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년의 비밀> 1
김시준.김현우,박재용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새롭게 제작하여 방영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는 빅뱅 직후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138억 년의 시간을 한 해 달력으로 환산해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달력에 따르면 태양계는 831일쯤 형성되었고, 지구에 처음 생명체가 탄생한 건 921일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 <멸종>921일 이후의 이야기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폭발적인 생명체의 분화가 이루어져 지구상에 나타난 38개의 동물문 중 멸종했거나 그 문에 속한 종류의 동물이 얼마 되지 않는 문을 빼고 거의 모든 동물문”(75)이 나타난 54000만 년 전의 캄브리아기 이후, 그러니까 <코스모스>의 달력으로 치자면 아마 1216일 밤 혹은 17일 새벽부터 약 14일 간의 이야기이다.

 

14일 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다섯 번의 대멸종을 하나하나 열거해 보자.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멸종으로 전체 생물 과의 27%, 속의 57%, 종 수준의 82~88%가 사라졌다.”(88) 데본기 멸종으로 “(전체 생물종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바다 생물 중 과 22%. 57%, 79~87%가 멸종하였다.”(106) 페름기 멸종으로 모든 생물의 95% 이상이연구자에 따라서는 98%사라졌다.”(126)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멸종으로 바다 생물 중 과 22%, 53%, 76~84%가 멸종되었다.”(142) 백악기 멸종으로 곤충과 몇몇 척추동물, 바다 밑의 저서 생물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종이 멸종되었다.

 

그렇다면 멸종이라는 사건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가장 자주 거론되는 원인으로는 외계 행성의 충돌과 같은 천문학적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또는 화산 폭발과 같은 지구 내부의 문제, 온난화와 냉각화 같은 급격한 기온 변화, 그리고 산소 농도의 변화와 같은 요인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을 추측된다. 물론 멸종이라는 사건은 아주 짧은 시간에 급격히 일어났다기보다는 긴 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진행되었기에, 여러 요인들이 중층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났을 것이다. 그렇게 지구상에 존재했던 종의 99% 이상이 화석 흔적만을 남긴 채, 아니 대다수는 그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그러나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이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보듯, 멸종이 단지 모든 것의 끝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멸종으로 인해 생겨난 생태계의 빈자리는 살아남은 종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되기 때문이다. 빈자리가 숭숭 나 있는 이 생태계에서 어떻게든 적응을 한 이들은 일단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급속도록 자신들의 개체수를 늘린다. 이렇게 늘어난 개체수는 당연히 살아남은 이들 사이의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이에 대응하여 생태계의 빈자리를 메우는 적응방산이 급속도로 진행된다.”(50) 더구나 멸종이 없었으면 지금의 우리도 없다.”(52) 백악기 대멸종으로 인해 공룡과 같은 거대 포식자가 사라졌기에 인간과 같은 신체적으로 연약한 포유류도 번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처럼 멸종의 수혜자 중 하나인 인간이 새로운 멸종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 신뢰성 있는 가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지만, 인간에 의해 제6의 멸종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왜 이런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일까. 인간이 끼치는 치명적 해악들 때문이다. 책에서 열거하는 오존층 파괴, 산성비의 문제, 열대 우림의 파괴, 바다의 오염, 사막화, 경작지와 도시화의 확대, 종의 감소, 벌의 소멸, 지구 온난화와 같은 생태계 파괴 행위가 바로 인간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와 같은 행위들은 결국 지구의 기온과 산소 농도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고, 이는 위에서 보았듯이 과거의 대멸종 사건과 맞물려 일어났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들이 적절히 비유하듯, 인류는 어찌 보면 지구 생태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암과 같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220) 인간이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인간에 의한 대멸종의 시나리오는 점차 현실화될 것이다. 이제 인간은 만류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을 내려놓고 다른 종과의 공존과 지구 생태계의 회복을 모색해야만 한다.

 

다시 코스모스의 계산법으로 돌아가자면 우리는 지금 1231일의 자정쯤에 서 있다. 이제 우리는 달력의 마지막장을 뜯고 끝내버릴 것인지, 아니면 새로 11일을 맞이할 것인 선택해야 할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물론 인류가 멸종해도 우주의 시간은 계속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이 지구라는 별에서 우주의 나이와 생명의 진화를 밝혀내려고 노력했던 종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분명하다.

 

이 책은 이 모든 내용을 쉽고 친절한 언어로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EBS에서 방송된 교양 다큐멘터리에 기초하고 있기에 중고등학생 수준의 독자라면 쉽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쓰여 있다. 또한 방송에서 활용했던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다른 책들과 달리 충분한 그래픽과 사진들이 실려 있어 만족스럽다.

 

다만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한 참고문헌이나 연구 주제 등을 던져주지는 못하고, 교양 수준의 피상적 서술에만 머물러 있는 점이 아쉽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흥미를 가졌던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고생물학과 같은 분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입문서로 초점을 잡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아쉬운 것은 지질학적 연대를 다루고 있는 책이면서도 연대표를 싣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재판을 찍게 된다면 아래와 같은 연대표(<대멸종>, 뿌리와이파리)를 추가해 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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