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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굴뚝새 - 함께, 더 높이
제인 구달 글, 알렉산더 라이히슈타인 그림 / 토토북 / 2015년 6월
평점 :
‘독수리와 굴뚝새’라는 평범한 제목에 지나칠 뻔 했다가 제인 구달이 쓰고, 최재천이 옮긴 그림책이란 책 광고 띠를 보고 다시 살피게 되었다. 뭔가 다르겠구나 하는 기대가 되었다. 독수리와 굴뚝새 큰 제목 옆에 “함께, 더 높이”란 글귀가 비로소 눈에 띈다. ‘더 높이’에만 열 올리는 세상에 “함께”란 낱말의 울림은 표제 그림에서 보여주듯 독수리 큰 날개깃보다 작고 여린 굴뚝새의 체구와 몸짓처럼 미약하지만 “절실한 바람”이다.
처음 읽었을 땐 솔직히 갸우뚱했다. 우리 열두 띠 동물 순서에 관련된 옛 이야기가 떠올랐다. 소 위에 올라타 있다 천상의 문에 다다라 쪼르르 내려와 먼저 문을 통과해 부지런한 소를 뒤로 하고 십이간지 첫 동물이 되었다는 쥐 이야기.. 소와 독수리가, 쥐와 굴뚝새가 겹쳐졌다. 쥐가 꾀 많고 지혜롭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얌체스럽다 느껴지기도 하는 것처럼 아무 동의도 구하지 않은 무임승차 아닌가 의아해졌다. 그러다 곱씹으며 생각해보았다. 내가 너무 경쟁의식에 매몰되어 있어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저마다 타고난 조건이 다른데 그 조건은 깡그리 무시하고 무조건 같은 출발점만 강조하면서 그걸 평등한 거라고 여기는 것처럼... 가난한 나라 부자 나라에 태어난 것은 자유의지가 아닌 복불복 운이었을 뿐인데 가난한 나라 사람은 게으르고 무지해서 가난하고 부자 나라 사람은 부지런하고 우월해서 그리 사는 냥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착각, 일차원적 생각의 함정에 빠져 이 책을 잘못 읽고 있는 것 아닌가.
큰 호흡으로 다시 읽어 보았다. 새들의 높이 시합 결과가 아닌 과정이 천천히 보였다. 강한 날개와 의지의 독수리와 꿈과 지혜로 드높은 곳까지 날아오른 굴뚝새 외 아름다운 노랫소리 종달새, 노아 방주의 메신저 비둘기, 날지 못하는 날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타조 등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함께 어울리는 삶, 서로 토닥이며 위로하는 삶이 보였다. 그래, 비로소 끄덕여졌다.
우리 교실 아이들을 바라본다. 저마다 각자의 삶을 살 것이다. 서로 겨루기만 하다 지치지 말기를, 내가 제일이다 뻐기며 으스대기만 하지 말기를, 스스로 쪼그라져 지레 포기하지 말기를... 함께 손잡고 도우며 모두 다 꿈꾸며 날아오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