. 그 밖에 바리의 삶을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문제의식과 소설 속 이야기 전개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소설을 읽는 방법이랄까. 책을 읽기 전에 책의 내용에 대해. 책을 둘러싼 현상에 대해 글을 쓰기로 미리 마음먹게 되면 책을 읽는 방법을 달리해야 하는 것 같다. 소설의 구조, 의미, 계연성, 등장인물의 특성. 예술작품의 해석처럼 작가의 입장과 독자의 입장을 이해할 때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읽을만 한 가치가 있는' 글이 되기 때문이다. <바리데기>를 읽으며 그런 독서법을 익히려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확실히 목소리를 내는 글이 좋은데 <바리데기>에서 이런 부분은 등장인물의 대화에서도 얼핏 등장하지만 직접적으로는 결말에야 등장한다. "말 좀 해봐. 우리가 받은 고통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는 왜 여기 있는지."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래…" "서양놈들하구 너희네 남자놈들이 그 헝겊때기 보자기를 같이 씌워놨어. 바깥놈은 그걸 벗겨야 개화시킨다구 그러구 안엣놈은 집안 단속해야 자길 지킨다구 그래." (헝겊때기 보자기는 부르카)
현실에서 끊임 없는 문제 앞의 삶과 잠깐의 안식과 행복을 통한 망각 그리고 다시 문제. 초현실의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현실감각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 또 문제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막막하지만 그래도 피하기만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