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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깜지 - 초록도깨비
박지기 지음, 노정아 그림 / 도깨비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고양이는 우리 나라에서 길조보다는 흉조로 대접받아 왔다. 꼭 고양이가 아니라도 불교의 영향이 있었을지언정 우리 나라에서 동물은 그다지 대접을 받아온 편은 아닌듯 한데 ^^;; 그도 그럴 것이 우리네 삶에서 동물이란 무릇 밭 갈고, 고기 대주는 가축이거나 산에 가면 눈이 번쩍번쩍 하는 늑대, 호랑이 같은 야생동물이었을 뿐, 서양처럼 무릎 위에 앉아 애교 떠는 애완동물로서의 비중이 컸던 적은 없었기 때문일 듯. 그래서인지, 우리의 옛이야기나 동화에는 서양에 비해 동물과 인간에 관한 우정을 다룬 것이 적은 편이었는데, 요즘은 애완동물 붐(?)을 타서인지 간간히 눈에 띄인다.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들춰보면, 그러나 조금 유행에 급급해 서양 개나, 고양이 삽화를 크~게 보기 좋게 그려놓은 것 말고는 스토리나 구성이 가슴에 와닿는 것이 별로 없어서 '아,이게 단기간에 되는 문제가 아니로구나...' 조금 서운하던 참에 이 책을 만났다.
동화 <내 친구 깜지>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난을 경험하게 된 초등학생 예지가 그로 인해 침울해져 친구와 멀어지다 시장통의 길고양이 깜지와 새끼들을 기르게 되면서 삶과 사랑에 대한 애정 및 용기와 책임감을 배워간다는 다소 흔한( ^^;; ) 이야기이다. (그리고 서양 동화 '에이프릴의 고양이'와도 상당히 비슷하다)
그런데, 여느 통속 소설이 그러하듯 똑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냐 하는 작가의 글 솜씨에 따라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과 작가의 인생관에 공감이 가느냐 안 가느냐가 결정이 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 하다.
고양이와의 우정이 주된 이야기라 하여 고양이 얘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나이 또래가 겪을 법한 가난한 집안 환경에 대한 주눅듬(나도 그랬다 ^^*), 친구들과의 마찰(한마디로 삐짐 ^^;; ), 어른에의 반항(하나 무섭진 않아도 오래 대들면 무지하게 속상한 ^^;; ) , 10살 나이 나름대로의 센티멘털한 감정들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내내 웃음을 짓곤 했는데, 어쩜 그리도 8살짜리 내 여자 조카 아이를 보고 베껴 쓰기라도 한 듯 똑같은지!
서점에서 서서 읽고 말려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책을 사고 말았다. 동화란 것들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긴 해도 대부분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해 주었으면' 혹은 '이렇게 배워 주었으면' 하는 교훈적인 것이 대부분이지 않는가. 그러나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아도 그런 책은 지루하기만 할 뿐이었고, 오히려 별 교훈과 드라마틱한 내용 없이도 '내' 학교 생활, '내 속마음'을 옮겨 놓았던 책들을 읽고, 읽고, 또 읽고 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호감이 나만의 착각인지, 아이가 정말 그렇게 느끼는 지...오늘 밤, 책을 건네고 내 독후감과 조카의 독후감을 비교해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주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