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와서 수없이 많이 들었고 내 자신 역시 많이 생각하게 되는 단어가 '차별'(discrimination)이다. 남의 나라살이를 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를, 특히 백인위주의 사회에서 살아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음직한 차별은 이곳에서의 생활을 접지 않는 한 되새김질 하게 되는 화두일게다. 일상 생활에서의 작은 것에서부터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는 큰 사건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차별. 똑같은 피부색을 하고 똑같은 언어를 쓰는 내 나라에서 살 때는 몰랐던, 피부색이 다르는 이유로 차별이란 걸 처음 당했을 때 느낌은 뭐랄까.. 억울함..이라고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한.. 허나 그건 개인이 혼자 어찌 해볼 수 없는 단단한 벽과 마주한, 해서 별 뾰족한 수가 안 보여서 당할 수 밖에 없는..그런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차별에 대한 면역성은 쉬이 생기질 않는다. 적어도 내경우엔. 해서 때로는 작은 것에 대해 분노하는 자신을 달래는 방법이란게 고작해야 남편 혹은 혹은 가까운 지인들한테 쏟아놓는 걸로 푼다. 이 동네에서 사는 한 영원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데.. 체념을 할 만도 하건만..그게 쉽지 않다. 해서 혹 소수인종으로 살다보니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에 내가 너무 날을 세우는게 일종의 피해의식이 아닐까..싶을 때도 있다. 

새삼 이런 '차별'에 대해 끄적대고 있는 건 내가 자주 들락거리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미씨들의 모임 싸이트에서 엊그제 일어난 고속도로 총격사건으로 야기된 인종차별에 대한 논란들을 읽으면서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이들이 함께 분노하고 있다. 그건 이땅에 살면서 크고 작은 차별을 겪은 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분노다. 이미 언론에서 많이 다루었듯이 사건의 개요는 서부 캘리포니아쪽 고속도로상에서 경찰들의 추격을 받던 수지킴이라는 한 여성 운전자가 경찰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차를 멈추지 않고 달리다 경찰이 쏜 총에 어이없이 죽임을 당한..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그 사건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총을 쏜 경찰이 그 차에 아이가 타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발포를 했다는 것과 만일 운전자가 한국계가 아닌 백인 여성이었다고 해도 경찰이 방아쇠를 당겼을까..였다. 그 기사에 대한 대부분의 댓글들은 과연 백인이었다고 해도 총을 쐈겠느냐...그리고 언론에서 이렇게 묻혀졌겠냐는..'차별'에 촛점을 맞춰지고 있다.

그 사건의 내막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다. 그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했는지 왜 차를 세우지 않고 아이가 타고 있는데도 그렇게 위험한 추격전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운전자 본인이 아니라면 추측에 불과할 뿐이다. 허나 나 역시 경찰의 과잉 대응 부분에서는 많은 이들이 지적한 대로 만일 운전자가 백인여성이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거라는데 동감한다. 어떤 분은 그런 반응들이 일종의 피해의식탓이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분은 살면서 차별을 그다지 안 겪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허나 글쎄다..한국사람들끼리만 어울려서 살 수 있는 동네라면 모를까.. 어떻게 그런 걸 겪어보지 않을 수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혹 본인이 감지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기실 대놓고 하는 차별보다는 은근한 차별이야 부지기수니 하는 얘기다. 아주 사소하지만 은근 열받게 하는 예를 들어볼까.  다른 미국 사람들이 들어갈 때는 매너좋게 문을 잡아주며 기다리던 한 미국처자가 바로 내 앞에서 보란듯이 문을 놔버리고 가버린다고 해서 그 처자를 쫓아가서 왜 나한테는 문을 안 잡아줬냐고 따질 수는 없쟎은가. 제대로 발음했는데도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하고 서있는 점원한테 다시한번 차근 차근 최대한 발음을 정확히 해서 했던 말을 반복해야지 다른 사람들은 알아듣는데 왜 너만 못 알아들는 표정을 하고 있냐고 대놓고 따질 수는 없잖은가.

그런거다. 아주 사소한...허나 어찌보면 그런 가벼운 무게들이...불편한 심기를 밖으로 드러내기는 뭐한..그런 작은 것들이 뭉쳐있다..어느 순간엔가 욱하고 올라는 걸 꾹 눌러야 할만큼 쌓이다 보면.. 모르는거다. 언제 어떤 순간에 어떻게 터져나올지는. 나 역시 남의 나라살이를 하면서 은근 쌓인게 많은가보다. 그 뉴스에 욱해서 성에 차지도 않는 몇개의 댓글로 이 나라랑 이 나라의 험한 경찰에 욕을 한 걸 보면.

사소한 차별에 비해 구조적인 차별은 노골적이지 않다. 그건 대부분의 차별이 사회적 묵인하에서 어떤 기제(mechanism)처럼 제도화되어 차별당하는 이들이 감지하지 못할 듯 하니 말이다. 내가 사는 이곳 남부는 흑인인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정확한 통계치까지는 모르지만 캠퍼스밖에 나가면 흑인들이 많다. 전에 살던 동네는 다양했다. 학교타운이라서 아들이 다니던 학교를 가보면 반친구들이 백인, 흑인. 멕시칸. 동양인..그렇게 적당하게 섞여있었다. 그곳에서는 대부분 아이들을 공립학교(public school)에 다닌다. 선생님들도 좋았고 학교 수준도 좋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 주(state)에서 뽑는 초등학교 랭킹에 들었다는 말에 좋긴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별 다른 선택이 없었다. 남들이 다 보내는 그 학교에 보내는 수밖에. 해서 우린 아들학교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고 아들도 그곳에서의 학교 생활을 아직도 그리워할 만큼 좋아 했다. 허나 이곳 남부..학교의 선택이 많은 이 동네로 이사 와서야 선택 폭이 많은 만큼 학교들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알았다. 공립이라고 다 같은 공립이 아니고 사립을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는 걸.    

처음와서 아무것도 모르던 우린 아들을 학교 아파트에서 제일 가깝다는 이유로 걸어서 오분거리에 있는 근처 공립학교(public school)에 보내기로 했다. 아들이 학교를 다녀온 첫날에서야 알았다. 대부분의 일반 공립학교 학생 95%가 흑인학생들이라는 걸. 다양한 피부색의 친구들과 공부하던 아들한테 첫날 한명만 빼고 다 흑인친구들이었다는 학급 분위기가 적쟎은 충격이었단다. 학기를 시작한 한달 정도 아들은 하루 걸러 학교를 갔다. 학교 갈 시간마다 때마춰 아파주는(?) 배랑 머리때문에. 허나 아들이 입밖으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학교를 가야하는 아침마다 눈에 띄게 부담스러워하는 아들의 모습이 안되서 학교가라고 억지로 등떠밀지 않고 집에서 쉬라고 했다. 나역시 아침마다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보게 된 학교건물이라던가 주변 환경에 심란했던 차였기에. 그 전에 다니던 학교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낡은 학교 건물이랑 똑같은 교복을 입고 뛰어노는 흑인아이들의 모습에다 흑인 담임선생님은 흑인에 대한 선입견같은 걸 별로 안 키우는 나한테 조차도 편한 그림은 아니었다. 해서 아들이 그렇게 빠지는 날에 내가 수업있을 때는 교수한테 사정얘기를 해서 수업을 빠졌다. 어쩔 수 가 없었다. 여기 온 첫 학기동안 그렇게 빠진 횟수가 두세번 될게다.

다행히도 시간이 갈수록 아들한테는 친한 친구들이 생겼고 어느 날 부턴가 누가 누가 착하다면서 친구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알게 되었다. 일반 공립학교에서는 이전 학교에서 아들이 좋아하던 음악이나 미술시간이 없다는 걸. 성적표에는 음악 미술이라고 써있지만 아들말로는 '그냥' 써있는 거란다. 그러던 어느 날은 아들이 조금 놀랐다는 얼굴로 여기 선생님은 아이들한테 "shut up"이라고 소리를 지르더라는 얘길했다. 그말이 안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아들한테는 선생님의 그런 격한 표현이 충격이었던게다. 나 역시 처음엔 그 선생님한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몇번 학교를 들락거리며 들여다보니 이전 학교에 비해 선생님 한명이 담당하는 학생수가 훨씬 많다는 걸 알았다. 이전 학교에서는 보조교사가 한명씩 있었는데 여기에선 보조교사없이 선생님 한분이 스무명이 넘은 아이들을 그것도 말도 안 듣는 아이들을 통솔하다보니 격해질만도 하겠다..는 쪽으로 이해했고 아들한테도 얘기해줬다. 

어느 날은 아들이 자기반에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형아들이 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10월에 태어난 아들은 같은 해에 태어났어도 9월 이전에 태어난 동갑들보다 한 학년이 늦어서 반 친구들의 반은 넘게 한살 아래 동생일터인데 우리아들보다 더 나이가 많은 형들이 있다니. 그 이유는 학업성적을 가늠하기 위해 매학년 올라갈 때마다 치루는 시험에 (남부에만 있는 듯..윗동네 살때는 없었던 시험이다) 낙오된 아이들은 학년을 올라가지 못하고 그렇게 남아있는거라면서 아들은 자기도 그 시험을 치뤄야 한다며 걱정을 했다. 아마 아들이 그렇게 걱정한 시험은 그게 처음이었지 싶다. 학교가 시작한 첫날....아이들의 학업에 대해 여기 부모들은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았다. 모든 초등학교들은 (중등이나 고등은 잘 모르겠으므로) 매 학년 시작할 때마다  담임선생님을 소개시켜주고 학교 교실도 보여주고 하면서 일년동안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선생님들이 설명해주고 부모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장인 오픈하우스(open house)라는 걸 한다. 이전에 살던 곳에서는 오픈하우스를 하면 학교는 당신 아이들이 생활할 학교랑 선생님을 만나러온 학부모들로 가득찼고 온 동네 사람들 얼굴을 다 볼 수 있었다. 허나 이곳 학교에서 오픈하우스를 한다고 해서 갔더니 선생님들이랑 교장교감선생님들 소개시켜주는 시간도 없이 곧바로 교실로 가라고 해서 갔더니 아들의 학급친구들중에 참석한 부모들은 나를 포함해서 다섯명. 게다가 궁금해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 사람도 별로 없어 새로 와서 뭘 모르는 어리버리한 나만 초짜질문들을 해대서 시간이 걸렸지 삼십분도 안되서 오픈하우스는 끝났다.

처음엔 그렇게 적응하는게 힘들던 아들도 시간이 가면서 적응하는 듯 했다. 학교에서 자기가 나름 유명하다면서 허세도 부렸다. 허긴 아들의 학년에 모두 네반이 있는데 그중에 동양인은 달랑 우리아들 하나라니까. 해서 학교가 끝날 즈음 아들을 데리러가면 난 얼굴도 모르는 얘들이 와서 하이 하고 인사를 하고 우리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래..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구나..하고 맘 한켠으로 안심하고 있었는데 정작 고민은 아들의 공부였다. 자기가 반에서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얘기해주길래...어느 정도는 하겠지..하고 별 걱정없이 지내던 어느날, 아들은 자기가 반에서 2등을 했다면서 자랑스럽게 얘기하길래..우와..하고 축하해주면서 물었다. 몇점이냐고. 그제서야 알았다. 1등은 95점인데 80점대를 받은 우리아들이 2등이고 3등이 70점대라는 걸. 어느사이 우리아들의 공부 눈높이가 같은 반 친구들을 따라 사정없이 겸손(!)해지고 있었다. 이전에 살던 학교에서는 뒤쳐지않고 잘 따라가서 별 걱정 안 했던 아들은 이곳에서도 역시 상대적으로는 앞서가고 있는 듯 보였지만 성적이 점점 하락세였다. 해서 걱정을 할라치면 우리아들 왈..자기는 잘 하는 거라면서 걱정하지 말란다. 허긴 자기 짝꿍은 양(D)고 누구는 미(c)를 받는다니 거기에 비해 자기 수준을 아주 만족스러워하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아무리 공부는 좀 못해도 되니 열심히 뛰어 놀라는 우리도 서서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학기가 다 갈 즈음에 아들의 담임선생님이 얘기 좀 하자더니 "니 아들은 도전이 필요해(He needs challenges)"라는 말을 한다. 말인즉은 이런 일반 공립학교 말고 다른 학교로 옮기라는 거다. 아마도 선생님도 우리랑 같은 맘으로 아들을 지켜봤던게다. 고맙게도.

다른 학교란..이곳엔 아들이 다니던 일반 공립학교 말고 공립은 공립인데 영재반(Gifted Class)이 있는 공립학교나 과학이나 미술등을 특화시킨 공립학교를 얘기하는거다. 이런 공립학교에 들어가려면 시험을 보거나 지원서류를 내야한다. 그것도 한 일년전부터..미리 미리. 시간이 촉박하게 온 우리가 알았더라고 하도 지원하기엔 늦은 셈이었다. 해서 선생님은 강력하게 권한다. 아들을 영재반이 있는 학교나 과학 학교나 예술학교에 보내는게 어떠냐고. 선생님이 그러더라는 말에 왜 그 전부터 아들학교를 옮길 생각을 하지 않는지 의아해했다는 주변 분들은 대부분은 부모가 알아서 그 학교에는 안 보내는데 선생님이 보기에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자기 학생인데 다른 학교로 보내라고 하겠냐며 우리의 무관심(?)을 은근 탓해주셨다. 허긴 여기 대부분 한국분들은 비싼 사립을 보내거나 일반 공립이 아닌 그런 특수공립을 보내고 있거나 정 방법이 없어서 일반공립을 보내고 있다면 거기엘 들여 보낼려고 무지하니 애을 쓴단다. 그 이유는 학업 수준도 수준이려니와 그런 영재반이나 특수 공립학교 대부분의 학생이 백인이거나 아시안들이라면서. 그렇게 얘기해줬는데도 그래도 아직 초등학굔데 지금 친구들 사귀어서 좋아하니까 초등학교는 그냥 보내고 중학교때나 특수학교에 보내겠다는 내 말에 뭘 모르는 소리란다. 그건 대부분의 특수 중학교들이 특수 초등학교를 나온 학생들한테 우선권을 줘서 우리아들이 다니던 일반 초등학교 출신한테까지 순서가 안 돌아온다는거다. 그게 일반초등학교에서 백인이나 동양인들을 보기 어려운 이유였던거다. 그네들은 그런 특수 공립 아니면 한달에 몇백불씩 내는 사립을 보낸단다. 

흑인이 많아서 학교의 질이 낮다는 얘길 하려는게 아니다. 흑인에 대한 차별은 그렇게 초등학교때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서다. 지난 학기 힌 수업시간중에 인종의 다양성(Diversity)에 대한 얘기를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난 이전에 살던 중서부동네랑 다른 이곳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했다. 이곳이 흑인이 다수(majority)임에도 이제껏 한번도 보수적인 공화당의 텃밭이 아닌적이 없고, 학교밖에서는 그렇게 많이 보이는 흑인들이 학교 캠퍼스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가 그런 학교 시스템 자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흑인들한테 불리한 것도 이유가 되지 않겠냐고. 해서 물었다. 그때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들한테. 그들 대부분이 백인이었고 외국인은 나 혼자, 다른 주에서 온 친구 서너명을 제외하고는 이 주(state)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토박이들이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초등학교부터 사립을 다녔다고 했다. 참 아이러니아닌가. 다수가 대접을 못 받는 사회..저기 외곽에 가면 볼 수 있다는 전원같은 동네에서 모여산다는..흑인의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소수인 백인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이 동네가 바로 미국사회의 축소판이 아닌가 싶다. 흑인들이 많은 학교는 피하고 가급적이면 백인들이 많이 가는 영재반이나 특수학교, 사립학교를 보내고 싶어하는 동양사람들의 모습도 그렇고. 그러면서 흑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업들, beauty supply 같은 가게들..대부분이 한국사람이나 동양사람들이 꽉 잡고 있는 그림 또한 다르지 않다.

남편과 나는 이런 저런 고민끝에 아들 학교를 남편 학교 근처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된지 이제 거의 일년이 다 되어간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그 도시에서 달랑 하나밖에 없다는 공립학교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주가 달라서 그런가..그 동네 사람 대부분은 공립학교를 보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학교 시설이나 선생님들이 여기보다는 훨씬 좋단다. 무엇보다 음악이랑 미술시간이 있다고 좋아 했다. 반 친구들중에 흑인이 반정도 있고 백인이 반...그리고 동양인은 여전히 혼자지만 아들은 그런대로 무탈하게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다. 문밖에만 나가도 삭막하고 험한 동네인 여기에 비하면 거긴 나무랑 풀도 많고 무엇보다 훨씬 안전하다. 한국친구가 없어 아들이 많이 심심해하기는 하지만. 해서 가끔 묻는다. 여기로 다시 오고 싶지 않냐고. 아들은 엄마랑 같이 못 지내는 걸 말고는 거기가 훨씬 좋다며 엄마가 빨리 오란다.

이런걸 보고 있다보면 김우중씨가 썼다는 읽어본 적도 없는 책 제목.."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그 제목이 떠오른다. 그 세상이 미국땅이라면 과연 그럴까. 기실 집과 일터 그리고 교회가 일상의 대부분인 교포분들중에 많은 분들은 아직도 여기가 기회의 땅이라고 말씀하신다. 심하게는 "이 축복받은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만큼. 허나 내 보기엔 소수인종으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면서도 기껏해야 한인 사회에서만 당신들의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제한적인 삶을 살면서도.. 미국은 여전히 그분들한테 기회의 땅이고 축복된 땅이라고 하시니.. 어쩌면 그런 처세가 여기서의 삶을 덜 고단하게 하려는 맘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렇게 사소한 것 차별에 대꾸하고 속 끓이기보다는. 이왕 여기서 삶의 터를 잡았으니...고민할 필요없이 긍정적인 것만 보고자 하는 맘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남편과 난 아닌가 보다. 여전히 그런 크고 작은 차별에 예민한 걸 보면... 아직도 터를 못 잡은..여전한 뜨내기 삶인가 보다.

*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수지김 님의 명복과..남은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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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탁 2009-09-16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힘 내세요!!!!!

onthecloudnine 2009-09-18 01:49   좋아요 0 | URL
네..마동탁님. 격려 감사드립니다. 처음 댓글..반갑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