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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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전쟁 속에서도 빛이 나던 사람...사람들.

 

 

 

소피에게

 

 

혹시 선댄스 영화제라는 걸 알아? 미국에서 열리는 유명한 영화제인데 최근에 29회째를 맞은 것으로 알아. 맨날 옛날 영화만 찾아보던 내가 왜 갑자기 ‘최신 영화계 소식’을 꺼내냐고? 영화계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줄리엣,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떠올랐거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이 편지 구길 생각은 마, 읽다보면 알게 될 거야. 우리나라의 <지슬>이라는 영화가 선댄스 영화제의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고 다들 떠들썩해. 우리나라의 민주화과정에 있었던 역사 속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거든. 1948년 4월 3일부터 약 6년간 제주도의 섬마을 사람들은 폭력 앞에 놓이게 돼. 자칫 잘못하다간 -그게 누구건- 총살이라고! 주민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할 수 밖에 없는 험난하고 고달픈 생활을 했겠지, 아마? 나도 모르게 건지섬 사람들이 떠올랐어. 게다가 대단한 우연이 또 있어. 영화 제목인 ‘지슬’이 제주도 방언으로 ‘감자’라는 말이거든. 자, 내가 왜 영화제 얘기를 했는지 알겠지? 시대도 다르고 경우도 조금 다르지만,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이 영국의 채널제도에 있는 건지 섬에 들어왔을 때, 주민들의 삶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했어. 물론 영화를 보기 전이라 더 이상 비교하면 안될 것 같기도 하구나.

 

소피, 너도 건지섬 이야기는 알지? 군인들의 지시에 따라 ‘해야할 것/하지 말아야 할 것’이 갈리는 생활을 해야 한다니, 전쟁이란 건 참 포악한 것 같아. 똑같은 사람인데 갑자기 편이 갈리고 생활이 달라지고 태도도 달라져야 하잖아. 비누를 사용해서 씻을 수 없고 사람들은 가축들을 모두 뺏겨서 고기는 구경도 하지 못하지.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면서 폭격을 퍼붓고, 토드 노동자를 가두어 주었다간 감옥 행. 독일군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영국인들은 괴로운, 그런 상황 속에서 어쩌면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빛이 나는 존재일 수가 있을까. 사람이 ‘사람다움’을 잃어가는 그 전쟁의 광기 안에서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줄리엣이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부터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했다는 걸 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 아멜리아 모저리라는 마을 아주머니가 주최하여 돼지 고기 파티를 열었던 밤, 주민들은 군인들과 마주치지. 통금이 넘은 그 시간에 고기까지 먹고 귀가하던 길이란 걸 들킬 뻔한 위기에 처했을 때, 눈빛을 초롱초롱 반짝이면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라니. 그 일화를 들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그녀의 인생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할 거야.

 

참. 줄리엣은 킷과 잘 지낸데? 킷은 커갈수록 엘리자베스의 용감함과 영민함을 그대로 보여줄거야, 암 누구 딸인데. (줄리엣이 아무리 잘 해준다 해도, 킷 속에 흐르는 피는 엘리자베스의 빛나는 영혼으로부터 온 거라고.)

그나저나 줄리엣이 바보같은 남자들과 결혼하지 않은 건 참 다행인 일이야. 파혼을 했던 그 남자 기억나니? 허락없이 책들을 치워버린 것부터 원아웃이야, 그런데 거기다가 금색이나 은색으로 도금한 트로피를 늘어놓다니 투아웃이고, 줄리엣이 길길이 날 뛸 때 이해할 수 없어했다는 것으로 쓰리 아웃을 완벽히 채웠지. 그 다음에 마크였던가, 꽃다발을 갖다 바치는 그 미국 남자? 소피 너도 본 적 있니? 난 소문만 들었어, 말이 안통하는 고집불통의 마초였다는 것만 빼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본인은 알까, 자기의 치명적인 약점이 ‘페미니스트들이여, 창궐하라’의 구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거? 그에 비하면, 도시Dawsey는 진짜 진국인 남자야. 우리처럼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듬직하고 지혜롭고 수줍기까지 하다고!

 

소피, 이 참에 건지섬에 함께 가볼까? 이참에 줄리엣과 도시가 킷의 백점짜리 엄마아빠가 되어주고 있는지 감찰단이 되어 보는 거야. 사실 난 이솔라에게서 내 머리뼈를 봐달라고 한 다음, 그 골상학 책을 빌려올 생각이 더 커. 시드니 오빠가 너희 오빠인데 험담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이솔라는 그 책에만 빠질 사람이라고. 생업에 지장이 없도록 도와줘야해. 약초로 이것저것 더 제조해 볼 수 있게 허브(herb)도감을 선물하면 어떨까. 골상학 그 책이 선물 받은 책이라고 내어주지 않으면 어쩌지? 그럼 시드니 오빠에게 부탁해서 우정어린 조언을 꼭 해드리라고 해줘, 너무 한 곳에만 빠지지 말라고 말이야. 오빠와 이솔라의 우정은 돈독한 데가 있어서 잘 통할 거야.

 

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려시대’에 관심이 많았어. 조선시대의 앞뒤 꽉꽉 막힌 남자들이 목에 힘주고 사는 세상이 아니라, 남녀평등을 실현해온 시대라고 해서 말이야. 그런데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 관심이 옮겨갔어. 혼란기에도 빛나는 ‘진짜 용기있고 지혜로운 사람’을 찾는 것이 굉장한 경험이라 느껴졌거든. 그래서 우리나라의 조선 시대 후기를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 나라의 안과 밖이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그 속에서, 건지섬의 엘리자베스처럼 조선의 ‘엘리자베스’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야. 그런 내용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시드니 오빠가 출판사를 십여년 간 쭉 유지할 수 있다면, 나를 줄리엣 다음으로 그 출판사의 대표작가로 키워달라고 해볼까해. 물론, 시드니 오빠한테는 한 5년 이후에 내가 말할 테니까 소피, 너는 그냥 알고만 있어줘. 내가 시작만 시끌벅적하고 마지막은 좀 약한 거 알잖아. 말뿐인 사람으로 낙인찍혀서 편집자 시드니 선생님의 눈 밖에 나면 안되니까. 간혹 줄리엣한테도 자문을 구해야겠다. ‘이지 비커스태프’란 필명으로 유럽을 종횡무진 활약하던 줄리엣인데 설마 그때의 노하우를 꼭꼭 간직해두기만 할까?

 

소피, 꼭 건지섬에 가보는 거야? 아멜리아 부인이 군인들 몰래 돼지를 빼돌린 것처럼, 난 이솔라에게서 꼭 ‘골상학’에 대한 관심을 빼내와야겠어.

 

다음 편지엔, 영화 <지슬> 속에 ‘감자’는 어떤 의미였는지 알려줄게. 아직은 짐작도 못하겠어. 내가 너무 섣불리 ‘건지섬’에 갖다붙였다고 네가 날 원망해서는 안되는 거잖아.

그 동안 건강하렴. 안녕.

네 친구가.

 

 

참. 킷이 엄마의 그 일화를 알까? 샐리 앤 프로비셔가 정수리에 옴이 나서 병원에 근무하던 엘리자베스에게 수술 받았던 얘기 말이야. 아픈 부위를 도려내는 동안 그 아픔을 잊도록 해주려고 게임을 해줬다 했잖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여자들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면서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 싹둑싹둑, “앤 블린!” 톡톡톡. “마리 앙투아네트!” 탕탕. 킷이 이 이야기를 몰랐으면 좋겠다. 나 킷에게 이 이야기를 꼭 직접 들려주고 싶거든. 그러기엔 킷이 너무 많이 커버렸을까 모르겠지만.

 

 

 

 

 

-----------소설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와서 서평을 써봤다.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이라도 이 책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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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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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까치를 봤다.

키 큰 가로수와 전신주 옆을 가로지르며 까치가 날아갔다.

날개를 펼친 제 (가로)길이만한 기다란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어, 저기 까치다!” 나는 외쳤다, 여기까진 굿.

“자기 집을 지으려나 봐.” 감성적인 느낌이 나는 의인법, 괜찮다.

“새 봄 맞이를 하는 저 제비처럼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지.” 좋지 않다.

아마 마지막의 말을 맨정신으로 했다면 난 오래도록 눈총을 받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 난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마음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을 뿐) 굳이 쓸데 없이 ‘싸늘한 눈빛‘을 받을 일 역시 없었다.

 

친구를 배려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자신에게 부담이 된다면, 그 배려와 ‘소중함’은

조금 거짓이다,

라고 하야카와는 생각합니다. p.9

 

나는 괴짜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께 이 말을 처음 들은 이후로

‘무심코 던진 말이 굉장한 발언이 되어 친구들로부터 낯선 눈빛을 받는다’가 하나의 주기(週期)가 되었고

‘괴짜’라는 말은 여러 번 증명되곤 했다.

(또래는 나를 괴짜로 ‘만들곤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또래 집단 내에서의 일이지, 사실 손윗 분들은 나를 예뻐하시곤 한다.)

이제는 괴짜스러운 발언과 그에 따른 친구들의 반응을 즐길 수 있지만,

가능하면 해가 떠있을 때 혹은 덜친한 사람이 섞여 있을 때 그런 낌새를 절대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 내 원칙이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래 시골에서 살자.’

확고한 의지로 결심했던 것이 아니라

되는대로 해보자, 한번 해보지, 뭐!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P.4 -하야카와)

 

잡지의 독자 선물에 응모했다가 자동차에 당첨되어서

(주차비가 비싸기 때문에) 시골로 이사온 하야카와에게서 익숙함을 느꼈다.

왠지 모를 괴짜의 향기랄까.

시골 생활을 하면서도 굳이 농부가 되지 않고, 택배를 애용한다.

번역일은 본업, 이웃과의 일들은 부업(이라기 보다는 일상)이다.

가까이에 있는 숲에 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녀는 점점 더 나와 같은 향기를 풍겼다.

하야카와는 도시 속,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친구 둘-마유미와 세스코를 반겨 맞이하곤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숲에 가곤 한다.

나무들을 살피며 봄눈을 보기도 하고 맥주 안주로 열매나 풀을 뜯는다.

저녁놀에 반하고, 태론 카약을 타고, 눈 내린 벌판에 누워 웃기도 한다.

 

 

숲 속에는 ‘괴짜같은’ 발언조차도 눈총받지 않아도 되는 주술이 가득한 걸까?

“그냥 ‘인간’이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거야.

그저 ‘인간’이라고만 여기니까 생명이 가벼워진다,라는 말이지(P.67)"

이 뜬금없고도 심오한 말을 하고도 하야카와는 별탈이(?) 없다.

숲이 주는 아늑함과 평온함이 세스코의 몸과 마음을 열어준 것 때문일까.

주말이면 숲을 찾으면서, 초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낸 마유미와 세스코는 어떻게 변했던가.

무엇이건 엉겹결에 시작하고 금세 질리던 마유미는

카약과 쌍안경만큼은 친구에게 팔아버리지 않게 되었고,

여행사 일을 하면서 사람이 싫어지던 세스코 곁엔

봄과 함께 멋진 남자가 다가왔다.

번역일을 하는 하야카와는 ‘자연의 이야기’도 번역할 수 있게 되었으리라.

 

 

 

주말엔 숲으로 가야겠다.

내가 더 뻔뻔한 괴짜 철학자가 되건 함께 가는 친구가 싱그러운 변화를 겪건

내겐 아쉬울 것 하나 없을테니. ㅎㅎㅎ

^^숲은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요정의 요새다.

요정의 주문 속에서, 우리 한 번 변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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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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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불리우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 아시나요?

전에 마스다 미리의 책에 대한,

100인의 여자 공감단을 모집한다고 해서 응모했는데요.

 

 

마스다 미리의 책 세 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

 

셋 중에서 고민고민한 끝에 숲이 가지는 푸른 이미지에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주말엔 숲으로』를 신청했었죠.

 

그리고 2월 8일 금요일, 설연휴를 앞두고 이 녀석들을 받았습니다.

 

 

짜잔~

접이식이지만, 만화의 일부가 실려있는 알찬 구성(?)의 엽서 세 부와

만화 책『주말엔 숲으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에 해당하는 엽서인데요.

굳건한 독립심을 가진 듯한 여성분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군요.

 

짧은 소개에 따르면 '수짱'입니다.

싫어하는 말이 '자아 찾기'라고 하니... 강건하고 올곧은 여성이 맞긴 맞는 것 같아요ㅋ

 

(저도 모르게 이것을 선물하고 싶은 친구가 살짝 떠올랐어요.ㅎㅎㅎㅎ)

 

 

 

참. 그리고 깨알같은 엽서와 함께 온 '공감단 인증 카드' ㅎㅎㅎㅎ

작은 봉투 속에 들어있던 3가지 세트입니다.

(책 표지와 동일한 그림이 들어있어요. 뒷편에 짤막한 메세지가 함께 있죠.)

여자 공감단 100인이 되신 분들께 한분 한분 번호를 부여해주셨더군요.

^^특별한 기분이 들어요, '100명의 여러분'이 아닌 '(유일한) 당신'의 의미같잖아요.

저의 번호는 몇 번이었을까요? (요 숫자에 얽힌 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제가 받아 본 『주말엔 숲으로』의 책과 엽서, 책갈피 세트를 함께 보여드리죠.

책은... 무광택 표지예요.

꺼끌함이 조금 묻어나는 색지의 질감 그대로구요.

총총총 걸어가는 여인 셋의 모습이 보입니다, 숲으로 가는 모양이죠? ^^

참. 일본만화책 답게 책은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넘겨야 합니다.

 

습관대로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만화를 보다가

자칫하면 만화를 못 읽을 뻔 했어요.ㅋㅋ ('음. 이건 뭐지;; 이야기가 안 이어져;;;'했었어요;;ㅋ)



표지를 넘기고 녹색의 면지를 두장 넘기고

( 녹색의 면지에도 그림은 있어요.ㅎㅎ)

제목만 들어있는 표제지를 넘기면, 이런 '숲의 광경'이 보여요.

토끼 세 마리가 숨어 있는 숲.

저는 이 녀석을 보는 순간부터 '아, 숲에 가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일었답니다.ㅋ

 

 

 


다른 두 책에 비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예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나『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사실...주제가 명확히 보이지 않나요?

2030 여성들이 걱정하는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니까 읽으면서도 쏙쏙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들잖아요.

 

 

 

『주말엔 숲으로』를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칠 뻔 했어요.

더 담백하고도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었어요.

 

 

듬성듬성하고 대충 그린 듯하 마스다 미리의 그림 속에서, 인생 전체를 관망할 수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1. 

세상에. 격하게 공감.

 

네네, 그렇게 생각하곤 했죠.

'어른이 되면 뭐든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같은 어렵고 무겁고 부끄러운 주제를

쉽고 가볍고 무덤덤하게 꺼내어 친구에게 물을 수 있는 건, 아마도 숲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만화의 다음 내용이 궁금하시죠? 이 다음에 p.122를 보시면 이 여인들의 나머지 대화를 알 수 있어요.ㅋㅋㅋ)

 


#2.


자연 속에 있는 이야기들은 참 무궁무진한 비유를 이끌어내는 것 같지 않나요? ㅎㅎ

 

 

 

 

 

#3.

참. 이 컷은 제가 '그렸던(꿈꾸었던, 상상했던) 그림'과 일치하기도 해요.

 

제가 허브 화분을 키우는데요.

잎들에게서 나는 향기, 혹은 풀냄새 같은 것에서 마음 속 깊이 산뜻함을 느끼곤 해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몸도 마음도 위로받는 기분, 함께 한다는 기분 같은 걸 얻죠.

 

간혹 내 주변 사람들도 그런 좋은 것들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는데,

이 만화 속의 '하야카와'는 기꺼이 친구들(마유미, 세스코)에게 그것을 안내해줘요.

삼나무 잎의 향기를 맡지 않아도 코끝이 산뜻해지는 기분!!

+게다가 '카약'이라뇨! 와웅. 부럽구로.ㅋ

 

 

#4.

"마유미~~ 서른다섯 살에도 아직 처음 경험하는 게 있네~"

이히히히히히힛. 이 부분 보면서 살짝 빙구 미소가 번지고 있었......^_______________________^;;

 

 

숲이 가지는, 아늑한 느낌이 첫 기대였다면

그 안에서 제 또래의 평범한 여인들이 '도시'와 '숲'을 오고가면서

문득문득 잊고 살았던 삶의 귀중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맛이 깊고도 맑아요.

 

음.... 마치 피톤치드 삼림욕이라도 한 듯한 기분?!ㅋㅋ

(참. 피톤치드가 강하게 나오는 나무 곁에서는 다른 식물이 제대로 못 자란다는 건 아시나요?

쿨럭, 때 아닌 토막상식 자랑질이라니;;ㅋ)

 

여러모로 힘겨운 2030 도시 여성들을 위한,  산뜻하고 따뜻한 책 같아요. ^-^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겉표지 직전에 다다르면.... 요런 귀요미 '토끼 눈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헤헤. 이 녀석들을 잘라서 선물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너무 예쁜 나머지

그저 '개인 소장'의 욕심으로만 남겨두려고요.ㅋㅋㅋㅋㅋ

 

 

 

 

 

 

참. 제게 와준 '여자 공감단 카드'의 인증 번호는 12번입니다.


(책 갈피 대용으로 사용하기 좋게 되어 있어요.)

(이 글귀를 보고, 이 책도 꼭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일어났어요. 흑흑.ㅠ_ㅠ) 

 

12, 열 둘, 십 이.

 

 

열 둘, 기회의 숫자 아닐까요?

시계의 시침이 12개의 숫자를 지나면 '다시 1부터' 시작할 수 있고

열 두 달을 견디면 다시 '새로운 시작'이 열리는 '새로운 기회'를 일깨워주는 숫자.

 

저도 열두살 무렵, 사춘기가 시작되었죠.

어린 아이의 시기를 열두 해 넘기고 나니

전 '예비 어른'으로서의 환경과 맞닿았던 것 같아요.

그때, 그 시절엔 미처 몰랐지만. (그래서 그 때는 조금 힘들었던 것도 같지만 말이예요.)

 

열둘, 여자 공감단 인증카드에 적힌 숫자 '12'는

제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단다'하고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것 같았어요.

 

설을 앞둔 제게 와 준 것만 해도.....그런 것 같지 않나요? ^-^*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울컥울컥 '숲에 가고 싶단 말이야'하는 욕심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다이어리를 오가면서 제법 여러번... '주말엔 숲으로?'를 계획하고 허물고 계획하고 없애고 하곤 했어요. 

 

 

봄-여름-가을-겨울, 열두 달을 오가며 더 자라야 하는 저를 위해...

이 담백하고 고운 이야기가 담긴 엉성한 만화책을 

열심히 귀하게 여기면서 읽겠습니다. ^^여러번 곱씹을 거예요.ㅎㅎㅎ

 

 

 

 

 

 

이상 여자 공감단,

12의 숫자 안에서 돌고 도는 '시작의 기회'를 마음에 품은... 열두번째 여자였습니다.ㅎㅎㅎ

(다 읽고 나서, 리뷰도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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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도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2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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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도』라는 그림책을 봤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첫구절은 이랬다.

어느 날 네 손가락을 세어 보던 날

그만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맞추고 말았단다..

이유 없는 뜨거움이 목구멍을 올라오는 듯 하다 말았다.

나의 엄마를 떠올린다. 과연 당신도 내게 그러셨을까.

 

당신은, 동네방네 알아주는 부잣집에서 엄한 가정 교육을 받으며 자라셨지요.

자수성가한 -전형적인 경상도식- 가부장적 아버지와 고운 외모에 걸맞는 수줍은 몸가짐을 가진 어머니를 가지셨습니다.

줄줄이 자라나던 수두룩한 딸들 사이에서 당신께선 곰살맞음이 특출나다거나,

제 밥그릇을 알아서 챙기던 약삭빠른 딸이 아니셨을 테지요.

남편과 아들, 딸들, 그리고 시어머니를 봉양해야 했던

수더분한 당신의 어머니에게서 특별한 스킨쉽이나 사랑어린 속삭임을 듣기에,

1남 6녀 사이 당신의 ‘다섯째’라는 자리는 꽤나 미미했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외할머니께선 보이지 않는 짝사랑으로 당신을 키우셨을런지도 모릅니다,

그 시대의 대부분 어미들이 그러하셨듯이.

시집을 오면서 당신께서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림을 시작하셨고

더욱 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간절해지셨을 테지요.

시집온 지 십여년 정도가 되었을 때 당신의 어머니이자 저의 외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못다 나눈 사랑만 남기고, 당신께선 외사랑을 접어야 하셨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당신이 기억하는 ‘엄마’의 자리는 조금 성글고도 헐거울 겁니다.

적어도 제게 비친 당신과 당신 어머니 사이의 사랑은 그렇습니다.

 

 

 

엄마는 마흔이 안되는 나이에 ‘심장병’을 선고받고 겁을 덜컥 먹으셔서

일찍 운명을 달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잡고 가자고 칭얼대는

어린 딸에게 ‘홀로서기’라는 어려운 단어를 써가며 ‘새끼 손가락 하나만’ 내어주셨던 분이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조금 수줍고 나약한 소녀같기만 하다.

 

“솔직히... 오빠 태교할 때는 이것저것 신경 썼지만, 너한테는 일부러 안한 것도 있어.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힘들기만 하지.” 이런 양심 고백을 듣고 충격을 받을 만도 했지만,

사실 이것도 내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덕분에 얻어낸 대답이다.

엄마가 자라온 환경과 삶이 오묘하게 응축된 한 마디 말이라

나는 엄마가 미우면서도 이해가 된다.

 

 

 

이런 엄마을 잘 알면서도 난 요즘 대뜸 포옹을 시도하곤 한다.

“나 시집가면 엄마가 포옹하고 싶어도 못해”.

스킨쉽을 어색해하지 않는 엄마와 딸이 되고 싶어 달려들면 엄마는 질색팔색하신다.

“에이, 엄마는 왜 진작에 이렇게 (살갑게) 안했데?”하며 멋쩍게 두 팔을 풀어 드린다.

‘엄마는 능글맞은 나 덕분에라도 사랑 보여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해’, 나는 마음으로 말을 잇는다.

 

언젠가 느끼게 될 거야

네 등에 온몸을 맡긴 너의 작은 아이를

 

언젠가 나는

네가 네 아이의 머리를 빗겨 주는 걸 보게 되겠지

 

언젠가, 지금으로부터 아주아주 먼훗날

너의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날

그날이 오면, 사랑하는 딸아

넌 나를 기억하겠지

어머니가 딸에게 전하는 편지같은 책-『언젠가 너도』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난 이 책을 엄마께 보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마음이 아주 여린 나의 엄마께 이 책을 선물하면서,

보이지 않는 엄마의 빈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 받았기 때문이란 걸.

 

 

 

엄마는 사랑을 보여주시는 것에 서툴겠지만,

그래서 늘 거리를 두고 나를 지켜보시는 거 알지만 나도 엄마의 마음 알아요.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꼭꼭 숨기지만 말고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 좀 자주 해요.

나도 엄마한테 받은 사랑 그대로 미래의 ‘내 아이’에게 주고 싶단 말예요.

난 내 아이에게 내가 받았고 줬던 ‘엄마와 자식 간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다 전해서 키울 거야.

사랑하는 내 아이가 자라나, 그 언젠가 나를 기억하고 내 ‘엄마’인 엄마까지 떠올리면서 자라도록.

그 아이가 ‘내리사랑’에 감사할 수 있게, 풍족한 사랑을 다 보여주면서 키울 거예요. 

 

엄마, 그러니까 나한테 사랑한단 말 잘 해요.

나도 가끔이라도 집에 가서 몸을 부비면서 엄마가 제때에 못 내어준 사랑 받아내곤 할 거야.

내 아이에게마저 이런 수줍은 사랑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진 않단 말이예요.

 

 

 

수채화 같은 그림 속, 따사로운 모녀가 유난히 마음으로 전해지는 책이다.

하얀 여백이 온통 사랑으로만 가득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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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가 온 첫날 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6
에이미 헤스트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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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강아지와 소년, 그리고 눈이 쌓인 광경이 따뜻하게 느껴지던 그림동화책입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꼬마 아이가 자라는 집에 선물을 하려고 샀던 책이예요.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을 보면서 ‘아, 갖고 싶다’는 기분과 ‘포근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눈길이 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헨리 콘이란 아이는 눈이 내리던 날,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납니다.

보는 즉시 자기와 함께 집에 가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품에 안고 집으로 가는 길, 자신의 이름을 쏙 빼닮은 ‘찰리 콘’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부모님께선 헨리가 데려온 찰리를 보곤 놀라십니다.

부모님께선 찰리와 함께 살기 위해선, 헨리가 산책이며 먹이주기를 책임져야 한다고 설명해주시죠.

놀랍게도 헨리는 그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찰리가 함께 지내는 동안, 영원토록 늘 보살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꽤나 의젓한 꼬마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찰리 콘’이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우리의 헨리는 어른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헨리는 낯선 잠자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찰리에게, 헨리가 지금껏 부모님께서 해주신 모든 것들을 그대로 해줘요.

무서울까봐 배려해주고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말들도 속삭여줘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전 감탄을 하였답니다.

아이는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했건 이미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다는 게 얼마나 놀라웠던지요.

돌이켜보면 인형놀이를 하던 꼬마시절, 저도 인형에게 말을 걸고 놀아주는 방식 모두가 결국은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니었던가 생각합니다.

 

끙끙거리며 잠을 청할 수 없어하던 찰리를 살피러 뛰어온 헨리를 보셨나요?

헨리는 찰리를 품에 안고 창가에 가만히 서 있어요.

“달님이 너를 위해서 달빛을 비춰주는 거야.” 라고 헨리는 속삭이죠. 

따뜻한 체온이 서로에게 전해진다는 걸, 멀리서 바라보면서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헨리의 뒷모습엔 무대의 조명처럼 달빛이 드리워져 있어요.

두 사람이 속삭이는 소리를 잘 들어보세요.

사랑을 받고 자란 헨리는. 사랑을 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줄 수 있는 아이랍니다.

둘의 공감이 그림 속에서도 들리는 듯 했어요.

 

외로워 보이던 찰리를 헨리는 자기의 침대에 누이고, 서로의 눈빛을 맞춥니다.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을 아주 편안하게 잠들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기억 속에 있는 ‘똘이’가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나온지 오래되지 않았던 강아지- ‘똘이’가 처음 왔을 때, 전 꽤나 서툴렀거든요.

엄마가 데려왔던 그 꼬마와 단둘이 있게 된 날, 저는 이 어린 강아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했었죠.

마음을 다해 보듬으려고... 친해지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었거든요.

아기처럼 재우려고 곁에 두었다가 저도 똘이도 이불 위에 나란히 잠이 들었던 그 날,

아마도 똘이와 저는 진짜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해요.

폴짝폴짝 저만 보면 반기던 똘이도, 아마 그날 마음을 처음 열었을 거예요.

그리고 사랑을 서툴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도, 조금씩 깨우쳐가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요, 그 시절의 저는 늦은 밤까지도 자료를 준비하고도 이른 아침이면 멀리 출근하던 '교생실습'중이었죠.)

 

어린 아이들과 동물이 함께 지내면,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하나씩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해봤습니다.

나란히 잠든 꼬마와, 강아지를 보는 제 마음은 그랬어요.

 

제가 선물한 이 책을 보고 자라날, 그 꼬마도 그렇게 마음만은 '든든하고 의젓한' 아이가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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