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동양고전 슬기바다 2
맹자 지음, 박경환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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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군자임과 동시에 군자의 사상과 행동을 좇는 맹자는 “원래 군자의 행동을 보통 사람들은 알지 못하게 마련”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맹자가 말하는 보통 사람이란 “어떤 것을 행하면서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것에 익숙해 있으면서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일생동안 그것을 따라가면서도 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맹자는 ‘전국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그러므로 맹자의 사상과 행동은 전국시대의 산물에 대응한 공자에서 비롯된 유가와 맹자 자신의 문제의식이 결합한 총체일 것이다. 전국시대는 분열과 약육강식의 시대였고,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빈번했던 시대다. “특히 맹자 당시인 전국시대 중엽은 분열의 국면이 심화되면서 통일의 기운이 생겨나던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맹자는 제후국들을 유랑하며 인의로 덕을 실행하는 왕도정치 사상을 유세했으며, 유세 당시 그 위세를 떨치던 양자와 묵자의 사상과 끊임없는 논쟁을 통하여 유가 사상을 전개해 나갔다.

2.
맹자 당대의 전국시대의 사회 체제와 21세기 현대 자본주의 사회 체제는 경제, 사상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과 의, 덕에 대한 전국시대의 현실적 외면은 자본주의시대의 인간 존엄성의 외면과 닮았고, 전국시대 부국강병의 논리는 지정학적 국경과 민족, 관습으로 나뉘어 있는 나라들이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전국 시대 당시의 법가, 종횡가 계열의 인물들이 군주의 곁에서 부국강병의 논리에 따른 세금 수탈과 전쟁을 통한 이익 추구를 부추긴 것 또한 어찌되었든 자본주의시대 패권을 잡고 있는 미국의 ‘침략전쟁’과 ‘전세계의 우경화’와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3. 현대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해 현실적 쓸모가 없는 가치들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간의 존엄성, 소수의 권리, 덕이 있는 인간관계와 만남들이 그것이다. 맹자 당대 또한 제후들에게서 맹자가 들은 “좋은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도 자본주의 사회체제의 현실적 쓸모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여기에 맹자는 어찌 인과 의에 의한 덕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을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결국 공자에서 비롯된 유가 사상은 “한대에 최초로 여타의 학파를 물리치고 통치이념으로 채택된 이래 청의 멸망에 이르기까지 다소의 기복은 있었지만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로써 역사적인 반증이 이루어졌다. 현재 눈앞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것들도 이후엔 얼마든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역사적 반증.

4.
현대 자본주의 시장 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맹자처럼 소외당하고 있는 것들의 가치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맹자도 《맹자》에서 왕도정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후들에게 “슬프도다”라며 우는 소리를 하곤 했다. 그러나 끝까지 신념을 지키고 “인이 불인을 이기는 것은 물이 불을 이기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 오늘날 인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물 한 잔으로 수레 하나에 가득 실린 땔나무에 붙은 불을 끄려는 것과 같다. 그러고서 불이 꺼지지 않으면 물은 불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한다”고 말하며 “천하에 도가 있으면 그 도를 자신의 몸을 통해 실천하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도를 추구하여 자신을 희생한다. 나는 자신의 도를 희생해가며 남을 따랐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각자의 신념을 잃지 말고 세상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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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희생 - 개인의 희생 없는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는가?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이목 옮김 / 책과함께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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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희생의 논리

1. 과거 민주화 운동에서 희생된 이름 모를 사람들에 대해 형식상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 사람들의 노력으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의 희생을 민주주의를 향한 숭고한 희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다카하시 데쓰야가 던지는 궁극적인 의문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개인의 희생 없는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는가?” 단순하게 보면 우리가 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이들을 ‘호국 영령’이라 추모하는 것과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의 근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은 바로 ‘희생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2. 민주화 운동과 다르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침략 전쟁과 권력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역사적 맥락의 왜곡이 엄연히 존재한다. 일본을 위한 침략 전쟁에서 타국의 시민을 무자비하게 사살한 전범들도 신사에 영령으로 모셔져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이는 결국 침략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가 아니면 무엇인가.

야스쿠니 신사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호국 영령’을 기리는 장소가 대표하는 숭고한 희생의 논리는 전쟁의 참담한 일상을 은폐하고 국민 전체를 지속적인 전쟁 협력의 일원으로 동원하는 방법인 셈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국민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는 목적을 지닌 숭고한 희생의 논리는 명예와 정당성을 갈구하는 인간의 근본 욕망을 자극함고 절대적 권력 혹은 인간이 정확하게 그 실체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 어려운 범접할 수 없는 존재 혹은 관념의 신비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은 히틀러가 항상 노을이 지는 즈음에 연설을 시작했다는 설과 나치 전당 대회에서 쏘아 올린 빛의 기둥의 스펙터클함과 다르지 않고, 인간 이성의 한계와 그 불합리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이지도 않는 신이라는 존재를 긍정하는 것과 같다.

3. 다카하시 데쓰야는 이렇게 일상의 맥락에서 구분하여 생각하기 힘들게 된 희생의 논리를 ‘숭고한 희생’과 ‘타락한 희생’으로 나누어 생각한 칸트로비츠의 글을 인용하여 분석하고 있다. ‘자기희생’이라는 관념을 고귀하고 숭고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한 칸트로비츠는 고대 국가와 중세 봉건 국가에서의 ‘조국을 위한 희생’을 비교하면서 궁극적으로 숭고한 희생이라는 것은 당대의 정치, 경제적 권력의 헤게모니를 쥔 이들을 위한 죽음으로 타락했다고 적고 있다. 이런 희생에 숭고함은 존재할 수 없으며 타락한 희생은 결국 아무런 의미 없이 존재가 지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희생을 숭고와 타락으로 나누어 구분하는 것과 전쟁의 정당성과 전정에서의 정당성으로 전쟁의 정의를 두 단계로 분석하는 것은 “희생의 구조가 일상적인 구조 그 자체일” 때 ‘어떤 희생인가’란 의문을 던짐으로써 부당한 것들의 정당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4. 다시 한 번 다카하시 데쓰야가 던지는 궁극적인 의문을 상기해보자. “개인의 희생 없는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는가?” 이 질문의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다카하시 데쓰야의 한계인 동시에 시대의 한계인 것이다. 다만 그는 “모든 희생의 폐기는 불가피하지만…우리는 ‘절대적 희생’의 구조 속에서, 그러나 모든 희생의 폐기를 끊임없이 욕망하면서 동시에 (책임감 있게)결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말할 뿐이다.

5. 희생의 논리가 일상의 맥락과 구분할 수 없는 지경이니 여간 골치 아프고 까다로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어떤 현상이든 그것을 투명하게 보려고 노력한다면 부당한 것들의 정당화에 속아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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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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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음의 향연》은 과학자들의 가설을 근거로 야생 고지대 원주민의 식인 관습에서 발생한 쿠루와 양의 스크래피가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즉 인간 광우병과 유사한 발병 증세를 나타내며, 뇌에 별 모양의 많은 구멍이 뚫리는 해면상 뇌증이 나타남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 광우병의 발생원인을 찾고자 노력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리처드 로즈는 1997년에 이 책을 썼다. 책에 담긴 당시 과학자들의 가설들이 21세기에 들어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사태를 진지하게 만들고 앞으로 잠복기가 지나면 더 많은 사람이 인간 광우병 증세를 보일 수 있다는 가설 또한 들어맞을까 두렵다.

2.
“발병 인자에 대한 과학적 논란만 하더라도 비정상 단백질 결정화 이론(칼턴 가이듀섹), 프리온 설(스탠리 프루지너), 스크래피 관련 원섬유 설(퍼트리샤 머즈), 유사 바이러스 입자 설(하이노 디린거), 스피로플라스마 설(프랭크 O. 베스티언), 바이리노 설(앨런 디킨슨) 등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었다.”

현재 프리온 단백질 이론이 가장 현상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광우병이 정말 두려운 이유는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 확실히 규명되지도 않았고, 잠복기가 30년~50년으로 길어 과학자들의 가설을 실험해보기에 너무 긴 시간이며,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확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약도 전혀 없는 데다 치사율이 100%다. 걸리면 죽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잠복기를 지나 대량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광우병의 근본원인을 찾아 발병 인자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다.

3.
《죽음의 향연》에서 어둠 속에 꽁꽁 숨어 드러나지 않는 인간 광우병의 정체는 《육식의 종말》에서 “수천 년에 걸쳐 인류와 소 사이에 공고하게 다져진 특별한 관계를 다루”는 것을 통해 뭉뚱그려진 모습으로 드러난다. 비위생적이라고 말하면 너무 간소할 정도로 역겨운 소 사육 과정과 도축 과정은 이러니 광우병 같은 질병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소 사육과 육식이 역사적으로 남성 지배 영속화, 계급 차별 조장, 국수주의와 식민주의의 이익 증진,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박탈 영속화, 자연 생태계 파괴, 지구 사막화, 축사 단지의 형성과 효율성 중시로 인한 각종 폐해, 인간의 노동력을 상업적 자원으로 전락시키는 주범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의 향연》에서 볼 수 없는 인간과 소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인 맥락과 육식을 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통해 인간 광우병을 넘어 인간의 소 사육과 육식으로 인한 지구 전체의 황폐화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육식의 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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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죽음의 향연 - 광우병의 비밀을 추적한 공포와 전율의 다큐멘터리 메디컬 사이언스 7
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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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이 책은 과학자들의 가설을 근거로 야생 고지대 원주민의 식인 관습에서 발생한 쿠루와 양의 스크래피가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즉 인간 광우병과 유사한 발병 증세를 나타내며, 뇌에 별 모양의 많은 구멍이 뚫리는 해면상 뇌증이 나타남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 광우병의 발생원인을 찾고자 노력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 리처드 로즈는 1997년에 이 책을 썼다. 책에 담긴 당시 과학자들의 가설들이 21세기에 들어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사태를 진지하게 만들고 앞으로 잠복기가 지나면 더 많은 사람이 인간 광우병 증세를 보일 수 있다는 가설 또한 들어맞을까 두렵다.

2.
“발병 인자에 대한 과학적 논란만 하더라도 비정상 단백질 결정화 이론(칼턴 가이듀섹), 프리온 설(스탠리 프루지너), 스크래피 관련 원섬유 설(퍼트리샤 머즈), 유사 바이러스 입자 설(하이노 디린거), 스피로플라스마 설(프랭크 O. 베스티언), 바이리노 설(앨런 디킨슨) 등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었다.”

현재 프리온 단백질 이론이 가장 현상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광우병이 정말 두려운 이유는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 확실히 규명되지도 않았고, 잠복기가 30년~50년으로 길어 과학자들의 가설을 실험해보기에 너무 긴 시간이며,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확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약도 전혀 없는 데다 치사율이 100%다. 걸리면 죽는다.

그렇다면 앞으로 잠복기를 지나 대량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광우병의 근본원인을 찾아 발병 인자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다.

3.
《죽음의 향연》에서 어둠 속에 꽁꽁 숨어 드러나지 않는 인간 광우병의 정체는 《육식의 종말》에서 “수천 년에 걸쳐 인류와 소 사이에 공고하게 다져진 특별한 관계를 다루”는 것을 통해 뭉뚱그려진 모습으로 드러난다. 비위생적이라고 말하면 너무 간소할 정도로 역겨운 소 사육 과정과 도축 과정은 이러니 광우병 같은 질병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소 사육과 육식이 역사적으로 남성 지배 영속화, 계급 차별 조장, 국수주의와 식민주의의 이익 증진,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박탈 영속화, 자연 생태계 파괴, 지구 사막화, 축사 단지의 형성과 효율성 중시로 인한 각종 폐해, 인간의 노동력을 상업적 자원으로 전락시키는 주범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의 향연》에서 볼 수 없는 인간과 소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인 맥락과 육식을 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통해 인간 광우병을 넘어 인간의 소 사육과 육식으로 인한 지구 전체의 황폐화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육식의 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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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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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 강유원은 이상적인 세상엔 유토피아에 대한 논의가 필요 없으며, 병이 없으면 의사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책을 읽는 행위는 나무로 만든 종이를 소비함으로써 세상을 훼손하는 행위고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병든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쓰는 것은 어찌 보면 억지 같지만 일리가 있다. 자연과 자신을 일치시키며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계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질 필요가 없다. 반면에 책을 읽는 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 이들에 비해 극소수임과 동시에 자연과 자신을 분리시키고 세계를 파악하려는 의문을 던짐으로써 눈이 하나인 나라에 사는 눈이 둘인 사람처럼 병든 사람들이 된다.

책을 읽는 행위가 세계를 파악하기 위해 의문을 던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곧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되돌아봄과 같은 행위일 것이다. 이른바 ‘자기반성’이다. 다시 풀어쓰자면 강유원은 책을 읽는 행위가 자기를 반성하는 것임과 동시에 세계를 파악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거기에 덧붙여 책을 읽고 쓰는 사람의 수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수에 비해 절대 소수이기 때문에 언제나 책을 읽는 행위는 하나의 음모에 불과할 수 있는 허무한 것이라고 말한다.

텍스트
책은 수많은 매체 중 하나일 뿐이고, 책 속에 있는 문자로 이루어진 어떤 정보들은 큰 의미에서 이른바 텍스트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책은 넓은 의미에서 텍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강유원은 어느 순간부터 텍스트가 자신보다 앞서 존재하는 세계를 희롱하고, 텍스트 자체로서 일정한 힘을 갖기 시작했으며 이 와중에 세계와 전혀 일치하는 점이 없는 텍스트까지도 생겨났다고 말한다. 세계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텍스트 때문에 세계와 텍스트의 컨텍스트, 즉 세계와 텍스트의 전후좌우 모든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은 인류의 통상적인 시간 순서에 따라 텍스트 자신이 말하고 있는 바를 통해 세계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강유원은 주장한다. 그 텍스트가 언제 어디에서 편집되었을지 모르지만.

고전
통상적인 시간 순서에 따라 텍스트와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읽게 되는 것은 이른바 고전이다. 강유원이 인류 최초의 서사시라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부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까지를 고전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그가 이 두 텍스트와 그 사이까지를 고전이라고 일단락 지은 것은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고전은 당대를 비롯해 그 이후까지 세계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하며,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인용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인용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재검토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텍스트는 사라지고 어떤 텍스트는 살아남아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다.

책과 세계
이 책은 어디까지나 통상적인 시간 순서와 서양의 고전 텍스트를 위주로 고전 읽기를 자극하고 사라져야 하는 또 하나의 텍스트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겉을 핥는 독서가 아닌 진득하니 앉아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당대의 개념을 파악하고자 하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사람, 쉽게 말해 고전을 읽어야겠는데 무엇을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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