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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 2007년 제3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미래의 불확실성'은 적잖이 진부했다.
어렵게 말할 것도 없이 항상 느끼며 살기 때문이다.
항상 느끼는 것에 대한 고찰이라고 한다면 성공이겠지만
낯설지 않기 때문에 재미는 없다.
등장인물들의 상황설정도 그러한데 '미래의 불확실성'을 다루기 때문에
일상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역설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
도박과 여자 중, 여자와 주인공의 관계 말이다.
항상 싱겁게 김빠진 맥주처럼 끝나는 불확실한 관계고 예상되는 전개지만
그래도 환상적인 진부함이 없어 믿음이 갔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 것처럼 비평이 더 나은 작품의 어머니라고 한다면
두 가지, 더 비평할 수 있겠는데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알 수 없는 비범함이나 다방면에 대한 지식은
필요 없는 멋부리기라는 것과 대사의 비현실성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언급하는 잭슨폴록 모습이라거나 니체의 인용문 같은
필요 없는 멋을 부리지 않더라도 이 소설은 충분히 쉽게 읽힌다는 것이고,
결말에 명혜 엄마가 주인공에게 고해성사 하듯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성기 운운하는 것은
소설이 아무리 허구라지만 일상을 소재로 다룬 소설 속에
환상을 뛰어 넘어버린 어떤 과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필요 없는 자극이라 생각한다. 소설이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갖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데 내게 슬롯(slot)는 너무 진부하지만
쉽게 읽히고 읽는 재미가 생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