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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언제나 네 친구야 ㅣ 어린이중앙 그림마을 5
킴 루이스 그림, 샘 맥브래트니 글, 박찬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와 함께 구멍도 파고, 언덕도 뛰넘으며 재미있게 놀던 어린 여우,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자는 엄마에게 더 놀고 싶어 투정을 부린다. '흥, 나하고 계속 안 놀면 엄마는 이제 내 친구 아니예요' (아이고오~ 무서워라 ^^;;;) 그렇게 용감한 척 저녁 숲을 혼자 헤매던 아기 여우. 더럭 무서운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보나 엄마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걸음아 날 살려라,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간 그 곳엔 마지막 노을 속에 엄마가 기다리고, 달려와 안긴 아가에게 엄마는 말한다. '엄마는 언제나 네 친구란다'
내가 아직 아기였던 시절, 엄마에게 처음 대들었던 기억이 나시는가? 동물 그림 예쁜 동화를 고르다 맘에 들어 구입한 이 책을 읽고 그 날이 기억나 한참을 웃었다. 20년도 더 된 어느 날, 종이인형 놀이 관두고 시장에 같이 가자는 할머니에게 못된 소리 한 것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참 놀이가 재미있던 판에 생선 비린내 꿀쩍꿀쩍한 시장에 가자시는 것이 어찌나 귀찮던지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날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었는데 ^^;;;
어린아이 데리고 시장 가기가 얼마나 번거롭단 말인가) 할머니에게 그만 '난 안 가! 마귀할멈' 이라고 소릴 빽 질러 버린 것이다. 할머니는 조용히 방을 나가셨고, 난 좀 머쓱했지만 어린 자존심에 나가보기도 뭣해서 혼자 방에서 한참을 놀았는데 어느 순간 집안 어디에도 할머니가 안 계신 것이 아닌가.
지금 생각하면 할머니가 멀쩡한 집 놔두고 어디에 가셨겠냐마는 ^^;;; 그 때는 어린 마음에 할머니가 나 때문에 집을 나가신 줄 알고 죄책감에, 겁에, 서러움에 엉엉 울다 잠이 들어버렸다. 몇 시간 후, 잠이 깨어보니 시장갔던 할머니는 '똑똑똑' 부엌에서 나무도마 소릴 내고 계셨고, 나는 반가우면서도 할머니가 화가 났을까봐 눈치 보며 안기지도 못하는데 할머니께서 뒤를 보더니 '어이구, 내 새끼...이제 깼어' 하며 나를 꼬옥~ 안아 주셨다. 아아~ 그 때 할머니의 조끼 안에서 나던 눅눅한 담배냄새며 손에 배인 파, 마늘 냄새라니...
아기여우의 깜찍한 반항만큼 그림도 깜찍한 이 동화는 상당한 수준의 삽화가 실려있다. 사진으로 보듯 사실적인 여우의 눈동자며,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리는 여우의 털결, 그리고 마지막... 똑같은 털빛깔의 붉은 여우 큰 넘, 작은 넘 둘이 동굴에서 몸을 똥그랗게 옹송거리고 자는 걸 보고 있자면 ㅜ.ㅜ 아아~ 책인 줄 뻔히 알면서도 고 폭신폭신한 궁디를 만져보고 싶어 나도 모르게 손이 가고 마는 것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추! 강추! 또 강추! 이다.
PS. 우스운 이야기 하나. 책의 원제를 보면 <I'm not your friend>인데 한국어 책 제목은 <엄마는 언제나 네 친구야> 근데 둘 다 말이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