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책을 읽는데 묘하게 겹친다. 그건 쓰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쓰라는 것. ‘발자크처럼 써라’에선 그의 오문과 수식어의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생각나는대로 쓰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야기를 복잡하고 흥미롭게 만들 것 등등의 주문은 보너스다. 작가적 특징은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다만 <거장처럼 써라>는 작가 얘기보다 어떻게 써야할지, 무엇을 써야할지에 대해 말한다. 모든 창작 독려 책들이 하나같이 발설하는 비밀은 우선 ‘쓰라’는 것. 그렇다면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쓰는 대신 다른 비결이 있는지 궁금해서 작법 책을 보는 걸까. 정말 이다혜의 말처럼 작법 책은 글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자기계발서’인걸까.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article_id=65330&page=3&mm=100000010
‘보헤미안의 파리’에서는 파리를 돌아다니며 ‘쓰라’고 한다. 쓰라는 주문은 같은데 이 책은 좀 더 낭만적인 기질을 갖고 있다.
플라뇌르는 ‘산책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플라뇌르는 도시의 거리를 거닐며 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사소하기 짝이 없는 사건들이나 우연히 만나는 괴상한 장면들을 구경하며 자기 내면과 때로는 실없는, 때로는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사명으로 삼은 사람을 말한다.
에릭 메이슬은 파리를 거닐고 충만히 느낀 후 창작할 것을 권유한다. 보주 광장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해도 쬐면서 글을 쓰라고 한다. 관광객이 들이 닥치기 전인 아침 9시 15분에는 오르세 미술관의 쾌적함과 호사를 누려볼 수 있다고 꼬신다. 벼룩시장에서 좋은 살구가 아니라 주걱으로 아무거나 뜬 살구를 고르며 초고를 끝내놓고 자신 안에 나쁜 요소도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다고 속삭인다. 프랑스어를 못해도 상관없다. 이 책은 ‘창조적 영혼을 위한 파리 감성 여행’이란 살짝 낯간지러운 부제목을 달고 있지만 부제목이 좀 더 이 책의 성격이랑 맞다. 물론 내가 창조적 영혼도 아니고 그럴 가능성도 없지만 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설렌다.
그런데 왜 파리지?
파리에 오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 도시는 우리가 항상 갈망해온, 그러나 여유가 없어 온전히 하지 못했던 것들, 즉 산책하기, 생각하기, 사랑하기, 창작하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엮여있다.
작가 소개를 보니 30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하는데 내가 관심가는 책은 <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와 <당신 안의 예술가를
깨워라>이다. 재치있거나 기발하진 않지만 꾸준하게 자기 분야에 몰두하는 작가. 내가 참 부러워하는 면모다. 그렇지만 너무 가벼워서 날라가고 싶진 않다. 에릭 메이슬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