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어젠 까치를 봤다.

키 큰 가로수와 전신주 옆을 가로지르며 까치가 날아갔다.

날개를 펼친 제 (가로)길이만한 기다란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어디론가 날아갔다.

“어, 저기 까치다!” 나는 외쳤다, 여기까진 굿.

“자기 집을 지으려나 봐.” 감성적인 느낌이 나는 의인법, 괜찮다.

“새 봄 맞이를 하는 저 제비처럼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지.” 좋지 않다.

아마 마지막의 말을 맨정신으로 했다면 난 오래도록 눈총을 받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 난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마음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을 뿐) 굳이 쓸데 없이 ‘싸늘한 눈빛‘을 받을 일 역시 없었다.

 

친구를 배려하고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자신에게 부담이 된다면, 그 배려와 ‘소중함’은

조금 거짓이다,

라고 하야카와는 생각합니다. p.9

 

나는 괴짜다.

중학교 1학년 때 국어 선생님께 이 말을 처음 들은 이후로

‘무심코 던진 말이 굉장한 발언이 되어 친구들로부터 낯선 눈빛을 받는다’가 하나의 주기(週期)가 되었고

‘괴짜’라는 말은 여러 번 증명되곤 했다.

(또래는 나를 괴짜로 ‘만들곤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또래 집단 내에서의 일이지, 사실 손윗 분들은 나를 예뻐하시곤 한다.)

이제는 괴짜스러운 발언과 그에 따른 친구들의 반응을 즐길 수 있지만,

가능하면 해가 떠있을 때 혹은 덜친한 사람이 섞여 있을 때 그런 낌새를 절대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 내 원칙이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래 시골에서 살자.’

확고한 의지로 결심했던 것이 아니라

되는대로 해보자, 한번 해보지, 뭐!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P.4 -하야카와)

 

잡지의 독자 선물에 응모했다가 자동차에 당첨되어서

(주차비가 비싸기 때문에) 시골로 이사온 하야카와에게서 익숙함을 느꼈다.

왠지 모를 괴짜의 향기랄까.

시골 생활을 하면서도 굳이 농부가 되지 않고, 택배를 애용한다.

번역일은 본업, 이웃과의 일들은 부업(이라기 보다는 일상)이다.

가까이에 있는 숲에 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그녀는 점점 더 나와 같은 향기를 풍겼다.

하야카와는 도시 속,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친구 둘-마유미와 세스코를 반겨 맞이하곤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숲에 가곤 한다.

나무들을 살피며 봄눈을 보기도 하고 맥주 안주로 열매나 풀을 뜯는다.

저녁놀에 반하고, 태론 카약을 타고, 눈 내린 벌판에 누워 웃기도 한다.

 

 

숲 속에는 ‘괴짜같은’ 발언조차도 눈총받지 않아도 되는 주술이 가득한 걸까?

“그냥 ‘인간’이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거야.

그저 ‘인간’이라고만 여기니까 생명이 가벼워진다,라는 말이지(P.67)"

이 뜬금없고도 심오한 말을 하고도 하야카와는 별탈이(?) 없다.

숲이 주는 아늑함과 평온함이 세스코의 몸과 마음을 열어준 것 때문일까.

주말이면 숲을 찾으면서, 초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낸 마유미와 세스코는 어떻게 변했던가.

무엇이건 엉겹결에 시작하고 금세 질리던 마유미는

카약과 쌍안경만큼은 친구에게 팔아버리지 않게 되었고,

여행사 일을 하면서 사람이 싫어지던 세스코 곁엔

봄과 함께 멋진 남자가 다가왔다.

번역일을 하는 하야카와는 ‘자연의 이야기’도 번역할 수 있게 되었으리라.

 

 

 

주말엔 숲으로 가야겠다.

내가 더 뻔뻔한 괴짜 철학자가 되건 함께 가는 친구가 싱그러운 변화를 겪건

내겐 아쉬울 것 하나 없을테니. ㅎㅎㅎ

^^숲은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요정의 요새다.

요정의 주문 속에서, 우리 한 번 변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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