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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삶을 글로 그리는 능력
글을 쓰면서 느끼는 답답함은 무지와 함께 글을 그리는 실력이 부족함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인간 내면의 흉악함이나 비열함에 대한 현실 사물 혹은 현상과의 비유적 표현은 웬만한 철학적 사유를 평소에 갈고 닦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주제 사라마구는 탁월한 문학적 재능을 가졌다고 해야겠다. 책을 읽다보면 잠시 몽상에 잠기게 하는 과도한 비유적 표현이 거슬리긴 하지만 분명 사라마구식 비유는 비유적 상상력의 사유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보수의 폐단
우익정당이 발휘하는 극명한 보수성이 비인간적이고 비타협적인 연쇄적 폐단을 부른다. 자신들이 재정한 틀에서 벗어나는 현상이나 개인성은 우익정당 그들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언제 깨질지 모를 그들 정당의 집권에 매달려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 불행이 연속된다.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자 하는데 어차피 그들이 정해놓은 틀 안에 있다. 그들은 그들의 틀과 보수성을 자신들도 절감하면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현 집권 상태와 안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자위하며 계속 빙글빙글 제자리를 맴돈다. 그로 인해 피해 입는 희생양은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는 이들까지도 포함된다.
혁명의 향기
70퍼센트 이상의 백지투표 이후 재선거에서 83퍼센트의 백지투표라는 개표 결과는 어떤 혁명의 향기를 풍긴다. 흔한 말로 요즘 시대에 어떤 단체나 집단을 통한 운동이라 해도 이런 혁명은 기대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다수가 환상에서 깨어나다니. 이런 환상이 어디 있을까. 좌익, 우익, 중도 정당도 아닌 그 무엇을 바라는 혁명. 아무런 혼잡과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의 백지투표 혁명은 지난 광주민주화운동 혹은 6월 항쟁의 분위기와 어떤 접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 비해 모르는 단어와 지명, 생소한 표현이 많아서인지 술술 읽히지 않고 띄엄띄엄 스타카토로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