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 2세 창해ABC북 1
엘리자베스 바르보탱 외 지음, 김미선 옮김 / 창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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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집트 여행을 가게 되어 비행기 안에서 읽게 된 책이다. 시공 디스커버리 문고와 창해 ABC 시리즈의 공통된 특징처럼 책의 테마 자체는 아주 흥미롭고, 사진 자료 또한 생생하나 구성은 조금 실망스러운 편이다. 편리한 사전식 구성이라 하여, 필요한 부분들만 A,B.C 순서에 따라 발췌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 점이 오히려 집중을 떨어뜨리고 읽는 이를 헷갈리게 하는 느낌.

더구나, 이 책은 역사가 다채로운 고대 이집트의 파란만장한 인물을 다뤘다는 점에서 동시대 역사 및 지리적 환경 등의 개괄이 있어야 이해가 쉬운데 각 해당 항목들의 제목에 대한 사전식 정보만 나열되어 있어 초보자가 읽기에는 조금 불친절한 느낌이다. ^^;;

생생한 이미지 자료들은 사진의 질이 좋은 편이나, 너무 유명한 사진 위주로 되어있고 (때문에 이 책만의 독특한 특징이 없다) 사진에 대한 설명이 백과사전식 - 예를 들면 '게임을 하는 네페르타리 대왕비' '람세스 2세의 소년 기념비' 식의 단순 설명이어서 왜 하필 무덤에 왕비가 게임을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놀기 좋아하는 유쾌한 그녀의 성품을 얘기하는 것인지, 그 시대에도 게임이 있다는 문화사적 가치가 있는지) 등의 설명이 조금 부족해 그냥 보기 좋은 사진으로 끝나는 느낌이다.

핸드북 형식으로 단순명료하게 출간된 책에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시리즈의 '고양이' 편에서는 아주 해박한 지식을 많이 얻게 되었기에 아쉬움에 몇 자 적어본다.

PS. 같은 제목으로 시공 디스커버리 문고도 있는데 읽어본 후, 비교 리뷰를 올려볼테니 기대해 주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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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깜지 - 초록도깨비
박지기 지음, 노정아 그림 / 도깨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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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고양이는 우리 나라에서 길조보다는 흉조로 대접받아 왔다. 꼭 고양이가 아니라도 불교의 영향이 있었을지언정 우리 나라에서 동물은 그다지 대접을 받아온 편은 아닌듯 한데 ^^;; 그도 그럴 것이 우리네 삶에서 동물이란 무릇 밭 갈고, 고기 대주는 가축이거나 산에 가면 눈이 번쩍번쩍 하는 늑대, 호랑이 같은 야생동물이었을 뿐, 서양처럼 무릎 위에 앉아 애교 떠는 애완동물로서의 비중이 컸던 적은 없었기 때문일 듯. 그래서인지, 우리의 옛이야기나 동화에는 서양에 비해 동물과 인간에 관한 우정을 다룬 것이 적은 편이었는데, 요즘은 애완동물 붐(?)을 타서인지 간간히 눈에 띄인다.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들춰보면, 그러나 조금 유행에 급급해 서양 개나, 고양이 삽화를 크~게 보기 좋게 그려놓은 것 말고는 스토리나 구성이 가슴에 와닿는 것이 별로 없어서 '아,이게 단기간에 되는 문제가 아니로구나...' 조금 서운하던 참에 이 책을 만났다.

동화 <내 친구 깜지>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난을 경험하게 된 초등학생 예지가 그로 인해 침울해져 친구와 멀어지다 시장통의 길고양이 깜지와 새끼들을 기르게 되면서 삶과 사랑에 대한 애정 및 용기와 책임감을 배워간다는 다소 흔한( ^^;; ) 이야기이다. (그리고 서양 동화 '에이프릴의 고양이'와도 상당히 비슷하다)

그런데, 여느 통속 소설이 그러하듯 똑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냐 하는 작가의 글 솜씨에 따라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과 작가의 인생관에 공감이 가느냐 안 가느냐가 결정이 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 하다.

고양이와의 우정이 주된 이야기라 하여 고양이 얘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 또래가 겪을 법한 가난한 집안 환경에 대한 주눅듬(나도 그랬다 ^^*), 친구들과의 마찰(한마디로 삐짐 ^^;; ), 어른에의 반항(하나 무섭진 않아도 오래 대들면 무지하게 속상한 ^^;; ) , 10살 나이 나름대로의 센티멘털한 감정들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내내 웃음을 짓곤 했는데, 어쩜 그리도 8살짜리 내 여자 조카 아이를 보고 베껴 쓰기라도 한 듯 똑같은지!

서점에서 서서 읽고 말려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책을 사고 말았다. 동화란 것들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긴 해도 대부분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해 주었으면' 혹은 '이렇게 배워 주었으면' 하는 교훈적인 것이 대부분이지 않는가. 그러나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아도 그런 책은 지루하기만 할 뿐이었고, 오히려 별 교훈과 드라마틱한 내용 없이도 '내' 학교 생활, '내 속마음'을 옮겨 놓았던 책들을 읽고, 읽고, 또 읽고 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호감이 나만의 착각인지, 아이가 정말 그렇게 느끼는 지...오늘 밤, 책을 건네고 내 독후감과 조카의 독후감을 비교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주지 않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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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나라 인간 나라 - 세계 정신 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행, 세계의 종교편 신의 나라 인간 나라 1
이원복 글 그림 / 두산동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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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 <현대문명진단> 등 세계 경제문화역사 편람의 대가 이원복 선생이
또 한 번 걸작을 남기셨다. 몇 번을 들어도 원리를 이해하기 힘들고, 모두 다른 듯 하나
듣고 보면 비슷해서 헷갈리던 세계 종교를 집대성 해내셨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과거의 역사와 현대 경제, 사회를 연관짓는 논리적 설명과 함께 한 번에 이해되기 쉬운 만화와 그 특유의 유머 감각을 가지고 말이다. 독자가 종교학과를 4년 다녔다 해도 이보다 명쾌하진 않을 것 같다. ^^;;

그렇게 싸워마지 않는 유대교, 카톨릭 나라들의 종교 근간이 하나였다니! 9.11 테러가 일어날 정도로 치고박고 싸우는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 그런데 성경이 코란을 원전으로 삼고 있다니! 무조건 '믿쑵니다'를 외치며 다소 강압적이라 중세를 암흑으로 몰아넣었던 기독교가 왜 전세계적으로 퍼질 수 밖에 없었는지! '우리나라 국교가 뭐니?' 물으면 유교인지 불교인지 헷갈리던 차에 왜 조선이 유교를 숭상하게 되었는지! 이 모든 궁금증을 몇 컷의 만화와 두어 줄의 대사로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해 내시다니, 선생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 분이 천재란 생각을 떨쳐 버리지 않을 수가 없다.

또, 이 선생의 장점은 전세계 문화, 역사, 종교, 경제를 총 망라하는 방대한 지식을 갖고도 모두 설명하면 독자가 헷갈릴까봐 꼭 필요한 부분만 핵심체크를 하면서도, 역사를 옛날 이야기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분쟁과 경제 상황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를 역사와 연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시는 데 있다. 이러니 아우구스투스인지 티라노사우스인지, 앗시리아인지 앗싸라비아인지 도무지 알쏭달쏭 하던 모든 역사, 종교들이 한 눈에 들어올 수 밖에!

때문에 이 책 한 권은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에겐 몇 십만원씩 내고 하는 과외보다 훨씬 도움이 될 듯 하며, (독자와 같이 ^^; ) 신문의 해외뉴스란을 보고 미국이 나쁜 편인지, 회교분자들이 나쁜 편인지 헷갈려서 찍소리 못했던 어른들에게도 난시환자가 흐리멍텅 세상을 보다 안경 쓰고 세상을 보게 되듯 뚜렷하고 환하게 세상의 비밀을 밝혀 줄 것이다.

PS.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외람되게도 말해보자면, 서양학 전공학자라 그러신지, 이집트 신화와 불교 부분에 관해서는 기독교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고, 유교를 설명함에 있어서는 한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갑자기 얘기가 종결됐다는 느낌이 좀 드는데... ^^;; 다른 부분에서 새로 알게 된 지식만 받아들이기에도 벅차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른 이야기 하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짜라투스트라가 교과서에서 많이 들었던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라면서요? 저는 30년이 넘게 러시아 누구인지 알았어유~ ^^;;; (무식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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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신부 1
이케다 에츠코 원작, 아시베 유우호 그림, 민현아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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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만화가게를 들락거렸던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한 때 일본 순정(일본식 표기 ^0^) 만화가 우리나라 작가의 이름을 달고 해적판으로 어마무지 쏟아져 나왔던 사실을! 너무나 유명한 <유리가면>을 필두로 (그 때 작가 이름은 조은희...인가 그랬는데 ^^;; 과연 누구 이름이었을까?) <소문난 아가씨> <동짜몽> <남녀공학> <갈채> <헤이, 캐시> <롯데롯데> <캔디캔디> <올훼스의 창> 등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문제의 <악마의 신부>였다. 왜냐면 여느 만화들이 가난뱅이 아가씨가 부잣집 도련님들(! 꼭 여러명이 우~ 한명을 좋아한다. 그녀의 라이벌은 남자들이 못생기고, 주근깨, 왈가닥인 그녈 좋아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 )과 파란만장한 사랑을 나누거나 학원에서 누구하고 첫키스를 할 것인가, 체육관에서 옷 갈아입는 걸 들켜서 '하아..' 하며 놀라는 학원물에 비해 인간의 탐욕과 시기, 질투를 신랄하게
파헤친 잔인무도한 공포만화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히기엔 곤란할 정도로 잔인하고, 야하며, 비관적이다. ^^;;;; 그런데 정도가 심해 보이는 이야기를 읽으며 스리슬쩍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곤 하는데, 그만큼 인간의 이기주의와 욕심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기 때문. 이런 리얼한 감정묘사와 함께 스토리 자체는 굉장히 환상적인데, 아폴로의 자식으로 태어난 쌍둥이 남매가 금단의 사랑에 빠져 오빠인 데이모스는 검은날개를 가진 악마로, 동생인 비너스는 거꾸로 매달린 채 황천에서 평생을 썩어가며 살아야 한다는 모티브 자체가 비극적 아름다움이 가득하지 않은가.

사막의 개미여왕, 남의 피를 먹어야 사는 여자, 뱀의 화신 등 각 에피소드의 완성도도 훌륭하지만 진정 이 만화를 명작으로 만든 것은 캐릭터의 탄탄함. 극악무도한 악마 데이모스는 악역임에도 진정한 사랑을 깨달으며 지극한 남자다움과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기 때문이다.

이 요인으로 이 만화를 추억하는 X세대는 물론이요, y,N,P 제너레이션까지도 모두 감동하게 되는 것이다. 한가지 흠을 굳이 꼽자면, 제작된 지 20여년이 지나서 그런지 1권을 보면 그림이 좀 엉성하다. ^^;; 그러나, 6권 이후 부터는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데다, 스토리가 워낙 훌륭하므로 꼭 참고 끝까지 보시기 바란다. 20여년 전, 어린 나이에 본 만화 출간이 중단되어 이 책을 사기 위해 일본으로 여행을 가리라 마음 먹게했던 추억의 명작! 부디 완결이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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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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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를 아시는가. '네 멋대로 해라' '미치광이 삐에로' '누벨바그' 등 주옥같은 명작을 남겨 누벨바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영화학도들이 열광하는 프랑스 감독 말이다. 그렇다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희생' '노스탤지어'를 통해 고매한 영상 속에 사회를 향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러시아의 영상 시인 말이다. 그런데...아는 척 하고 주절댔지만 독자는 사실 그들의 영화를 단 하나도 '끝까지' 보지 못했다. 그냥 못 본 것이 아니고 '끝까지' 보지 못한 것이다. ㅠ0ㅠ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누벨바그란 장면의 비약적 전개,완결되지 않은 스토리,영상의 감각적 표현 등을 중시하는 프랑스 영화의 신기류라는데, 이 책 <책그림책>이 독자에겐 누벨바그 바로 그 자체였다. @,@ 그림은 뭔가 심장을 뛰게 하고 되~게 멋있는데, 두 번 읽어도 윗줄과 아랫줄이 헷갈리는 문장, 다 읽고도 정리되지 않는 내용, 그러나...이해 못했다 하면 무식하다 소리 들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_-++

밀란 쿤데라 등 (그 밖에도 다 유명한 사람들이라는데 독자는 몰르는 사람였다. 무식무식..) 유명 작가들이 책에 관한 자신의 심상을 적고, 그림의 시인 '크빈트 부흐홀츠' (발음하기 무지 어렵다)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독자에겐 너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그 자체였다.

번역이 조금 어렵게 된 탓인지, 원래 내용이 난해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하여간 결국은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렇다고 책 자체가 악서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불란서 영화의 난해함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지루함을 극도로 싫어하는 독자에게는 권할 만 하지 않다. ^^;;

그림은 어떠하냐고? 감정이입이 절제된 쇠라 풍의 정서와 시 공간을 초월하는 신비한 달리의 화풍을 반반씩 섞어 놓은 듯한 그림은 글 없이도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때문에 소장하기 보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면 아주~ 폼이 날 듯 하다. 단, 읽지는 말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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