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은재 사계절 아동문고 100
강경수 외 지음, 모예진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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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아동문고 100번째 책에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림을 그린 모예진 작가님은 표지마다 쪽지를 숨겨 두었다. 누군가 보낸 쪽지를 발견하고 끌러보는 설렘과 흥분으로 읽어나갔다.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원래부터 뼛속까지 나쁜 아이가 있을까? 나름의 이유를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귀 기울여주지 않는 환경 속에서 세상 나쁜 아이로 더 자라나는 것일지 모르겠다. 정의롭다는 건 공평하다는 것, 누구에게나 같이 적용하는 것, 스스로도 빠져나가지 않는 것. 너무 빡빡하다. 작가님은 정의로운 은재를 통해 틈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옛날이야기는 다 재미있다.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홍길동전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재치 있게 버무려 새로 쓴 옛날이야기다. 홍길동에서 성과 이름을 갈라 두 아이를 만들어낸 걸 갈비뼈로 이브로 만들어낸 것과 연결 지으면 너무 나간 것일까.--; 아무튼 작가님도 유쾌 통쾌하게 웃으며 작품을 지으셨을 것만 같다.

 

코로나로 인해 인류는 최악의 재앙을 겪고 있지만 도시화, 산업화에 밀려 생존을 위협받아온 야생동물들은 더욱 조용해진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같은 맥락으로 사람들이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고 자책 없이 함부로 대한 벌로 이제 거꾸로 동물들이 사람들을 집에 가둔 것 같다는 살아 있는 맛마지막 말에 크게 끄덕여졌다.

 

왜 나만 이해해야 하나 싶은 억울함이 공감되는 손톱 끝만큼의 이해, 좀비 소년의 우울함이 쉬 떨쳐지지 않는 바이, 바이. 이렇게 여섯 작가님의 단편은 우리 시대 가장 큰 위기, 코로나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각자의, 그리고 모두의 삶의 겹쳐지는 변주들로 읽혔다.

 

이게 끝이라고? 이렇게 끝나나 싶은 결말이 있다. 골목이 열리는 순간처럼 내가 이미 이야기 속에 있고, 내가 살아감이 앞으로의 이야기가 아닐까. 무어라 많은 말들이 있었는데 다 사라지고 그을음처럼 흔적만 남은 쪽지를 들고 멋대로 생각해본다.

 

100권! 의미있는 터닝포인트를 도는 사계절 아동문고 목록을 죽 살펴보니 듬성듬성 빼먹은 초콜릿 상자같다. 미처 손 가지 않은, 새로운 맛을 찾아 다음 책이 나올 때까지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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