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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비가 오면? 짐은 어떻게? 잠은 어디서? 영어는 잘해야 돼?' 전혀 라이더 답지 않은 내가 품은 질문.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탱하고 사는 내겐 중요한 질문.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떠날 자신도 실천도 못하는 나.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늘어놓았다면 지루했을텐데 감칠맛나는 문체와 여행 중 만난 다른 사람들의 삶이 간간히 끼어들어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의 3분의 2지점쯤으로 기억한다. '도대체 뭐가 그리 힘들다고 엄살이야. 이 사람.' 집에 있는 이름이나 기종 모를-난 동네용이라고 부르는-자전거를 가지고 집앞 자전거도로로 나갔다. 아침 9시. 때마침 끊는 무더위와 높은 습도. 강에서 불어오는 뜨끈한 맞바람. 평소 같았으면 나갈 엄두도 안냈겠지만 저자와 소박하게나마 비슷한 경험을 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한강 뚝섬유원지로 출발. 한 시간쯤 미끄러져 뚝섬유원지에 도착했을 때 땀범벅에 티셔츠는 자꾸만 몸에 늘러붙고 피부는 햇볕에 그을어 검은 빛을 내고 있었다. '아- 힘들구나' 두 말이 필요 없이 힘들다. 언덕도 얼마 없는 평지. 그것도 자전거도로로 1시간 미끄러졌을 뿐인데. 잠시나마 저자의 체력을 의심해 미안한 마음과 생생한 책 읽기에 대한 쾌감이 역설적으로 감돌았다.
끊임 없이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진다. 다른 이들의 삶에서 배우고, 쉼없이 움직인다. 그렇게 삶은 잠시 멈춰 쉬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격정적으로 휙휙 내달릴 때 발전하고 풍성해진다. 너무 재고 끌면 생각만 꽉 차 삶은 텅 빈다. 그 좌절과 절망감이란. 자전거 바퀴가 구르면서 의미를 찾는 것처럼 삶도 앞으로 내달릴 때 의미가 있다. 애초부터 없었을 삶의 무게를 내달리며 서서히 덜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