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가 온 첫날 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6
에이미 헤스트 글, 헬린 옥슨버리 그림,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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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강아지와 소년, 그리고 눈이 쌓인 광경이 따뜻하게 느껴지던 그림동화책입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꼬마 아이가 자라는 집에 선물을 하려고 샀던 책이예요.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을 보면서 ‘아, 갖고 싶다’는 기분과 ‘포근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눈길이 갔던 것도 사실입니다.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헨리 콘이란 아이는 눈이 내리던 날,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납니다.

보는 즉시 자기와 함께 집에 가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품에 안고 집으로 가는 길, 자신의 이름을 쏙 빼닮은 ‘찰리 콘’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부모님께선 헨리가 데려온 찰리를 보곤 놀라십니다.

부모님께선 찰리와 함께 살기 위해선, 헨리가 산책이며 먹이주기를 책임져야 한다고 설명해주시죠.

놀랍게도 헨리는 그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찰리가 함께 지내는 동안, 영원토록 늘 보살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꽤나 의젓한 꼬마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찰리 콘’이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우리의 헨리는 어른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헨리는 낯선 잠자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찰리에게, 헨리가 지금껏 부모님께서 해주신 모든 것들을 그대로 해줘요.

무서울까봐 배려해주고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말들도 속삭여줘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전 감탄을 하였답니다.

아이는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했건 이미 알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다는 게 얼마나 놀라웠던지요.

돌이켜보면 인형놀이를 하던 꼬마시절, 저도 인형에게 말을 걸고 놀아주는 방식 모두가 결국은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니었던가 생각합니다.

 

끙끙거리며 잠을 청할 수 없어하던 찰리를 살피러 뛰어온 헨리를 보셨나요?

헨리는 찰리를 품에 안고 창가에 가만히 서 있어요.

“달님이 너를 위해서 달빛을 비춰주는 거야.” 라고 헨리는 속삭이죠. 

따뜻한 체온이 서로에게 전해진다는 걸, 멀리서 바라보면서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헨리의 뒷모습엔 무대의 조명처럼 달빛이 드리워져 있어요.

두 사람이 속삭이는 소리를 잘 들어보세요.

사랑을 받고 자란 헨리는. 사랑을 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줄 수 있는 아이랍니다.

둘의 공감이 그림 속에서도 들리는 듯 했어요.

 

외로워 보이던 찰리를 헨리는 자기의 침대에 누이고, 서로의 눈빛을 맞춥니다.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을 아주 편안하게 잠들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기억 속에 있는 ‘똘이’가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나온지 오래되지 않았던 강아지- ‘똘이’가 처음 왔을 때, 전 꽤나 서툴렀거든요.

엄마가 데려왔던 그 꼬마와 단둘이 있게 된 날, 저는 이 어린 강아지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했었죠.

마음을 다해 보듬으려고... 친해지려고...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었거든요.

아기처럼 재우려고 곁에 두었다가 저도 똘이도 이불 위에 나란히 잠이 들었던 그 날,

아마도 똘이와 저는 진짜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해요.

폴짝폴짝 저만 보면 반기던 똘이도, 아마 그날 마음을 처음 열었을 거예요.

그리고 사랑을 서툴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도, 조금씩 깨우쳐가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요, 그 시절의 저는 늦은 밤까지도 자료를 준비하고도 이른 아침이면 멀리 출근하던 '교생실습'중이었죠.)

 

어린 아이들과 동물이 함께 지내면,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하나씩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해봤습니다.

나란히 잠든 꼬마와, 강아지를 보는 제 마음은 그랬어요.

 

제가 선물한 이 책을 보고 자라날, 그 꼬마도 그렇게 마음만은 '든든하고 의젓한' 아이가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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