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메뉴판이 뭐야?"라고 묻는 바람에게 이모가 말했다.
"아메리카노는 ‘까만 커피‘, 샷 추가는 ‘진하게‘, 더블 샷추가는 ‘진하게 더 진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얼음동동까만 냉커피, 카페라테는 ‘커피에 우유많이‘. 카푸치노는 커피와 우유 거품 그 위에 계핏가루 톡톡‘."
"와! 그럼 나는 지금 ‘커피에 우유 많이‘를 마시는거네?"
"나는 ‘까만 커피 진하게 더 진하게‘를 마시는거고."
두 사람이 키득키득 소리 내어 웃었다. - P104

"카페 올제? 카페 올 때라는 사투리?"
이모가 아니라는듯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저는 ‘내일‘의 순우리말이래 오늘도내일도 오시라는 뜻도 있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길 바란다는 의미도 있다. 이름 참 예쁘지 않아? 카페 올제 그런데 더 멋진건올제 앞에 쉼표가 찍혀 있다는 거야."
"무슨뜻이야?"
‘제‘도 그렇지만 그 앞에 착한 쉼표도 이상했다. 궁금한것은 못 참는 이모답게 카페 주인에게 그뜻을 물었다.
"내일은 반드시 오늘을 거쳐야 하잖아. 그러나 내일로기전에 잠시 쉬어 가란 의미래, 카페 사장님 아이디어 진짜멋지지 않냐? 어떻게 내일이라는 단어 앞에 쉼표를 넣을 생각을 했을까? 세상에는 천재들이 너무 많아"
내일로 가기 전에 잠시 쉬어 가라. 문장에도 악보에도 쉽표가 있었다. 그 순간 바람은 문득 인생에도 누군가 콕 쉼표를 찍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 P105

"내가 행복을 주기 전에, 내가 행복한 순간을 먼저 떠올렸다고 했잖아. 내가 행복해야 남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될수 있는거야. 나는 신학, 문학, 사회 복지, 심리학, 의학보다 참신하게 디자인한 물건을 볼때 더 행복하다고요." - P132

"인디언들에게는 일반 사람들에게 없는 세 가지 특징이 있어. 그 첫 번째가 바로 기우제를 지내면서 곧바로 비가 오지 않아도실망하지 않는 거야."
허공에 새하얀 검지와 중지가 나타나 브이를 그렸다.
"둘째는 비가 내릴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고."
파란 티셔츠가 마지막으로 약지를 들어 보였다.
"셋째는 언젠가 반드시 비가 내릴 거란 믿음을 잃지 않는다는 거지. 이 세가지가 인디언들만이 가지고 있는 진짜 힘이야." - P170

나는 사랑을 그렇게 생각했어. 뜨겁고 열정적이고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고. 그런데 내 사랑은 너무 잔잔했어. 그건 어쩌면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20대의 내가 해석한 사랑은 그런거야. 그 시절 내가 가지고 잇는 삶의 어휘는 너무 빈다약했거든. 시간을 더 흘려보낸 뒤에야 인생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어. 나라는 인간을 해석할 수 있는 어휘들이 많이 늘어났다고나 할까. 그 덕분에 사랑의 정의도 훨씬 다양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어.
후회? 후회는 회전목마 같은 거야. 끊임없이 되돌아오거든. 어떤 날은 ‘그래, 내 선택이 옳았어.‘라고 자신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그래 내 선택이 옳았어.‘라고 자신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땅을 치고 후회하지. 바람아, 어른이된다는 것은 말이야.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야. 그냥 후회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거지. 그것 역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그 순간을 결정한 스스로를 존중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결정한 일에 후회가 남을까 두려워하지 마. 그것마저 받아들여, 그리고 잊지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내가 지난 번에 말했지. 술취한 등산객이 백오산 돌탑 무너뜨렸다고. 거기에 새 돌탑이 다시 생겼어. 그사이 사람들이 하나둘 새로 쌓아 올린 거지. 원래 무너지고 다시 쌓아 올리고 이 지나난한 일을 반복하는 게 인생이야. 멈춰 서는 게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236~237쪽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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