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 루소
J.루소 지음 / 집문당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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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싸이코패시(psychopathy)라는 말이 종종 회자된다. 정신병적 징후를 두루 일컫는 말이었다가 요즘엔 특정 범죄(예를 들어 연쇄살인 등)와 연관된 정신 작용을 일컫는 말로 주로 쓰인다. 싸이코패시들의 특징은 보통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희생자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라든가 죄책감이 전혀 없으며, 범죄 이후에 때로는 전혀 이해 못할 방식의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살인을 하고 나서 희생자의 살점을 도려내 가져간다든가, 시체를 열십자 모양으로 배열한다든가.

이런 싸이코패시는 살인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범죄와 함께 나타나는데 오늘 신문에도 난 중학생들의 단체 성폭행이라든가, 물건을 훔치는 증세라든가, 폭력 행사 등등이 그렇다. 특히 사회에서 소위 '성공한' 인사들 중에도 싸이코패시들이 만연한데 이런 사람들을 따로 white color psychopathy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가장 고등한 형태의 사이코패시로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정치인들과 대기업 CEO 등이 있다. 이들은 극도로 이기적이며 거짓말을 함과 동시에 자기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기 때문에 거짓말 탐지기로도 알아내지 못한다.

'에밀', '사회계약론', '민약론'을 집필하고 백과전서파로 활동했던 18세기 위대한 사상가 장자끄 루소, 그가 싸이코패시였다면? 이백 년을 넘어 세기의 교육학 고전으로 평가되는 '에밀'의 저자가 자기 자식을 한둘도 아니고 다섯이나 고아원으로 보낸 비정한 아버지였다면? 그리고 나서도 남의 아이들을 보면 귀여워하고 다정해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루소가 어떤 심정으로 이 책을 썼는지도 알겠고, 책 제목도 자기 말마따나 참회한답시고 '참회록'으로 지었다지만 그의 이기적인 행동과 태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평생 가난에 쫓기고 병마에 시달리며 다른 사람들에게 핍박 받는 일생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는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때로 사람의 됨됨이가 그 사람의 성공하고는 관련 없다는 것은 왠지 풀죽고 억울해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루소가 애시당초 목적한 대로, 그의 솔직함만은 높이 살 만 하다. 이렇게 살아왔다고 해도 이 인생을 책으로 써서 후대에 남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테니까. 덕분에 '삶'과 '성공'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볼 좋은 기회도 얻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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