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를 안 쓴지 어언 일주일째. 일을 하면서 페이퍼 올리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지만 정말 쓰고 싶고 할 얘기가 많은데 안 쓰는건 아니다. 일을 하면서 즐기는 페이퍼 한 구절의 짜릿함을 아는데 안 쓸 리가 없다.

 서재 권태기일까. 동물들이 털갈이를 하듯이 나도 어떤 전환기를 맞고 있는걸까. 할 얘기가 없는건 아니다. 장을 보면서, 대포집에 앉아 글라스로 소주를 마시는 분들을 보면서, 안주로 나오는 추어탕에 밥 한덩어리 넣을거냐고 묻는 아줌마 옆에서, 심장을 뜨근하게 해주는 막걸리의 맛에 대해서, 가격과 맛이 아니라 몸에 이로운 음식은 어떤걸까란 생각 끝에서, A의 헌신과 가끔 피부 끝에 날카롭게 돋아나는 짜증에 대해서, 내가 떠드는 말들은 누군가 묵묵히 살아가는 것보다 못하단 한심함에서 어떻게 하면 이 느낌과 생각들을 글로 쓸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그런데 그 모든게 글이 되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옥찌들과 있었던 일과 일하는 것, 누구를 만나고 뭔가 맘에 와 닿는 순간에 대해 써왔다.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의식만 다를 뿐 일기와 다를바없는 글을 써오면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가슴을 부풀리며 ‘이것 보라구,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라고 하기엔 걸리적거리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있는 척이나 잘난 척 대신 없는 척, 소박한 척, 생각많은 척 해온 글들이 조금 지나니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정갈한 글을 쓰자, 리뷰를 좀 더 많이 쓰자, 글 욕심을 양이 아니라 질로 채우자였는데 이 중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계속 지지부진 중인거다. 이래놓고보니 페이퍼 쓰기가 뭐라고 이렇게 고민을 하고, 쓰네 마네, 잘 쓰네 잘 써야하네 할까 싶을 정도다. 도리어 아예 안 쓰면 되지 왜 사서 고민을 할까 싶고, 이렇게라도 고민을 해야 나답다고 느끼는 이 ‘체’는 또 뭔가 싶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남들 다 아는 얘기를 인상을 써가며 말하는 속셈이 뭐냐고 따져 물었다. 옥찌들과 같이 놀던 A는 내가 지민이에게 말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얘기해줬다. B에게 진화론의 문제점을 뭉퉁그려 말하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냐고 추궁당한적도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한꺼번에 머릿 속에서 쏟아져나오려는 단어들을 쓰임에 맞게 제자리에 놓을줄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짓이 좋다. 그래서 아마 계속 쓸텐데 계속 쓰면서 자꾸 불안해 아마도 지금처럼 전전긍긍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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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4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1-0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쓰자마자 추천 받을거면서 왜 망설이는거에요, 대체.

Arch 2011-01-04 16:15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

산사춘 2011-01-09 17:20   좋아요 0 | URL
글게요. ㅎㅎㅎ

먹는 얘기랑 허리 얘기가 절반이 넘는 페퍼만 죽도록 쓰는 잉간도 있어요.
그래도 몸무게 50되면(닭쵸!) 리뷰 써볼 거예요.

Arch 2011-01-09 18:36   좋아요 0 | URL
리뷰 쓸 날이 얼마 안 남은거 아니에요? 히~

2011-01-04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4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5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1-01-0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자뻑질이거나 행복한 고민이 아닌가..
요새는 글을 써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내 서재와서 추천질이나 해줬으면 ㅎㅎ
새해복 많이 받구요~

Arch 2011-01-05 09:37   좋아요 0 | URL
아아, 진짜 심각한데~ 파워있는 승주 블로거님께서 그런 엄살을!

제가 추천 많이 해드릴게요.
승주나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뷰리풀말미잘 2011-01-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쓰네-

Arch 2011-01-06 10:07   좋아요 0 | URL
미잘!
(꼬옥)