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 선생님과 도토리 약국 돌개바람 52
윤선아 지음, 신지영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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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과 동화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동화책도 고학년 대상을 주로 읽고 좋아한다. 솔직히 이 책을 처음 읽고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읽어주려면, 좋아하지 않으면서 좋은 양 거짓으로 읽어줄 수는 없다. 뭔가 못 찾은 매력이 있을 거야 하며 다시 읽었다. 다행히 두 번째 읽으니 왜 몰라봤을까 싶은 재미와 의미가 있었다.

먼저 고백한 나의 성급한 실수처럼 아이들을 대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아이들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대충 짐작해 무시하거나 건성으로 들으며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혼란스러워진다. 때로 아니 자주 아이들의 말은 조리에 맞지 않고 어른과 다른 결의 세계를 헤매곤 하지 않는가. 더듬더듬 서툴게 말하거나 버릇없이 자기를 드러내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성미 급한 어른은 인내심을 드러내게 된다.

이 책 속 도토리 약국 람 선생님은 부끄러움이 많고 손님을 겁내기도 하지만 찬찬히 들어주고 물어주며 알맞은 약을 처방 해준다. 전지전능해 영웅같이 손님들의 요구에 재깍 부응하는 약사님이 아니다. 어찌해야 할지 막막해 하며 이리저리 궁리 한다. 그 궁리 끝에 처방하는, 살짝 어이없고 엉뚱한 약이 꼭 맞을 수 있음은 마음을 살폈기 때문일 것이다. 몸이 아픈 건 마음이 아픈 것이니까. 손님 스스로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가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어떤 약보다 잘 듣는 약이 된다.

읽고 보니 미처 몰랐던 병, 어른병을 진단받아 천천히 들어주고 찬찬히 들어주라는 처방전을 받은 것만 같다. 요 처방전에 따른 약은 어떤 도토리 약일까. 딸기처럼 빨갛고 초콜릿처럼 첫맛은 쓰나 끝맛은 달콤한 맛이면 좋겠다.

다시 읽으니 깨알 같은 재미가 곳곳에 있다. 어딘가 모자란 듯 조금씩 나 같은 캐릭터 하나하나 사랑스럽다. 그림도 아기자기 귀엽다. 아이들과 같이 세 번째로 읽을 땐 도토리 약국 단골손님으로서 더 많은 도토리 약을 얻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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