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네버랜드 클래식 45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경미 옮김, 조디 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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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이 귀여운 소녀는 우리의 영원한 친구이다. 아무도 이해 못 할 나만의 공상세계에 빠지고 작은 실수에 호들갑스런 분노를 해도 사랑스러운 소녀, 앤! 누구라도 앤을 좋아한다고 하면 "어머머~ 나도, 나도!!" 어느새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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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굴뚝새 - 함께, 더 높이
제인 구달 글, 알렉산더 라이히슈타인 그림 / 토토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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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굴뚝새’라는 평범한 제목에 지나칠 뻔 했다가 제인 구달이 쓰고, 최재천이 옮긴 그림책이란 책 광고 띠를 보고 다시 살피게 되었다. 뭔가 다르겠구나 하는 기대가 되었다. 독수리와 굴뚝새 큰 제목 옆에 “함께, 더 높이”란 글귀가 비로소 눈에 띈다. ‘더 높이’에만 열 올리는 세상에 “함께”란 낱말의 울림은 표제 그림에서 보여주듯 독수리 큰 날개깃보다 작고 여린 굴뚝새의 체구와 몸짓처럼 미약하지만 “절실한 바람”이다.

처음 읽었을 땐 솔직히 갸우뚱했다. 우리 열두 띠 동물 순서에 관련된 옛 이야기가 떠올랐다. 소 위에 올라타 있다 천상의 문에 다다라 쪼르르 내려와 먼저 문을 통과해 부지런한 소를 뒤로 하고 십이간지 첫 동물이 되었다는 쥐 이야기.. 소와 독수리가, 쥐와 굴뚝새가 겹쳐졌다. 쥐가 꾀 많고 지혜롭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얌체스럽다 느껴지기도 하는 것처럼 아무 동의도 구하지 않은 무임승차 아닌가 의아해졌다. 그러다 곱씹으며 생각해보았다. 내가 너무 경쟁의식에 매몰되어 있어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저마다 타고난 조건이 다른데 그 조건은 깡그리 무시하고 무조건 같은 출발점만 강조하면서 그걸 평등한 거라고 여기는 것처럼... 가난한 나라 부자 나라에 태어난 것은 자유의지가 아닌 복불복 운이었을 뿐인데 가난한 나라 사람은 게으르고 무지해서 가난하고 부자 나라 사람은 부지런하고 우월해서 그리 사는 냥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착각, 일차원적 생각의 함정에 빠져 이 책을 잘못 읽고 있는 것 아닌가.

큰 호흡으로 다시 읽어 보았다. 새들의 높이 시합 결과가 아닌 과정이 천천히 보였다. 강한 날개와 의지의 독수리와 꿈과 지혜로 드높은 곳까지 날아오른 굴뚝새 외 아름다운 노랫소리 종달새, 노아 방주의 메신저 비둘기, 날지 못하는 날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타조 등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함께 어울리는 삶, 서로 토닥이며 위로하는 삶이 보였다. 그래, 비로소 끄덕여졌다.

우리 교실 아이들을 바라본다. 저마다 각자의 삶을 살 것이다. 서로 겨루기만 하다 지치지 말기를, 내가 제일이다 뻐기며 으스대기만 하지 말기를, 스스로 쪼그라져 지레 포기하지 말기를... 함께 손잡고 도우며 모두 다 꿈꾸며 날아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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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 똑똑하지만 불안한 대한민국 교육의 두 얼굴
권재원 지음 / 지식프레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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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이 있는 책이었다.

가끔 뉴스에서 PISA 결과가 발표되면 우리나라가 정말 우수한 인재가 많은 나라구나 우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최기관이 어디인지, 평가목적이 무엇인지 등은 별 관심이 없었다. 뉴스 한 꼭지 정도밖에 안 되는 걸 이렇게 책 한권으로 뻥튀기해 쓸 게 있을까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가 간과한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가 많았다.

 

첫 번째 반전,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가 많은 나라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평균값이 높은 나라였다. 최하위층이 많이 없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으나 최상위층 인재도 부족하다는 것이니 암울한 기분마저 든다. 미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지식정보 상품을 개발할 인재풀이 풍부하지 않아 최대 소비국으로만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두 번째 반전, 우리 아이들은 어떤 공부방법도 선호하지 않는다.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만 끊임없이 길러내고 있다. 자신의 동기 없이 부모님과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할 뿐인 아이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수준별 수업, 협동학습 등 다양한 학습전략 모색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아이들에게 공부의 이유를 스스로 찾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른도 잘 모른다. 역시 하라고 해서 공부했고 졸업과 동시에 공부를 놓은 어른으로서는 그저 ‘견뎌라, 조금만 참아라.’ 라는 안일한 답만 줄 뿐이다. 공부의 즐거움, 앎이 삶의 과정임을 모르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어른들이 공부할 시간이 없다. 의지가 생길 환경이 아니다. 비효율적인 공부시간만큼 비효율적인 노동시간에 희생당하고 있는 어른들은 아이들만큼 불행하다. 이 불행한 대한민국의 해법은 학교 보다 사회가 풀어야할 과제임이 명백하다.

 

세 번째 반전, 아이들보다 똑똑한 어른이 없다.

성인 문해력 평가인 PIAAC 결과는 더 착잡했다. 아이들에게 최고를 주문하는 어른들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급변한 사회, 세대 간 극심한 교육 차이 등 독특한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적잖이 충격적이다. 사회교육이나 평생교육의 인프라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지 새삼 깨달았다.

 

과신하지 말라, 완벽한 평가란 없으니 참조하라고 저자는 누차 강조하고 있다. 거기에 동의해 반을 접고 참조하더라도 PISA의 의미는 충분히 곱씹을 가치가 있다. 평가문항과 등급역량을 보며 나는 어디쯤 있을까도 생각해보았다. 나 자신부터 얼마나 저력 있는 인재인가, 내가 기르는 아이들을 제대로 기르고 있는가 큰 물음표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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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리의 앤 네버랜드 클래식 46
김경미 옮김, 클레어 지퍼트 그림, 루시 모드 몽고메리 글 / 시공주니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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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또다른 나

 

어릴 때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로 시작하는 노래를 “여드름 통통 살찐 검은머리 쩡~”으로 개사해 부르며 앤과 나를 동일시하곤 했다. 애니메이션과 책으로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앤이었다. 앤은 어릴 적 친구, 행복한 추억 그 자체였다. 곧잘 뜻하지 않은 사고를 치기도 하고 남다른 상상력의 세계를 이해받기 힘들지만 나름 굳세게 성장하는 그 아이는 나였다.

<빨간 머리 앤>을 읽고 이후 삶을 다룬 책이 전집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진작에 들었지만 나는 딱 어릴 적 그 소녀만 기억하고 싶었다. 첫사랑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과 비슷하게... 그러다 이번에 <에이번리의 앤>을 읽게 되면서 뜻밖의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이야기 <레드먼드의 앤>도 궁금해졌다.

<에이번리의 앤>에서 교사로서의 삶이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같은 직업 종사자로 남다르게 읽혔다. 초임시절의 내 모습, 마음가짐과 많이 겹쳐졌다. ‘절대 체벌하지 않겠다’ 다짐하는 앤은 ‘아이를 꽃으로도 때리지 않겠다’, ‘맞을 짓이란 없다’ 생각하는 내 교육관과 맞닿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화에 사로잡혀 아이에게 매를 들곤 몹시 절망하며 괴로워하는 앤은 나의 부끄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초임시절 아이에게 매를 들고 집에 와 밤새 뒤척이며 펑펑 눈물을 쏟아 운 기억이다. ‘너무 말썽꾸러기였어, 그 아이가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거야..’라고 아무리 합리화 해봐도 그 순간 보다 이성적이고 침착하지 못했던 내게 마지막 화살은 겨눠지게 된다. ‘교사를 괜히 했나보다. 복 짓는 일이 아니라 죄 짓는 일인 것만 같다.’ 몬스터로 변해버린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맞은 아이 외 우리반 전체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이후에도 체벌은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두어 번 더 그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지금 난 물리적인 체벌은 아니라도 언어 폭력을 예사로 쓰고도 잘못임을 금방 환기하지 못하는 무딘 교사가 되었다. 책 속의 이상화된 교사 앤이지만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스스럼없이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는 앤은 지금 내가 이 길을 제대로 가고 있나 다시금 살피게 해주는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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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추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4
구도 나오코 글, 호테하마 다카시 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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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표지 배추는 커 보이는데 왜 제목이 작은 배추인지 의아해했다.

홀로 있을 땐 크지도 작지도 않은데 누군가와 비교할 때 우린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혼자 살지 않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이와 비교하고 비교 당한다. 나를,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쭐거리고 시샘하기 일쑤다.

하지만 작은 배추는 결코 위축되거나 절망하는 일이 없다. 스스로 더 애쓰고자 할 뿐이다.

 

모두가 가는 길을 가지 못할 때, 스스로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막막한 슬픔을 느낀다. 채소가게 트럭이 떠나고 작은 배추가 넓디 넓은 밭에 홀로 남겨졌을 때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 장면에서는 감나무도 없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누군가 있을지라도 심리적으로 철저히 혼자라고 느낄 때가 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분명 곁에 아무도 없지 않다. 날 지켜봐주고 감싸주며 위로하는 이가 꼭 있다. 손 내밀 수 있는 곳에, 늘 같은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가 틀림없이 있다.

 

작아서 선택받지 못했고, 모두가 가는 길을 함께 가길 바랐지만 갈 수 없었다. 남과 다른 길을 걷기에 결코 순탄치 않은 고통과 시련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다른 길에서 뜻밖의 행복을 찾게 된다. 봄, 꽃.. 환희 그 자체다.

 

세상의 기준을 맞추지 못해 선택받지 못한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깨 쫙 펴고 하나 둘 셋 넷, 힘을 내자! 다섯 여섯 일곱 여덝, 내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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