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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그리스 신화 8
사토나카 마치코 지음, 최은석 옮김, 이윤기 감수 / 황금가지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신화란
신화는 영어로 Myth, 그 어원은 그리스어 Mythos, Mythos란 ‘입에서 나온 소리’ ‘말’이란 뜻에서 나아가 ‘이야기’란 뜻이다. 신화는 본디 ‘말해지는’ 것인데 말은 상당히 바뀌기 쉽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는 그 유래가 천차만별이다. 시대가 흐르며 서서히 변화하거나 이야기가 첨삭되는 과정이 몇 세기에 걸쳐 여기저기서 일어난 것이다. 판소리와 전래동화가 ‘말로 전해졌’기 때문에 그 내용이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과 같다.
신화는 그 민족의 성립과 인간관 가치관을 반영한다. <만화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그리스 신화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가부장제 남존여비 사상’이다. <만화 그리스 신화>를 보면서 의아했던 것이 그리스 여성이 남성의 성적, 사회적인 강요에 거의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는데 실제 그리스는 민주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투표권은 시민권을 가진 성인 남자만 가졌고, 혼인한 부부의 경우 남성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해버리는 것이었다.(6권, 107p) 총 8권인 <만화 그리스 신화>의 각 권 말미에 해설을 맡은 니시무라 요시코는 젠더의 시점으로 읽는 신화를 통해 신화의 성차별을 명확하게 밝히고 신화 속에 도사린 편향적인 시각을 파헤친 후 신화라는 대상을 더 깊고 건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8권, 229p)
유명한 영화 <Troy, 트로이>에서 트로이 전쟁의 발단인 스파르타의 미녀 헬레네도 그리스 신화의 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의 피해자인 샘인데 실제 트로이 전설 이전의 헬레네는 수목 숭배와 깊은 연관을 가진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신앙의 대상이 되었던 여신이다.
이렇게 신화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 사회 조직의 도덕적 가치관, 인간관을 농후하게 반영하는 관념의 산물인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읽은 이유
서양 미술사와 철학사를 접하면 그리스 신화에 대한 언급이 많이 등장한다. 미술관에서 그림 하나를 봐도 그리스 신화를 알아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 영화 <Troy, 트로이>도 그리스 신화를 알고 보면 보다 재미있고 트로이가 멸망한 뒤 로마 제국의 건설에 대해 알고 있으면 그 재미는 더한다. 그리스 신화는 현대에 이미 철학과 예술을 이해하는 배경 지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 학문을 이해하는데 수월하기 때문에 읽었고 많은 책 중 만화를 개인적인 입문서로 선택한 까닭은 관심 전공 서적을 읽어가면서 그리스 신화의 그리스 신화 텍스트의 방대한 양을 감당하기 위함이었다. 만화를 택하면 쉽지 않겠냐는 자만도 한 몫 했는데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만화 그리스 신화>의 내용 덕에 그럭저럭 통했다. 이제 그리스 신화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으니 전보다 방대한 텍스트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그리스 신화가 말하는 것
<만화 그리스 신화>에서 해설 니시무라 요시코는 그리스 신화가 현대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 했고 자신은 젠더의 시점에서 그리스 신화를 파악했다. 난 그리스 신화를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사회 지배체제의 이데올로기로 파악하려 한다. 먼저 다른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다른 민족, 집단의 가치관, 미의식, 철학에 따라 전해져 온 이야기에 대한 해석과 이해가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그리스 신화는 말로 전해진 것이기 때문에 그 갈래가 천차만별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는 일깨움이다.
다른 하나, 사회 지배체제의 이데올로기로 파악한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은 그 권위에 정도에 따라 억압과 계몽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 권위와 계몽이 그리스인들이 신화를 만든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보는데 그리스의 지배 체제는 신화라는 선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사회 이데올로기를 시민들에게 주입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이다. 절대적 선을 강요하는 한국 전래 동화처럼 신에 저항하는 말을 하거나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면 돌이킬 수 없는 벌을 받고 신에 순응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거나 그들의 은총을 받는다. 신탁을 받는 지배체제는 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고 그것에 저항하면 신의 노여움을 사 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시민들에게 심어주려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았을까.
위의 두 가지 그리스 신화에 대한 개인적 해석은 그리스 신화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수반된 후 명확하게 정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