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전 -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마르틴 보요발트 지음, 곽영직 옮김 / 김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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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릴 시절, 검은 하늘에 점점이 박혀있는 별의 세계와 그 별들이 무수하게 펼쳐져 아름다운 장관을 만들어내는 우주의 모습에 매혹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라는 광고 문구나 “우주에 대한 모든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또 언제나처럼 난해한 개념과 이론들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무지를 탓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 같은 평범한 일상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이라면 전문 과학자가 도대체 왜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전문 과학자들의 연구가 우리 같은 일상인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해 대중들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독자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를 떠나,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대중과학서를 집필하는 이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더 나아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러한 시도는 과학자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판명하는 진정한 시험은, 아무것도 예상하지 않는 열린 마음을 가진 비전문가에게 지식을 설명하여 이해시킬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열린 마음을 가진 비전문가’란 중고등학교 때 물리 수업을 잠깐 들어본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거나 그에 준하는 지식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듯싶다. 그러므로 매우 어려웠고 머릿속에 명쾌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지만 대략 전체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현대 우주론은 상대성이론이 야기한 특이점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따르면 빅뱅 순간이나 블랙홀에서는 공간적 그리고 시간적 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아지는 순간이 있게 된다. 이를 특이점이라고 하는데 이 순간에서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해가 무한대가 되어 방정식 자체가, 즉 이론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 이론의 성과를 우주론에 끌어들이게 되고, 이를 토대로 끈 이론이나 루프양자중력과 같은 최신의 이론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두 이론 중 저자는 루프양자중력을 지지하는데, 끈 이론은 수학적으로 매우 아름답기는 하지만 가능한 해의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구체적인 예측을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루프양자중력은 너무 복잡해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두 이론 모두 아직 확실한 관측이나 실험을 통과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가 점점 심화되고 있고 곧 그럴듯한 자료들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빅뱅의 순간뿐만 아니라 빅뱅 이전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 어떤 이에겐 무의미할 수도 있고, 또 불필요한 지적, 시간적, 금전적 낭비로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일상인에겐 지진, 쓰나미, 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가, 아니 월말이 되면 텅 비어버리는 지갑이나 9월이 다 되도록 기승을 부리는 열대야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지, 경험해 볼 수도 없는 우주의 기원이나 빅뱅의 순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이 아무 소용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나면서부터 알고자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따른다면, 이러한 연구가 우리의 어떤 본능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어도 애써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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