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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이상주 기자 | 2005.10.15 |
소설은 스스로를 ‘얼간이 뚱보’라 부르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127㎏의 중년 남자 스미시 이드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을 모두 잃고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가로지르는 자전거 여행을 떠나 자아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친구도 없이 매일 밤 습관처럼 맥주와 계란 피클을 먹고 뚱뚱해진 스미시는 어느 날 부모님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전하는 전화와 집 나간 누나의 시신을 찾았다는 편지를 한꺼번에 받게 된다. 감당해 내기 힘든 충격에 빠진 그는 자전거 하나를 달랑 메고 국토 횡단에 나선다. 자전거로 서서히 짚으며 나아간 길은 스미시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기막힌 사연들을 보여주면서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영적 간음을 고백하며 괴로워하는 신부, 에이즈로 죽어가는 동성애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의사, 길에다 새를 그리는 괴짜 여류화가, 주먹을 날리고 총부터 쏘는 경찰…. 스미시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고통과 상처는 어디에나 있음을 보여주면서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교훈을 안겨준다. 그 사이 스미시의 체중도 엄청나게 줄어들어 몸도 마음도 홀가분해진다.
'좋은 책은 끝까지 읽기가 싫었다. 그런 책은 한동안 나를 내 삶에서 벗어나게 하고 책 속의 삶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스미시의 독백이다.
<달려라 스미시>는 베스트셀러가 된 과정이 남다른데, 처음에 오디오북으로 소개돼 묻혀 있다가 우연히 이를 발견한 미국 최고의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이 극찬하면서 재조명됐다. 스티븐 킹은 “스미시는 <허클베리핀의 모험’의 허클베리>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덴처럼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을 만하다”면서 “올해 최고의 소설이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달려라 스미시>는 실제 전 미국의 화제가 되었고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 12개국에 저작권이 팔렸다. 조만간 워너브라더스사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은이 론 맥러티는 배우의 길을 걸어오면서 한 순간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써왔다고 한다. 첫 히트작인 <달려라 스미시>는 그가 1988년 실제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고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