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영화 원작 소설) - 완역, 1·2권 통합 걸 클래식 컬렉션 1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공보경 옮김 / 윌북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작은 아씨들>이 이렇게 쪽수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벽돌책이다. 사다 놓고 아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게로 읽지 않았다. (구입한 책은 언제나 읽을 수 있다는 착각아래)
잘 피해 왔다고 생각한 코로나와 만났다. 증세가 많이 심하진 않아서 하루 이틀은 몸살감기 앓듯이 앓고 방안에 격리되어 있는 시간에 책을 집어들었다. 700여 쪽이나 되는 책을 다 읽었다.
새로 개봉한 영화도 생각나고, 등장인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조와 로리가 결혼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는데, 지금은 조는 로리와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시작할 때 나이가 워낙 어린이였어서, 나이가 들면서 성장하는 에이미도 다르게 보였다.
또다른 벽돌과 만나야 하는데, 그 벽돌 2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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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위쪽 세상에서는 북극성이 변치 않는 지표가 되잖아요. 절대적이고 변치 않는 기준처럼. 다들 그 기준을 따르는 게 정상적인 삶이라고 믿고 살죠. 그런데 적도 아래 세상에서는 정상의 기준이 다르더라고요. 호주 브리즈번의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전생각했어요. 사막에 밤이 찾아와 길을 잃었을 때, 별이 이야기하는 방향은 각각 다를 수 있는게 아닐까, 하고요. 눈이 내린 산속을 헤맬 때, 북반구에서는 북극성을 찾겠지만 남만구에서는 희미한 남극성을 바라봐야겠죠. 도넛이 중간이 동그랗게 뚫려 있는게 당연하다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도넛은 원래 구멍이 없는 빵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정상적으로 산다는 기준이 하나는 아닐지도 모르는 거라고요."  - P120

여름 장맛비는 영원할 것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이 비도 언젠가 그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유한한 우리 인생의 마지막 순간은 오늘도 한 발자국 가까워지고 있을 뿐이었다. 지구 어떤 밤을 버티면서만 살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밤의 축제를안고 춤추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유진은 생각했다. 태풍은 결국 힘을 쓰지 못한 밤이었다. - P123

‘마리야. 괜찮아, 그냥 다.‘
지훈은 눈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불완전한 언어로 표현하기에, 감정은 너무 깊고 오묘하고 복잡하니까. 마리는 지훈의 투명하고깨끗한 눈빛이 두려웠다. 그 눈빛에 자신도 투명해질 것만 같았다. 마리는 여전히 비밀의 수렁을 헤매는 중이었다. 헤어 나올수 없는 깊이의 수렁에 지훈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마리는 말없이 지훈을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이내 주먹을 쥘 듯한 힘은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 P145

"...... 반딧불이는 1년 중 불빛을 내며 살아 있는 시간이 고작해야 2주래. 열네 번의 밤 동안 빛을 발하다가 우주에서 사라지고 말지. 인생에서 진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그렇게 자주 있지 않다는 얘기처럼 느껴지더라....... 우리가 진실을 이야기하는밤이 인생에서 열네 번은 될까?"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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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메뉴판이 뭐야?"라고 묻는 바람에게 이모가 말했다.
"아메리카노는 ‘까만 커피‘, 샷 추가는 ‘진하게‘, 더블 샷추가는 ‘진하게 더 진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얼음동동까만 냉커피, 카페라테는 ‘커피에 우유많이‘. 카푸치노는 커피와 우유 거품 그 위에 계핏가루 톡톡‘."
"와! 그럼 나는 지금 ‘커피에 우유 많이‘를 마시는거네?"
"나는 ‘까만 커피 진하게 더 진하게‘를 마시는거고."
두 사람이 키득키득 소리 내어 웃었다. - P104

"카페 올제? 카페 올 때라는 사투리?"
이모가 아니라는듯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저는 ‘내일‘의 순우리말이래 오늘도내일도 오시라는 뜻도 있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는 의미도 있다. 이름 참 예쁘지 않아? 카페 올제 그런데 더 멋진건올제 앞에 쉼표가 찍혀 있다는 거야."
"무슨뜻이야?"
‘제‘도 그렇지만 그 앞에 착한 쉼표도 이상했다. 궁금한것은 못 참는 이모답게 카페 주인에게 그뜻을 물었다.
"내일은 반드시 오늘을 거쳐야 하잖아. 그러나 내일로기전에 잠시 쉬어 가란 의미래, 카페 사장님 아이디어 진짜멋지지 않냐? 어떻게 내일이라는 단어 앞에 쉼표를 넣을 생각을 했을까? 세상에는 천재들이 너무 많아"
내일로 가기 전에 잠시 쉬어 가라. 문장에도 악보에도 쉽표가 있었다. 그 순간 바람은 문득 인생에도 누군가 콕 쉼표를 찍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 P105

"내가 행복을 주기 전에, 내가 행복한 순간을 먼저 떠올렸다고 했잖아. 내가 행복해야 남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될수 있는거야. 나는 신학, 문학, 사회 복지, 심리학, 의학보다 참신하게 디자인한 물건을 볼때 더 행복하다고요." - P132

"인디언들에게는 일반 사람들에게 없는 세 가지 특징이 있어. 그 첫 번째가 바로 기우제를 지내면서 곧바로 비가 오지 않아도실망하지 않는 거야."
허공에 새하얀 검지와 중지가 나타나 브이를 그렸다.
"둘째는 비가 내릴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고."
파란 티셔츠가 마지막으로 약지를 들어 보였다.
"셋째는 언젠가 반드시 비가 내릴 거란 믿음을 잃지 않는다는 거지. 이 세가지가 인디언들만이 가지고 있는 진짜 힘이야." - P170

나는 사랑을 그렇게 생각했어. 뜨겁고 열정적이고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고. 그런데 내 사랑은 너무 잔잔했어. 그건 어쩌면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20대의 내가 해석한 사랑은 그런거야. 그 시절 내가 가지고 잇는 삶의 어휘는 너무 빈다약했거든. 시간을 더 흘려보낸 뒤에야 인생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어. 나라는 인간을 해석할 수 있는 어휘들이 많이 늘어났다고나 할까. 그 덕분에 사랑의 정의도 훨씬 다양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어.
후회? 후회는 회전목마 같은 거야. 끊임없이 되돌아오거든. 어떤 날은 ‘그래, 내 선택이 옳았어.‘라고 자신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그래 내 선택이 옳았어.‘라고 자신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땅을 치고 후회하지. 바람아, 어른이된다는 것은 말이야.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야. 그냥 후회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거지. 그것 역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그 순간을 결정한 스스로를 존중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결정한 일에 후회가 남을까 두려워하지 마. 그것마저 받아들여, 그리고 잊지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내가 지난 번에 말했지. 술취한 등산객이 백오산 돌탑 무너뜨렸다고. 거기에 새 돌탑이 다시 생겼어. 그사이 사람들이 하나둘 새로 쌓아 올린 거지. 원래 무너지고 다시 쌓아 올리고 이 지나난한 일을 반복하는 게 인생이야. 멈춰 서는 게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236~237쪽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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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물꾸럭 신이 있어 사람에게 길흉을 가져온다면, 그네가 잠수에 실패해 액운을 당한다면, 그때 너는 후회할 거야.
‘아 물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해냈어야 했는데‘ 그런 다음 울겠지. 지금처럼 서럽게. 하지만 네가 잠수에 성공한다면, 언젠가 네게 액운이 닥쳐도 후회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수영을 배워, 살아보니 그렇더라. 뭔가를 위해 무슨 일다 보면,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양희가 옷매무새를 꼼꼼히 매만졌다. - P200

스테판 거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근심 어린 눈으로 사진을 봤다.
"그러지 마. 생각해야 해. 너처럼 똑똑한 애들일수록 더 깊이 생각해야지. 자기 결핍을 메꾸려는 똑똑이들처럼 무서운 인간도 없어. 이걸 기억해. 네 구멍을 메꾸려고 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 자신을 소진해서도 안 돼. 내 말은, 무의미하게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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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가까운 남들에 대해 기록해 놓고 싶었다. 가족부터 시작해 친구, 연인, 동료, 이웃들의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자아에 대한 서술이 늘어갔다. ‘가장 가까운 남‘이란 결국 자기 자신인 셈이었다. - P6

지금은 그 과정이 꼭 필요했다고, 단지 과정의 일환이었다고 회상한다. 내가 받은 조언들의 방점이 멈추라
‘보다는 ‘너를 위해‘에 찍혀 있던 거라고도 납득한다. 하소연은 장작 같은 것이라 정당성을 부여받을수록 타오르는 습성이 있었다. 시멘트처럼 냉한 반응을 맞닥뜨리지못했다면 나는 분노의 화염을 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지인들은 내 몰이해를 감당하면서 명예 소방관이 되어준 고마운 이들이었다. - P30

느긋하게 생각한다고 모두를 내 인연으로 포용할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내를 들인만큼 관계의 종결이 와도 편안하게 납득할 수는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재화 ‘시간‘을 두고 보았는데도, 내 방식이 아닌 다른방식까지 써봤는데도 아니라면 진짜로 아니겠거니 수긍이되는 것이었다. 그때 비로소 사람 사이는 ‘물 흐르듯 흘러가야 한다"라는 관용적 표현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여태까지의 내 방식은 ‘물 흐르듯‘이 아니라 물살의 지배자가되려는 억지에 불과했다. - P45

상황은 천천히 그러나 나쁘게 튀었다. 내 감정을 억압하며 모든 타인을 긍정하자, 나를 만만히 여기는 사람들이 들러붙기 시작했다. 당시엔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나를 누군가가 함부로 대하리란 생각을 못 했다. 사람을 믿어서가 아니라 생의 추상적 진리를 믿기 때문이었다. 노력하는 자에게 영광이! 노력만을 믿느라 노력에도 종류가많고, 어떤 노력은 틀린 결과를 불러온다는 걸 고려하지못했다. - P70

최후의 내가 천사가 된 것은 아니었다. 난 그냥 인간이기 때문에 잊었다고 생각한 것들에 불시에 사로잡힐 때도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열받네." 혹은 "생각할수록 열받아." 연쇄적 데굴데굴 분노로, 여름에도 냉동고에 갇힌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럴 땐 내 삶보다 내게 상처 준 사람들의 삶을 믿었다. 그들이 그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망쳐나갈 세월과 사건들을 기대했다. 망하라고 생각하고 망하는 데 힘을 보태지는 않는 것이었다.  - P73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몇 년 후 인생의 최고 암흑기가 닥쳤을 때 나는 지인들의 덕질에서 큰 힌트를 얻게된다. 나는 하필 세상에서 가장 이상하고 못나고 재능 없고 마이너해서,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멋쩍은 사람을 좋아하기로 정해버렸는데, 그건 바로 ‘나‘였다. - P78

나를 이기고, 상대방을 이기고, 내가 분노에 잡아먹힐까  걱정하는 주변인들을 이기면…… 나는 내 좁은 세계의 왕이 되는 걸까?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될까? 하지만 싸우면서 승리해야 왕이될 수 있는 거라면 계급에 구애받지 않는 평민으로 사는게 나았다. 누군가와 몇 차례나 날을 세우며 깨달은 것은, 나쁜 마음엔 좋은 삶이 깃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착할 필요가 없듯 악할 필요도 없었는데. 고도의 미움을 낱낱이 표현하는 것이 강점이라 착각했던 나날들이 뒤늦게 후회되곤 했다. - P108

때로 가족이란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만 하는 사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시 실제 거리보다는 거리를 벌릴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서로를 미지의 세계로두어야 미지를 탐구하고픈 열망이 식지 않고, 짐작보다는 질문을 나누며 오손도손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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