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인사회의 중심엔 교회가 있다. 특히 유학생들사이에서 한인 교회의 역할은 지대하다. 미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처음 유학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은 제대로 정착하기까지 한인 교회와 그 교회 식구들한테 이런 저런 크고 작은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처음 와서 아파트를 구하고 은행 계좌를 열고 전화나 케이블과 인터넷을 개설하는 등 사는 준비를 하고 살림살이 장만을 위해 여기 저기 들려야 할 곳이 한 두곳이 아니기에 그분들의 도움은 처음 유학생활을 시작하는 이들한테는 "은혜의 단비"와 다름없다. 해서 한국에선 전혀 교회랑 안 친했던 이들도 그분들의 도움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주일예배를 참석하고 예배후에 늘 제공되는 한국음식으로 차려진 맛난 점심식사까지 같이 하면서 자연스레 어울려 같은 교회의 '믿음의 식구'가 되기 마련이다.

설날이나 추석같은 명절 때 갈 곳없는 이방인들에게 한인교회는 떡국과 송편등 함께 만들어 먹고 한국스러운 놀이들을 하며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터를 제공한다. 다 같이 모여 이방인으로 사는 서러움들을 한국에 대한 그리움들을 그렇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한국 명절 뿐아니라 땡스기빙이나 할로윈 같은 미국 명절이나 휴일에도 미국스러운 음식과 놀이 등을 제공하면서 미국 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또한 그 지역의 대부분 한글학교들은 지역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대개가 일주일에 한번 뿐이긴 하지만 당신 아이들한테 한글을 접하게 해주고 싶은 부모들은 그게 무료든 유료든 한글 프로그램이 있다면 아이 손을 데리고 찾는다. 하여 일단 교회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주일예배에서 만나니 적게는 일주일에 한번 많게는 목장모임이다 수요예배다 해서 일주일에 서너번씩 모이게 되니 이만하면 한인 교회에서 맺는 사람관계가 유학생활에서 맺게 되는 인연들의 중심이 되기 마련이다.

아마 예비 유학생들이 유학생활에 관해 듣게 되는 조언들 중에 하나가 미국에 가면 그동네 한인교회를 찾아라..일게다. 그건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믿음생활말고도 교회를 통해 얻게 되는 부가적인 '득'이 많은 탓이다. 혼자서 심심한 유학생활을 견뎌야 하는 미혼의 청춘들은 교회라는 공간에서 같이 유학생활에서의 힘든 것들을 얘기하고 힘이 되어 줄 만한 또래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데다가 주중엔 햄버거나 시리얼등으로 연명(!)해야 하는 청춘들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교회에서 제공되는 한국 음식들은 그네들이 교회를 찾는 중요한 '동기'중에 하나다. 내가 아는 어떤 청춘들은 밥을 먹기 위해 주일예배시간을 견딘다고 해서 자긴 '밥신자'라는 우스갯 소리를 할 만큼 교회에서 제공되는 점심이 주는 유혹은 그들에게나 결혼한 이들에게도 강력하다. 기혼자의 경우 더구나 아이들이 있는 경우 교회를 통한 인간관계에 더 의지하게 된다. 특히 공부하는 자기를 뒷바라지를 위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남의 나라 살이를 견뎌야 하는 상대 배우자한테 그리고 미국아이들 틈에서만 지내다 보면 잃어버리게 될 지도 모를 한국사람들간의 정서를 자식한테 되새겨주기 위해 교회를 찾는 이들도 많다. 생각해 보라. 당신과 자녀가 학교 가고 난 종일동안 배우자가 한국에다 두고온 가족과 친척들을 그리워하고 새로운 동네에서 사람들도 제대로 섞이지도 못 한다면, 집에서만 지내면서 오로지 공부하는 자기만을 바라보고 산다면, 그거야 말로 부부 서로에게 더 없이 피곤한 일이다. 허니 교회랑 전혀 안 친했던 이들 주로 남정네들이라고 해도 배우자를 위해 주일예배나 교회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본인들도 그안에서 엮어지는 인연들과 어우러져 잘 지내면서. 허나 그네들은 말한다. 그 대부분의 이유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낯선 미국땅에서 지내는 동안을 무탈하게 그리고 즐겁게 지내게 해주고 싶은 맘이 가장 큰다고. 

이 정도되면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에서 교회는 이방인의 삶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해서 교회를 다니지 않고 버티는(!) 이들은 스스로를 변방 혹은 주변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한국 음식이 고파도 버티거나 자기들끼리 뭔가를 만들어 먹거나 우리 주변에 있던 청춘들이 그렇듯이 슬그머니 가족있는 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섞이고 맛을 본다. 허나 그것도 결혼하지 않을 때 얘기일 수도 있다. 결혼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날라 온 우리가 아는 한 후배부부는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기실 교회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단다. 허나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또래와 같이 놀게 하고 아이의 교육과 관련된 정보등을 얻으려니 한인교회를 다닐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란다. 교회를 안 다니고는 그런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필요에 의해 한인 교회에서 섞여 사는 이들이 많은게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 명절이건 미국 명절이건 불러주는 이 없이 심심하게 지내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는 길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교회를 믿음이 아닌 사람관계때문에 다니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독실한 믿음이 생겨 한국에 돌아가서도 교회를 꾸준히 다니고 자기의 믿음을 잃지 않는 이들도 있을게다. 허나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람 관계때문에 교회를 다닌 이들한테 실제 교회에서나 생활에서 보여주는 믿는 자들의 삶들이 그리 좋은 본이 되지 못한 탓이 제일 크지 않을까.        


그렇게 교회가 '본'이 되게 하기 위해선 다시 말해 제대로 한인사회에서 '정'기능을 하기 위해선 전제가 필요한 듯 싶다. 적어도 내보기엔. 여기서 얘기하는 지역은 한인교회가 수백군데가 된다는 대도시 얘기가 아니다. 그런 동네야 살아본 적이 없으니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가 전부니 열외로 치고 내가 언급하는 지역은 한인의 숫자가 이백에서 삼백정도되는 아주 없진 않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는 동네다. 그런 동네에서 교회가 한인사회에 제대로 중심에 서기 위해선 우선 그 지역에 한인교회가 한군데여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몇 안되는 한인들이 서로 담을 쌓지 않고 한군데에 모여 서로 부딪끼면서 제대로 된 교제를 나눌 수 있다. 허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한인 사회의 규모가 중간정도만 되는 도시들엔 한인교회가 적어도 두개 이상 있다. 교회의 갯수를 들었을 때 이 동네에 한인교회가 그렇게 많아..라고 할 정도의 숫자말이다. 물론 서로 다른 교회를 다닌다고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러기 힘들기에 하는 소리다. 대체로 보기 드문 현상이기에. 차라리 한인교회의 숫자가 수백개가 된다는 엘에이나 뉴욕, 휴스턴같은 큰 도시들에서는 워낙 많으니 그게 가능할 수도 있을게다. 경쟁자(?)들이 많으니 신경쓰지 않고 자기 교회 식구들만 잘 챙기면 되니까. 허나 이번 학기엔 누가 새로 이사왔고 어느 집이 공부마치고 어디로 들어갔고 하는 동네소식들이 며칠도 안되서 주변인에 속했던 내귀에 들어올 정도로 두서너명만 건너면 서로 다 알게 되는 정도 규모의 한인사회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모든 교회들이 그렇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중소규모 도시의 한인교회, 특히 유학생들이 많은 학교 타운의 한인교회들은 저마다 '분리'의 역사를 (내 맘대로 갖다 붙인 말이다) 갖고 있다. 여기서 '분리'의 역사란 처음엔 하나여서 사이좋게 지내던 한인교회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 교회의 일부교인들이 나와서 다른 한인교회를 만들면서 싹트는 갈등들이 원래 교회의 정기능에 제동을 건다. 예를 들어 새로 이사오는 이들을 각기 다니는 교회로 인도하기 위한 물밑 경쟁부터 시작해서 자기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들한테 등을 보이는 사실 개인들간의 갈등의 골들이 결국은 교회들간의 갈등의 골로 이어지곤 한다. 그나마 보기에 아름다운 것은 그런 갈등의 씨앗에도 불구하고 가급적이면 서로를 위하고 헐뜯지 않고 배려해주는 참으로 '크리스챤'다운 마음씨들이다. 그런 아름다운 마음씨들은 교회들이 서로 연합해서 한인사회의 대소사를 챙길 때 드러난다. 내가 지금 사는 이 동네 한인가족들이 교통사고라는 큰일을 당했을 때 세개의 한인교회들은 맘을 합해 그 가족들을 돕는데 힘을 모았고 지난번에 살던 동네에서도 한인학생 총격사고 뒷수습을 위해 평소엔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교회가 힘을 모았다. 허나 그런 큰일들이 아닌 사소한 일들에 대해 교회들은 각기 자기 식구부터 챙기는 모습이 대부분이고 학기초만 되면 새로운 신자를 영입하는데 온 신경을 모으는게 여기선 흔히 볼 수 있는 교회의 모습들이다.  

가벼운 예를 들어 볼까나. 설교시간에 목사라는 분이 누군가 라이드(차없는 이들을 태워주는)를 요청했을 때 우리교회 사람들부터 챙기라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질 않나 자기의 교회사람을 한인학생 회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은근한 물밑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윤즉 그 교회의 식구가 한인회장이 되는 해엔 그 교회 신자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인학생회장이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들을 자기가 다니는 교회로 인도하는게 인지상정인고로. 심한 경우엔 '갑' 교회식구가 한인학생회장이 되서 일년에 두번있는 한인학생회를 주관하는 경우 한인학생회에서 상대편 교회인 '을'교회 식구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해서 차라리 아예 아무 교회랑도 상관없는 이가 한인학생회장이 되는 게 낫다는 얘기들을 하기도 한다. 글쎄다..그런 분위기를 주도하는 하는 세력은 내가 보기엔 교회를 이끄는 목자들이나 학생들이 아니다. 그런 교회 '분리'의 역사는 공부하는 동안만 지내다 가는 뜨내기 유학생들이 아니라 그곳에서 오랜 시간동안 터를 잡고 사는 교민들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서 삶의 터를 잡고 오랜세월동안 생활하신 교민들 생활의 중심은 한인교회다. 대부분의 교민들이 주로 교회에서 만나 교제를 한다. 도시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그분들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 분들도 있고 비지니스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이 지내신 세월은 유학생들의 길어봤자 오육년 세월에 비하면 참으로 긴 세월이 아닐 수 없다. 그 오랜시간동안 크지 않은 동네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다보니 유학생들이 감히 모르는 오래된 개인적인 혹은 교회간의 앙금과 간극이 많을 수 밖에 없을게다. 해서 인지 교회를 한군데로 합치고자 하는 마음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분들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한테 교회는 남의 나라 살이에서 풀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당신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사회 공간이기에 양보하기 힘든 공간이기 때문일게다. 가끔 듣는다. 다니시는 교회에서 뭔가가 안 맞아하시는 교민분들이 그럼 우리끼리 나가서 예배보자..는 말씀들을. 그땐 그게 서운한 맘에 그냥 하시는 말씀이겠지 하다가 어느날 그게 구체화되면서 몇분들이 주도해서 교회를 새로 만드셔서 두개 있던 교회가 세개가 되는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기에. 교회 하나를 세우는게 별로 어렵지 않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던. 그 분들한테 교회가 갖는 의미는 우리같은 뜨내기 유학생이 생각하는 것 훨씬 이상이라서 그렇게 까지 무리를 하시는 걸까.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당신이 맘편하게 다닐 교회를 갖고 싶으신 게다.

남편은 교회랑 전혀 안 친하지만 속칭 나이론이긴 하지만 친정가족이 크리스챤이었던 난 유학생활 초반에 미국교회를 참 열심히 다녔었다. 영어랑 친해지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오기전부터 들었던 한인교회에 대한 이런 저런 부정적인 얘기탓에 처음부터 멀리했었다. 그럼에도 감사하게도 그 교회에서 좋은 한국분들을과 미국 친구들을 만났다. 해서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그 지역 한인교회들간의 크고 작은 갈등으로 불거진 이런 저런 일들을 한발 비껴서 누군가에게 듣기도 하고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아쉬운 점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는 교회랑 전혀 친하지 않던 사람들이 여기서 교회를 다니게 되고 그 교회식구들하고 서로 섞여 살다 공부를 끝내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도 여기 있었던대로 교회를 다시 찾게 할 만큼 '본'이 되기엔 한인사회에서의 교회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지극히 회의적이다. 아마도 그건 교회라는 공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서로 너무 가까이 지내다보니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사소한 갈등들이 쌓이다 보니 겪게 되는 '좁은 한인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이 교회안에서도 교회들 사이에서도 여전하기 때문아닐까. 허긴 누구말대로 내가 교회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탓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만일 나랑 친한 누군가가 유학을 간다면 그리고 한인교회를 다니고 싶어 한다면 어떤 교회인지 잘 알아보고 교회문을 두들기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유학 생활에서의 첫 단추를 어느 교회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교회에 대한 인식이 180도 달라질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교회문을 두드리기 보다는 차라리 한인학생회 게시판에 들어가 도움을 청하고 그분들한테 도움을 받아 자리를 잡으면서 한인 교회가 많다면 과연 어떤 교회가 맞을 지 교회들을 찾아 예배도 보고 사람들하고 관계도 맺으면서 충분히 생각하고 나서 정하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아는 누구들처럼 한인교회들에 대한 안 좋은 경험들때문에 아예 교회를 더욱 멀리 하게 될 수 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 여긴 또 땡볕이 내리 꽂히고 있다. 팔월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그러면 이 땡볕도 사그러들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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