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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생각의 속도 - 디지털 신경망 비즈니스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이규행 감역 / 청림출판 / 1999년 5월
평점 :
요는 이렇다. 점차 가격이 낮아질 PC와 인터넷 기술을 중심으로 보다 빠르고 유연한 소통(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들고 그 장에서 신선한 정보들을 빠르게 모은다. 팔딱팔딱 뛰는 정보 또한 ‘빠르게’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간다. 이렇게 퍼진 정보를 ‘빠르게’ 다듬어—불필요한 과정을 생략—사용. 사용 후에도 빠른 피드백으로 빠르게 다듬어 다시 사용한다. 왜 빨라야 하는가는 ‘무한 경쟁’ ‘속도의 시대’라는 여러 광고나 기업 홍보의 표현으로 익숙하다.
탁월한 빌
빌 게이츠(이하 빌)도 책에서 수차례 간접적으로 언급했지만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의 주를 이루는 ‘디지털 신경망 비지니스’에 대한 ‘현실적 상상’은 어느 날 빌의 경험을 토대로 갑자기 생겼다기보다 역사와 현대 기술의 상황과 발전 가능성, 그 자신과 주변 기업인의 경험을 종합한 고찰일 것이다. 빌은 앞으로 정보를 얻고 소유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실적인’ 정보를 실제 비지니스에 적용하는 과감하고 통찰력이 뒷받침되는 실천을 할 때 다른 기업—빌은 정부, 학교, 병원을 각기 다른 성질의 ‘기업’으로 보고 있다—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미디어는 맛사지다’라고 한 ‘마살 맥루한’의 말대로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이기 때문에 빌의 생각처럼 디지털은 인간이 해야 했던 반복된 업무나 잡무를 처리해주고 인간은 좀 더 중요한 일 이를테면 기업인이 정보를 관리하거나 고객과 면담하는 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일,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디지털 인프라아키텍쳐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프로세스는 디지털 신경망을 통해 정보를 빠르게 모으고 다듬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정보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는 빌의 생각은 탁월하다.
요원한 예상과 실천
빌이 예상하고 실천하고 있던 디지털 신경망의 구축은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것은 활발하고 부족한 것은 아직도 요원하다. 인터넷 상거래, 수평적 인터넷 문화를 통한 거침없는 대화—도덕적 웹 사용을 떠나—와 정보의 공유는 활발하지만 아직도 서류가 없으면 진행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빌이 언급한 기업의 영수증 처리 과정이나 은행 업무가 그렇다.
웹 윤리, 개인 정보 보호
그러나 웹 생활양식과 웹 업무양식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데 너무 연연한 나머지 ‘웹 윤리’와 ‘개인 정보 보호’에는 몇 가지 방안을 내 놓고 있긴 하지만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인다. 속도, 속도 하다 보니 잠시 뒤돌아봤다가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건 알겠지만 웹 윤리와 개인 정보 보호가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디지털 신경망 구축은 영원히 요원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신경망은 기업 사원과 고객의 개인 정보를 세세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신용카드나 인터넷 명의 도용 등의 문제는 심각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신경망 구축 소프트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인 정보 보호는 그것에 앞서 고려해야할 중요한 관점이다.
독자@생각의 속도
각 기업 프로세스 보안상의 문제로 인해 제약이 따랐겠지만 빌이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를 읽는 ‘독자@생각의 속도’를 고려했다면 각종 소프트웨어의 사용 예의 이미지와 주석을 가지고 책의 내용을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영상 시대에 대해 텍스트로만 말하고 있으니 어렵기 마련이다.
대안의 기능
생각하면 전 세계를 연결하는 디지털 신경망은—정책을 통한 소유의 불평등과 개인 사생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PC와 인터넷 보급이 확대된다는 가정 하에—전혀 다른 세계를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한국의 경우 ‘웹 생활양식’이 고질적인 지역주의와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인간의 ‘기술적 상상력은’ 더욱 요원하고 세밀한 사고가 필요하다. 디지털 신경망 기술이 앞으로의 발전을 주도하다면 그 이후의 기술적 상상도 지금 가능할 것이고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기업이 인간의 신경망을 흉내 내 이익을 얻는다면 인간의 따뜻한 마음까지 흉내 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