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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한국인 박노자
박노자씨(이하 존칭 생략) 혹은 그의 저서에 대한 언급에 빠지지 않는 전제가 있다. 바로 ‘귀화한 한국인’이라는 것.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유려한 문체와 어려운 어휘를 골라 쓰고 우리 역사에 박학다식하다는 것. 이런 전제 또한 박노자가 느낌표를 연발해서 언급하는 ‘낡은 민족주의 관념’의 일환이다. 국가라는 그들이 만든 경계를 부정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상과 행동의 완성을 위해 한국인이 되었는데 굳이 그것을 다시 상기해 전제로 하는 것은 쓸데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가 한국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박식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대안이 없다면
[소녀의 눈동자 1939]의 저자 ‘한 놀란’이 말한 것처럼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많은 저서들이 서양의 역사에 비추어 우리의 모습을 재해석하려고 하는데 비해 박노자의 저서는 항상 한국과 서양의 역사를 골고루 섞어 비교 분석하고 배울 점을 찾는다. 이것이 그의 저서를 찾게 되는 갈증의 해소다. 갈증의 해소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의 갈증이 날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한다. 그래서 그의 글은 끝까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현상 파악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이견은 존재하지만―대안과 그 절차적 실행방법을 내놓으니 그럴 수밖에. [당신들의 대한민국] 거의 모든 장에서 삶의 긍정적 풍요로움을 위해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면의 분석과 인간애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보면 그의 ‘항상 이면을 보고자 하는’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다보니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잊어버린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소수 자본가와 그 외에 어용적인 사람들에 대해 비판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박노자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인간애에서 비롯되는데 인간애가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다시―많은 배움을 안고― 현재 사회로의 대안으로 복귀한다. 인간이 그저 인간답기 위해 인간 이상이어야만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간애는 필연이다. 그래서 박노자의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처럼 인간애에 대한 호소가 절실하다.
한반도의 중립화
사회 각층에서 박노자가 그의 저서 [하얀 가면의 제국]에 언급한 ‘한반도 중립화’에 대한 논의가 심각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북한과 미국이 연대하지 못하고 중국이 미국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 주둔한 미군의 주둔지를 재배치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미국의 침략전쟁에 희생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한반도의 중립화가 아니라도 갖가지 대안으로 머지않아 보이는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진보 운동의 폐단
소위 진보적 사상을 가진 사람도 어떤 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그런 폐단에 대해 박노자는 “사립대학들의 족벌 집단들이나 공립대학의 학벌 집단들이 내주는 직함이 대중적으로 진정한 권위로 인정되는 한, 대중을 대표하는 진보운동마저도 연고주의, 권위주의의 늪을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다. 서로 똑같은 사람과 사람의 평등한 연대가 아닌, 직함이 높은 자의 직함이 없는 자에 대한 계몽과 지도는, 언어가 수입된 진보 담론으로 메워진다 해도, 그다운 실천이 따를 리가 만무하다.”고 말한다.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행태가 진보에서도 행해진다면 그것이 어떻게 진보겠는가.
끝으로 박노자가 [당신들의 대한민국] 각 장에 제시하는 대안들이 흔히 말하는 ‘너무 이상적이기만 하다’는 것에서 ‘현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