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높은 학년 동화 34
이현 지음, 최민호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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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잘 지는 법을 알아야 된다. 
질게 야구하는데,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헐타. 
3할 치모 강타자다. 
이대호도 열 번 중에 세 번밖에 몬 친다 이 말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잘나갈 때도 이길 때 반, 질 때 반이다. 
이기는 기야 다 잘하지. 
그렇지만 야구하는 기 내내 지는 일이다. 
잘 질 줄 알아야 된다. 
인생은 토너먼트가 아니라 리그다. 리그."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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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과 불행은 자신의 의무를 몰라서가 아니라 의무가 아닌 것을 의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긴다.
- P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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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은재 사계절 아동문고 100
강경수 외 지음, 모예진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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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아동문고 100번째 책에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림을 그린 모예진 작가님은 표지마다 쪽지를 숨겨 두었다. 누군가 보낸 쪽지를 발견하고 끌러보는 설렘과 흥분으로 읽어나갔다.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원래부터 뼛속까지 나쁜 아이가 있을까? 나름의 이유를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귀 기울여주지 않는 환경 속에서 세상 나쁜 아이로 더 자라나는 것일지 모르겠다. 정의롭다는 건 공평하다는 것, 누구에게나 같이 적용하는 것, 스스로도 빠져나가지 않는 것. 너무 빡빡하다. 작가님은 정의로운 은재를 통해 틈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옛날이야기는 다 재미있다.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홍길동전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재치 있게 버무려 새로 쓴 옛날이야기다. 홍길동에서 성과 이름을 갈라 두 아이를 만들어낸 걸 갈비뼈로 이브로 만들어낸 것과 연결 지으면 너무 나간 것일까.--; 아무튼 작가님도 유쾌 통쾌하게 웃으며 작품을 지으셨을 것만 같다.

 

코로나로 인해 인류는 최악의 재앙을 겪고 있지만 도시화, 산업화에 밀려 생존을 위협받아온 야생동물들은 더욱 조용해진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사람들이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고 자책 없이 함부로 대한 벌로 이제 거꾸로 동물들이 사람들을 집에 가둔 것 같다는 살아 있는 맛마지막 말에 크게 끄덕여졌다.

 

왜 나만 이해해야 하나 싶은 억울함이 공감되는 손톱 끝만큼의 이해, 좀비 소년의 우울함이 쉬 떨쳐지지 않는 바이, 바이. 이렇게 여섯 작가님의 단편은 우리 시대 가장 큰 위기, 코로나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각자의, 그리고 모두의 삶의 겹쳐지는 변주들로 읽혔다.

 

이게 끝이라고? 이렇게 끝나나 싶은 결말이 있다. 골목이 열리는 순간처럼 내가 이미 이야기 속에 있고, 내가 살아감이 앞으로의 이야기가 아닐까. 무어라 많은 말들이 있었는데 다 사라지고 그을음처럼 흔적만 남은 쪽지를 들고 멋대로 생각해본다.

 

100권! 의미있는 터닝포인트를 도는 사계절 아동문고 목록을 죽 살펴보니 듬성듬성 빼먹은 초콜릿 상자같다. 미처 손 가지 않은, 새로운 맛을 찾아 다음 책이 나올 때까지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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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12장면 팩트체크 - 민주시민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신봉석.정한식 지음, 차경호 감수 / 푸른칠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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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뉘고 있다. 양분되는 세상이 안타깝지만 나 역시 마주하기 힘든 저편을 본다. 크고 작은 사람들이 내 생각과 다른 주장을 펼칠 때 적신호가 켜진다. 분노, 멸시의 게이지가 올라가며 상종하지 못할 사람이라 선을 긋는다. 이내 차분해지면 왜 좀 더 냉철하게 반박해주지 못하고 화만 끓이나 싶어 후회된다. 아닌 것만 확실하고 왜 아닌지에 대한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떨 때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정말 아닌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 어차피 자기 생각대로 편집하는 역사 아닌가 싶어 흐릿해지고 흐리멍텅해진다.

여기 반박의 근거는 이거야 하며 그간의 답답한 체증을 풀어주는 책이 있다. 비겁하게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라며 찬물을 확 끼얹는 책을 드디어 만났다. 같은 고민을 했는데 게으른 고민으로만 그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고민을 파고들어 팩트체크 하며 이렇게 유익한 책을 펴내시다니 저자 선생님들이 참 고맙다.

가짜뉴스는 반복성, 지엽적 의미 부여, 자극적인 호소력을 무기로 장착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의미를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혐오를 조장하고 사회를 분열시킨다. 혐오를 동력으로 하는 생산자들은 새로운 혐오를 끊임없이 만들고 새로운 희생자를 부른다. 누구든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분열되고 혐오가 넘치다 보니 정당한 목소리를 냄에도 불구하고 저자분들이 혹 테러 대상이 될까 걱정도 된다. 사실 많은 교사들이 그런 부담감으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가짜뉴스와의 싸움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느라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것이 큰 병폐다.

가짜뉴스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가짜뉴스의 대상이세상 되는 사건의 흐름과 가짜 뉴스에 대한 반박 논거를 아는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가짜뉴스 생산자는 우리 안과 밖에 있다. 그들의 거짓 논거를 타파할 사실 근거를 항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일제강점기 근대화, 일본군 위안부’, 독도 영유권, 한일협정, 제주4·3, 5·18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 주요 12장면을 선택해 여러 도표, 사진 자료를 제시하며 사실을 조목조목 점검하며 반박논거를 알게 한다. 중요 반박 내용은 굵고 진하게 친절히 표시해 두었다. 각 장면 마지막엔 역사돋보기로 사건의 흐름을 짚어준다. , 정말 이런 책이 필요했어. 많은 사람에게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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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선생님과 도토리 약국 돌개바람 52
윤선아 지음, 신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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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동화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동화책도 고학년 대상을 주로 읽고 좋아한다. 솔직히 이 책을 처음 읽고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읽어주려면, 좋아하지 않으면서 좋은 양 거짓으로 읽어줄 수는 없다. 뭔가 못 찾은 매력이 있을 거야 하며 다시 읽었다. 다행히 두 번째 읽으니 왜 몰라봤을까 싶은 재미와 의미가 있었다.

먼저 고백한 나의 성급한 실수처럼 아이들을 대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아이들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대충 짐작해 무시하거나 건성으로 들으며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혼란스러워진다. 때로 아니 자주 아이들의 말은 조리에 맞지 않고 어른과 다른 결의 세계를 헤매곤 하지 않는가. 더듬더듬 서툴게 말하거나 버릇없이 자기를 드러내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성미 급한 어른은 인내심을 드러내게 된다.

이 책 속 도토리 약국 람 선생님은 부끄러움이 많고 손님을 겁내기도 하지만 찬찬히 들어주고 물어주며 알맞은 약을 처방 해준다. 전지전능해 영웅같이 손님들의 요구에 재깍 부응하는 약사님이 아니다. 어찌해야 할지 막막해 하며 이리저리 궁리 한다. 그 궁리 끝에 처방하는, 살짝 어이없고 엉뚱한 약이 꼭 맞을 수 있음은 마음을 살폈기 때문일 것이다. 몸이 아픈 건 마음이 아픈 것이니까. 손님 스스로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가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어떤 약보다 잘 듣는 약이 된다.

읽고 보니 미처 몰랐던 병, 어른병을 진단받아 천천히 들어주고 찬찬히 들어주라는 처방전을 받은 것만 같다. 요 처방전에 따른 약은 어떤 도토리 약일까. 딸기처럼 빨갛고 초콜릿처럼 첫맛은 쓰나 끝맛은 달콤한 맛이면 좋겠다.

다시 읽으니 깨알 같은 재미가 곳곳에 있다. 어딘가 모자란 듯 조금씩 나 같은 캐릭터 하나하나 사랑스럽다. 그림도 아기자기 귀엽다. 아이들과 같이 세 번째로 읽을 땐 도토리 약국 단골손님으로서 더 많은 도토리 약을 얻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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